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김 모(35)씨는 모바일 게임에 푹 빠졌다. 유료 아이템을 결제하다 보면 월 100만원이 훌쩍 넘기 일쑤. 그러나 사업 활동으로 취미 생활을 가질 시간조차 없는 김 씨에게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은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았다. 100만원 정도는 전혀 아까울 것이 없다는 심정이다.
30대 남성이 모바일 게임 업계의 큰 손으로 떠오르면서, 이들을 모시기 위한 마케팅 경쟁도 치열하다.
PC방 1세대로 불리는 이들은 ‘스타크래프트’, ‘리니지’ 등 게임 산업이 급성장하던 1990년대 말 활동하다 이후 모바일 게임으로 자연스럽게 유입됐다. 리니지에서 유료 결제를 주도하며 게임을 즐긴 ‘린저씨(리니지와 아저씨들의 합성어)’들도 모바일 게임 매출을 올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사들은 이러한 VIP 고객들을 확보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다중사용자온라인롤플레잉게임(MORPG) 등 롤플레잉 게임을 주로 하는 이들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전문직이거나 자영업자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어느 정도 구매력을 갖췄기 때문에 게임 아이템 현급 결제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모바일 게임 업계의 실질적 수익원으로 간주되고 있다. 돈을 투자한만큼 대부분 상위 랭킹에 포진돼있는 것도 특징이다.
연령은 30대가 주로 많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모바일 게임 이용자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모바일게임 이용행태 및 유료결제 현황’ 조사에 따르면 30대의 유료 결제 경험은 52.5%로 전체 연령대 평균 37%를 상회했다.
스마트폰 앱 통계데이터 앱랭커가 지난 5월 조사한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레이븐, 뮤오리진, 클랜시오브 클랜 등 인기 RPG 이용자 중 30대 남성 비율이 30~50%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비율은 20% 미만이었다.
게임사들은 상위 랭커가 결제하는 금액에 대해 밝히길 꺼려하지만, 100여만원은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위기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클랜시 오브 클랜이나 몬스터길들이기 등 인기 RPG의 경우 수백에서 수천 만원을 지르는 사람들도 상당수 존재한다”며 “일각에서는 한달에 억대를 쓰는 사용자도 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고 귀띔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상위 5위권 이내의 게임들이 일평균 2억~4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을 감안하면 터무니 없는 수치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모바일 게임사들은 이들을 하나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TV나 영화관에 모바일 게임 광고가 늘어나는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배우 차승원 등 연령대가 높은 이들을 모델로 기용하기도 하고 남성 유저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레이싱 모델이나 미모의 여배우들을 광고 모델로 쓰기도 한다.
게임 내부적으로도 결제를 하도록 유도하는 과금 시스템이나 콘텐츠 구성을 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랭킹 대전을 통한 결제 욕구를 높이는 것이다. 상위 랭커와의 대전을 통해 아이템 구매를 유도하게끔 하거나, 특정 패키지 아이템을 구매하면 보너스를 차등으로 지급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게임 업계는 마케팅에만 700억원의 비용을 쓴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모바일 게임이 약 95%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주요 모바일 게임사의 영업이익률을 보면 20%를 하회하는데 억대의 매출을 올리고도 상대적으로 이익률이 낮은 이유는 마케팅 비용도 크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온라인 게임의 경우 성인등급 전용은 1인당 월 과금 한도액이 50만원이다. 사행성 논란이 있는 웹보드 게임은 30만원까지로 제한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온라인 게임이 되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온라인 게임사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의 결제는 국내 법 적용을 받지 않는 구글이나 애플 앱마켓에서 이뤄진다”며 “사업 모델만 놓고 보면 온라인보다 모바일 게임이 매출 증대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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