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부편' 박서준의 '모스트스러운' 고백

부수정 기자

입력 2015.11.20 08:42  수정 2015.11.24 09:53

MBC '그녀는 예뻤다' 지성준 역 맡아 인기

"다양한 캐릭터 욕심…20대 돌아보고파"

박서준은 최근 종영한 MBC '그녀는 예뻤다'에서 지성준 역을 맡아 인기를 얻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까칠하지만 지고지순한 순애보를 지닌 이 남자, 올가을 안방극장에 '지부편앓이'를 몰고 온 박서준(27)은 최근 종영한 MBC '그녀는 예뻤다'를 통해 여성 시청자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박서준은 극 중 패션지 부편집장 지성준 역을 맡아 첫사랑 김혜진(황정음)을 향한 애틋한 사랑을 보여줬다. 누구나에게 아련한 첫사랑은 있지만 그 첫사랑을 고이 간직하고, 찾는 사람은 드물다.

성준이에게 혜진은 첫사랑 그 이상의 존재다. 통통했던 자신의 곁을 지켜준 유일한 사람이었고, 너무 힘들어서 주저 앉고 싶었을 때 함께 비를 맞으며 손을 내민 고마운 친구였다.

어렵게 만난 첫사랑이 예전보다 초라해진 모습일지라도 성준의 마음은 변함없다. 외모보다 내면을 중요시하는 사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 세상에 이런 남자가 또 있을까.

박서준이 연기한 지성준은 현실에 없을 법한 판타지적인 남자다. 지난 18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서준도 이 부분에 공감하며 "첫사랑을 기억하는 사람은 있어도 적극적으로 찾는 사람은 드물다. 동화 같고 예쁜 이야기라서 좋았다"고 웃었다.

성준은 혜진의 말을 경청해주고, 자기 생각을 조곤조곤 들려준다. 여자친구에게 윽박지르는 일도 없다. 천천히, 차근차근 두 사람의 관계를 진전시킨다. 한 인간으로서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혜진이는 성준이가 15년을 기다린 사람이고, 힘들고 어려울 때 도와준 존재잖아요. 혜진이의 의견을 존중하는 모습이 당연해요. '너의 선택이 최선'이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죠. '성준이 같은 사람도 있구나'라고 생각해요. 성준이가 지닌 장점들을 본받아야 한다고도 느꼈고요."

어린 시절 받은 큰 상처 탓에 성준은 극 초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차가운 독설가였다. 혜진이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최근 종영한 MBC '그녀는 예뻤다'에서 지성준 역을 맡은 박서준은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인기·시청률은 관심 밖

박서준은 "초반 설정을 신경 쓰지 않았다. 누구나 다양한 감정을 지니듯 성준이도 그랬다. 평소에는 온화하다가 어떤 상황에선 불같이 화내고. 성준이 캐릭터에 대한 반응이 시큰둥하더라도 캐릭터는 내 몫이었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까칠했던 성준은 혜진이와 사랑에 빠지면서 점차 부드럽게 변해갔다. 자신을 밀어내는 혜진에게 "내가 좋아하는 건 너야. 예전에도 너고 네가 너인 줄 몰랐을 때도 너였고 지금도 너고 앞으로도 너야"라며 변함없는 사랑을 표현했다. 여성 시청자들이 '심쿵'했던 순간이다.

뜨거운 인기를 실감했을 법도 한데 성준이처럼 진중한 이 청년은 "인기에 연연하지 않은 편"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외적인 반응에 무덤덤해요. 인기는 거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을 할 때 인기, 시청률에 신경 쓴 적은 없어요. 선택은 시청자가 하는 거니까요."

인기에 덤덤한 태도를 보인 그에게 '결방 사태'를 언급했다. 지난달 14일 방송 예정이었던 '그녀는 예뻤다'가 야구 중계로 결방하자 시청자들이 불만을 나타낸 것. 드라마에 대한 뜨거운 인기가 드러났던 '사태'였다.

"결방 다음 날 MBC에서 촬영했는데 난리 났었다고 하는 거예요(웃음). 그때 인기를 실감했죠. 한 연예 프로그램에서 게릴라 데이트 촬영할 때도 많은 분이 몰려서 '인기가 있구나'라고 느꼈고요. 들뜨기보단 그냥 '드라마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많구나'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녀는 예뻤다'는 지난 9월 16일 첫 방송에서 시청률 4.8%(닐슨코리아·전국 기준)로 시작해 마지막 방송에서 두 자릿수 시청률 15.9%를 나타냈다. 시청률 가뭄에 시달리는 안방극장에선 '대박'인 수준.

주인공 황정음은 "시청률이 저조해도 잘 될 줄 알았다"고 말한 바 있다. 박서준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시청률은 겉으로 보이는 수치일 뿐이지 저한텐 중요하지 않아요. 정음 누나가 말한 것처럼 저도 1회 보고 잘 될 거라고 확신했어요. 시청률보다 제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반듯한 모범생다운 답변이다. 드라마 속 '지부편'이 겹쳤다.

