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은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고 성적부진의 책임을 물어 이사 7명 만장일치로 박성화 감독의 해임을 결정했다.
경남은 올 시즌 10승13무17패(승점 43)로 K리그 챌린지에서 9위에 그쳤다. 지난해 2부리그 강등에 이어 계속되는 부진이다. 지난해 12월 2년 계약으로 경남에 부임했던 박 감독도 결국 1년 만에 경질을 당하게 됐다.
하지만 박성화 감독이 구단의 조치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며 그간 구단으로부터 당한 부당한 처우와 관련, 폭로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박 감독이 밝힌 바에 따르면 그는 구단 측과 올시즌을 끝으로 팀에서 물러나는데 합의했고 잔여 연봉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마친 상황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경남 구단이 입장을 바꿔 일방적인 경질을 단행했다. 잔여 연봉은 물론이고 경남 측에서 제공하던 숙소도 11월까지 비우라고 통보하는 등 경남의 무례한 행태에 대해 박 감독은 불만을 토로했다.
문제는 박 감독 개인에 대한 거취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박 감독이 폭로한 내용에 따르면 경남은 프로 구단으로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거듭했다.
대표적으로 올시즌 경남의 주포로 활약한 스토야코비치는 계약조건상 10골 이상을 넣으면 추가수당을 받기로 돼있었지만 9골을 기록하자 구단은 출전을 막으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당초 선수들에게 지급하기로 돼있던 승리수당도 시즌 후반기 일방적으로 삭감했고, 원정 경기에서 당연히 선수단을 지원해야할 구단 직원들은 아예 동행도 하지 않았다고 박 감독은 주장했다.
아울러 박 감독은 경남의 구단주는 홍준표 도지사이지만, 실질적으로 실세로 알려진 박치근 대표이사가 축구단 운영을 좌지우지한다며 강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경남은 아직까지 박 감독의 비판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경남이 다음 시즌을 대비해 내놓은 혁신 방안 역시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경남은 23일 경남도청에서 ‘소통과 감동의 축구’를 모토로 하며 다음 시즌부터 구단 운영을 혁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사실상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가깝다.
경남은 기존 36명인 선수를 내년부터 26명으로 줄이고 외국인 선수 없이 국내 선수로만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예산도 올해 70억원에서 10억원이 더 줄어든 60억원으로 운용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선수단 승리수당을 공헌도에 따라 차별 지급해 출전수당을 아예 없앤다는 등 파격적인 내용들도 포함돼 있다.
축구계에서는 경남 구단의 행보를 두고 축구와 스포츠 구단 운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정책이라고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구단 측은 긴축재정 운영과 불필요한 예산낭비요인을 막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프로 구단은 경제나 정치논리로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다.
26명의 선수단으로 한 시즌을 운영한다는 것 또한 현실적으로 어렵다. 과도한 긴축정책과 투자 의지가 결여된 구단 운영 속에서 선수단은 마땅한 동기부여를 찾을 수 없다. 시즌 때보다 시즌이 끝난 상황에서 오히려 더 주목받기 시작한 경남의 행보가 마냥 위태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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