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챔피언들이 도전자에게 괜한 도발을 했다가 굴욕적인 패배를 안은 수난사가 이어지고 있다.
맥그리거는 13일(한국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UFC 194' 메인이벤트 경기서 경기 시작 13초 만에 알도를 꺾었다.
알도의 패배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있다. 지난 2004년 종합격투기 무대에 뛰어든 알도는 2005년 11월 루시아노 아제베두에게만 서브미션으로 패했을 뿐 25승 1패의 화려한 전적을 자랑했다. 2011년 4월 UFC 무대에 등장한 뒤에도 7연승을 달렸으며, 2013년 8월에는 정찬성을 꺾고 방어전에 성공하기도 했다.
결과보다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경기 내용이었다. 두 선수가 주먹을 교환한지 불과 13초 만에 끝났기 때문이었다.
이날 맥그리거는 알도의 빠른 스피드에 맞서기 위해 색다른 작전을 들고 나왔다. 공격으로 맞불을 놓기보다는 아웃복싱으로 타이밍을 잡으려는 모습이었다. 반면,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한 알도는 몸을 흔들며 파고들었고, 오른손으로 속임 동작을 펼친 뒤 왼손 훅을 던지려는 찰나 맥그리거의 전광석화와 같은 왼손 펀치가 턱에 정확히 꽂혔다.
전략의 승리였다. 맥그리거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알도는 강하고 빠르지만, 정확도로 파워를 압도하고, 타이밍으로 스피드를 제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발언대로 실천했다.
한 가지 주목할 사항은 경기 전 알도의 도발이었다. 평소 상대의 그 어떤 도발에도 흔들림 없던 알도는 경기 전날 열린 계체량 행사에서 맥그리거의 신경을 건드렸다. 알도는 맥그리거와 마주하자 기습적으로 몸을 움츠린 뒤 파이팅 포즈를 취했다. 맥그리거 특유의 파이팅 포즈였다.
알도의 도발은 그만큼 맥그리거를 경계하고 있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맥그리거는 화려한 입담과 상대를 가리지 않는 도발로 UFC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게다가 뛰어난 실력까지 갖추고 있어 알도를 꺾을 유일한 카드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맥그리거 역시 브라질 격투팬들을 향해 “내가 여기에 있다. 어쩌겠는가. 어서 알도에게 내가 가고 있음을 알려라”라고 큰 소리 치기도 했다. 하지만 알도는 부상으로 지난 10월 UFC 179 채드 맨데스전 이후 옥타곤 무대에 서지 못했고, 공백이 길어지자 맥그리거를 일부러 피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론다 로우지는 평소와 다른 도발 후 홀리 홈에 패했다. ⓒ 게티이미지
챔피언이 도발에 나섰다 굴욕적인 패배를 안은 사례는 바로 직전 대회인 UFC 193에서도 이어졌다. 희생양은 무패를 내달리던 여성 파이터 론다 로우지였다.
로우지는 경기 전 상대를 향해 독설을 서슴지 않기로 유명하다. 다만 어디까지 챔피언으로서의 거만함을 바탕으로 한 냉정한 도발이었다.
그러나 이번 홀리 홈과의 맞대결에서는 오히려 로우지가 흥분하는 모습이었다. 로우지는 경기 전날 계체량 행사에서 체중을 재고 내려오자마자 홈에게 달려들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로우지답지 않은 이례적인 장면이었다.
홀리 홈에 대한 지나친 경계는 경기 전 방송 출연에서도 언급된 사항이다. 로우지는 한 토크쇼에 출연, 홀리 홈에 대해 “지금까지 내가 상대한 선수 중 가장 위협적”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홈은 경기를 길게 끌고 가려 할 것이다. 테이크다운 방어력이 최고 수준인데다가 머리에 날아오는 하이킥이 굉장히 위협적”이라면서 “홈과의 맞대결은 결코 서둘러서는 안 된다. 조심해서 다가가야 하며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내가 조급하게 굴다 실수라도 한다면 하이킥에 끝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놀랍게도 론다 로우지와 홀리 홈의 경기는 예측대로 전개됐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