최근 종영한 MBC '그녀는 예뻤다'에서 지성준 역을 맡은 박서준은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로코킹'의 비결

박서준은 KBS2 '드림하이2'(2012)로 데뷔해 MBC '금 나와라 뚝딱!'(2013), SBS '따뜻한 말 한마디(2014), tvN '마녀의 연애'(2014), MBC '킬미 힐미'(2015) 등 한 계단씩 오르며 경력을 쌓아왔다.

특히 최근 출연한 작품에선 '로코킹'의 진수를 보여줬다. 쌍꺼풀 없이 동그란 눈, 훤칠한 키, 나긋나긋한 목소리는 로맨틱 코미디에 최적화된 캐릭터다. 따뜻하고 다정한 남자친구가 떠오른다. 비결을 물었더니 쑥스러운 듯 '허허' 웃었다. "과감해야 합니다. 쭈뼛쭈뼛하기보단 과감하고 확실하게 하는 게 비결입니다(웃음)."

박서준은 황정음, 고준희(민하리 역), 최시원(김신혁) 등 또래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촬영장엔 에너지가 가득했다. 개성 넘치는 젊은 친구들이 많아서 소통하기 편했다고.

드라마를 본 시청자라면 누구나 궁금할 법한 질문을 던졌다. 만약에 내가 그토록 찾던 첫사랑이 기대보다 초라해진 모습으로 나타났을 때 실제 박서준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으냐고. 박서준은 "'초라해졌다'는 의미를 잘 모르겠다"며 "겉모습이 달라졌다고 해도 그 사람 자체가 변한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시간이 지나면 겉모습은 변하기 마련이에요. 성준이가 혜진이를 사랑이자 '소울메이트'로 인정한 것처럼 저도 있는 그대로의 첫사랑을 받아들일 듯해요. 첫사랑이 보고 싶은 이유는 단지 예쁜 외모 때문만은 아닐 거예요. 세상에 예쁜 사람은 넘치는데 끌리지 않은 경우가 많잖아요. '그 사람'만이 내 운명인 거죠."

올해 박서준은 '킬미 힐미'부터 영화 '악의 연대기', '뷰티 인사이드', 그리고 '그녀는 예뻤다'까지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했다. 성적도 괜찮다. 특별한 2015년을 보내 뿌듯할 듯한데 이 '진지 청년'은 감정의 동요 없이 "매년 바쁘게 보냈다"고 미소 지었다.

"작품을 할 땐 스트레스도 받고 감정 기복이 있는 편인데 그 시기가 지나고 나면 덤덤해져요.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올해 잘됐다고 해서 심경 변화가 있는 건 아니에요. 다만 이번 작품은 지상파 첫 주연작이라 조금은 특별하죠."

박서준은 최근 종영한 MBC '그녀는 예뻤다'가 또 다른 시작이라고 정의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새로운 출발점 '그녀는 예뻤다'

박서준은 '그녀는 예뻤다'가 '또 다른 시작'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처음에는 걱정했는데 무사히 잘 끝나서 다행이라고. 이번 드라마를 통해 첫 번째 목표를 이뤘다는 그는 향후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고 했다. 지금은 새로운 목표를 잡는 과정이란다.

하고 싶은 캐릭터도 정해두지 않았다. 한계를 정하는 순간 그 틀에 갇힐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자신 있는 캐릭터, 궁금증이 생기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배우는 말했다.

올해 스물여덟인 박서준은 내년 마지막 20대를 앞두고 있다. 내년 이맘때쯤이 궁금하다는 그는 "20대를 정리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모든 걸 비워내고 돌아보고 싶다"고 전했다.

여성 팬들이라면 궁금할 질문. 연애는 하고 있는지, 결혼은 언제쯤 하고 싶은지 돌직구로 던졌다. 연애는 바빠서 못했단다. 역시나 모범생 답변이다.

이상형은 대화가 잘 통하고 코드가 맞는 여자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취미 생활을 함께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사실 지금은 연애할 여유가 없어요. 더 안정적인 위치에 다다랐을 때 연애하고 싶답니다."

잘나가는 그가 바라는 위치란 무엇일까. "슬픈 얘기인데 남들은 제 연기에 한계를 정하는 듯해요. '박서준은 저 정도야'라고요. 그걸 깨고 싶죠. 작품을 하다 보면 제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궁금해요. '그녀를 예뻤다'를 기점으로 더 많은 것들을 알게 됐어요. 시간이 지나면 좀 더 다양한 것들을 받아들이는 위치에 서지 않을까요?"

다소 이른 점도 있지만 결혼 계획도 물었다. "결혼은 운명인 듯해요. 너무 늦게 하고 싶진 않은데 운명 같은 여자를 만나면 재지 않고 하고 싶어요. 결혼하면 포기해야 할 것들이 생긴다고 하는데 뭐 모든 일이 다 그렇잖아요. 두렵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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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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