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부상·노쇠화 3중고 시련
´위기의 계절´
자타가 공인하는 ‘국보급 센터’ 서울삼성의 서장훈(33·207cm). 국제무대에서 빈약한 한국 골밑을 홀로 지켰으며 국내에서도 파워 넘치고 탄력 좋은 외국인선수들을 상대로 꿋꿋이 토종의 매운 맛을 과시해왔다. 누가 뭐래도 서장훈은 한국농구의 절대적인 자존심이었고, 서장훈 없는 한국 농구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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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세월은 흘러 조금씩 종착역이 다가오고 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서장훈을 둘러싼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는 사실이다.
서장훈이 도하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된 동안 소속팀 삼성은 9승6패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강혁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투지의 결과였다. 삼성이 기대이상으로 선전하자 호사가들은 서장훈이 돌아오면 삼성이 어떤 행보를 나타낼지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서장훈 복귀이후 삼성은 1승4패로 급전직하했다. ´서장훈의 복귀가 삼성에게 악재로 작용했다´는 소리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서장훈의 복귀 때문에 삼성이 추락한 건 결코 아니다. 서장훈 복귀를 앞둔 마지막 3경기에서 삼성은 모두 패하는 등 페이스가 현저히 떨어져있었다. 서장훈과 이규섭의 공백을 ´쓰리가드 시스템´ 등으로 메웠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었을 뿐. 특히, 강한 체력을 요하는 쓰리가드 시스템 및 압박수비는 필연적으로 체력저하를 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서장훈이 돌아오니 팀에 무게감이 느껴진다"는 삼성 안준호 감독의 발언은 결코 입에 발린 말이 아니다.
무엇보다 강혁·이규섭·이원수 등 주축 선수들이 한꺼번에 부상으로 쓰러진 게 치명타. 서장훈의 복귀와 동시에 줄 부상을 당한 것이다. 서장훈은 황당함을 금치 못했고 다시금 자신에게 집중되는 견제에 부담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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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훈의 노쇠화 및 팀내 영향력은 지난해 울산 모비스와의 챔피언 결정전에서 잘 나타났다. 서장훈은 당시 챔프전 4경기에서 경기당 26.1분을 출전해 평균 10.5점·4.0리바운드를 올리는데 그쳤다. 특히, 우승을 확정지은 4차전은 공교롭게도 서장훈의 프로데뷔 후 첫 무득점 경기였으며 서장훈은 6년만의 우승을 벤치에서 맞아야했다. 줄곧 한국농구의 중심에 서있었던 서장훈이 이제는 서서히 중심에서 물러나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올 시즌 11경기에 출전한 서장훈은 평균 15.4점·5.9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득점은 데뷔 후 가장 적었던 지난 시즌(평균 19.7점)보다도 4점 가량 떨어졌다. 특히, 최근 2경기에서 8.0점·3.5리바운드라는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최부영 감독의 지적대로 ´센터 본능´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수준급 외국인선수들의 가세로 팀내 역할도 분명치 않다. 팀에서는 서장훈을 필요로 하지만 예전처럼 더 이상 팀의 확고한 중심만은 고집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게다가 몸값은 여전히 국내 최고라 몸값 대비 효율을 따지면 서장훈은 결코 좋은 점수를 얻기 어렵다.
서장훈은 국내 프로농구의 자존심이다. 자존심 세고 콧대 높았던 외국인선수들도 서장훈만큼은 인정했다. 그러나 아직 김주성을 제외하면 서장훈의 빈자리를 대신할만한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김주성도 상징적인 면을 따진다면 서장훈보다는 아래다. 국내농구의 자존심을 지켜줄만한 선수는 그래도 서장훈이다. 위기의 계절을 맞이한 서장훈이 더욱 안타까운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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