터보, 고유 색깔로 차별화 '역발상 통할까'

이한철 기자

입력 2015.12.20 06:08  수정 2015.12.20 06:08

15년 만에 3인조 컴백, 아이돌과 정면승부

김종국 "옛날 스타일? 오히려 유니크 할 것"

그룹 터보가 데뷔 20주년을 맞아 3인조로 전격 컴백했다. ⓒ 데일리안

"판단은 대중들이 하는 것이다. 우리는 터보 색깔을 그대로 가져가겠다."

15년 만에 3인조로 뭉친 터보(김종국·김정남·마이키)가 어설픈 차별화 대신 고유의 색깔로 정면승부를 택했다. 기존 팬들의 추억을 자극함과 동시에 10~20대가 주도하는 주류 음악계에선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역발상'이다.

터보는 18일 서울 강남 신사동 리버사이드 호텔에서 6집 앨범 '어게인(Agail)' 음악감상회를 열고 본격적인 컴백 행보를 시작했다.

이날 공개된 터보의 음악들은 강렬한 댄스 성향이 강했던 1집과 2집, 그리고 감성적인 면모가 두드러졌던 3~5집 음악들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듯했다. 얼핏 보면 최근 주류 음악의 트렌드에 뒤처진 듯하면서도 90년대 감성을 자극하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최근 복고 열풍이 대중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한 상황에서 터보는 2013년 조용필 신드롬의 원동력이던 '혁신' 대신 '안정'을 택한 셈이다.

김종국은 "(기성세대가) 느낄 땐 예전 스타일로 보일 수 있지만, 우리는 40~50대가 아니라 지금의 주류 음악을 하는 아이돌과 경쟁해야 한다. 오히려 터보 음악이 그들에게 유니크하게 느껴질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종국은 "음악이나 사운드, 모든 부분에서 그리 올드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면서 "악기 등 여러 가지로 퀄리티를 가장 강조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정남 또한 "어느 가수나 자기 색깔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나와서 지금 친구들이 하는 똑같은 음악을 하면 전혀 다를 게 없다. 그 판단은 대중들이 하는 것이고 우리는 터보 색깔을 그대로 가져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터보의 재결성은 역시 MBC '무한도전-토토가'의 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뜻밖의 행운이 추억 속 터보를 현실 속으로 끄집어낸 것. 하지만 모험일 수 있는 터보 컴백은 김종국의 과감한 결단이 있었기에 속전속결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

김종국은 "혼자 오랫동안 활동하다 보니까 예전이 많이 그리웠다"며 "나눌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다. 파트가 잠시 쉴 수 있는 파트가 생겨 기쁘다"고 말했다. 또 "무대에서 공연을 하다 보면 혼자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면서 노래까지 하느라 쉽지 않았다. 이젠 래퍼가 있고 춤 잘 추는 멤버가 있어 기대가 된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터보 재결성은 김종국의 제안으로 이루어졌다. ⓒ 데일리안

김정남은 터보 재결성을 제안한 김종국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 데일리안

마이키는 터보 활동을 위해 미국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 데일리안

김정남은 "사실 '토토가'로 만족했고 그 이후엔 다른 걸 준비하고 있었다"며 "김종국이 터보 컴백 얘기를 선뜻 던졌을 때 사실 너무 미안했다"고 털어놨다.

김정남은 "벼룩도 낯짝이 있다고 하는데 너무 염치가 없었다"면서 "사실 종국이랑 활동한 시간은 짧다. 종국이 혼자 예능과 가수활동 하면서 쌓아올린 건데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베푸는 걸 보고 고맙다는 말조차 못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김정남은 "이제는 생각을 바꿨다. 동생 하나 잘 둬서 터보 울타리 안으로 불러줬다면, 다른 생각을 하는 것보다 최선을 다해서 종국이한테 폐를 끼치지 말자는 생각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오랜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마이키 역시 "시작부터 오늘까지 항상 고마움이 깔려 있다. 종국이 형이 뭘 하자고 하면 무조건 OK이다. 3인조 터보는 너무나 좋은 프로젝트라는 생각이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번 앨범에는 동료들의 든든한 지원사격 속에 무려 19트랙이 수록됐다.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나 다름없다.

터보와 수많은 히트곡을 함께한 작곡가 주영훈과 윤일상을 비롯해 90년대를 같이 풍미했던 이상민, 이하늘, 지누, 그리고 최근 활약이 빛나는 브랜뉴 뮤직의 수장 라이머와 래퍼 산이, 센 언니 제시, '여자 가왕' 박정현 등이 프로듀서 및 피처링으로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더블 타이틀곡이자 앨범 타이틀은 '다시(Again)'이다. 다시 뭉쳐 새롭게 시작한 터보에겐 큰 의미가 있는 단어다.

'다시'는 '나 어릴적 꿈', 'Love Is' 등 지난 터보의 계보를 잇는 정통 댄스 트랙으로 이단옆차기가 힘을 실어 복고적인 느낌에 트렌디한 EDM 요소를 첨가했다. 터보 특유의 새로운 댄스 퍼포먼스 또한 기대를 높인다. 뮤직비디오에는 배우 차태현과 이광수가 특별 출연해 유쾌하고 코믹한 웃음도 선사한다.

특히 국민 MC 유재석이 익살맞은 내레이션으로 피처링에 나서 더욱 이목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김종국은 "유재석 본인이 자진해 피처링에 참여했다"며 "유재석이 터보로 활동하면 꼭 도와주리라 약속했다. 살면서 게스트도 안 서지만, 이번에는 본인이 참여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타이틀곡은 '숨바꼭질',이 겨울을 따뜻하게 녹여줄 터보만의 감성이 녹아든 달달한 미디엄 템포의 곡이다. 제 2의 '회상'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로 또 한 번의 감성 저격을 기대하게 한다.

멤버들은 이번 앨범을 이벤트성이 아닌 새로운 출발이라고 공언했다. 그들의 말대로 터보 2기의 활동이 계속 이어지기 위해선 이번 앨범의 성공 여부가 중요하다. 다시 돌아가고 있는 터보 트레인의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한편, 터보는 오는 21일 0시 정규 6집 앨범을 정식 발매한 뒤, 각종 예능프로그램 출연과 전국 투어 콘서트 구상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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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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