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스 신드롬’ 한화…설레발 또는 난세영웅?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5.08.12 09:29  수정 2015.08.12 17:34

LG전 완투승에 이어 kt전 완봉쇼로 확실한 눈도장

고작 2경기,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는 목소리도 있어

2경기 연속 홀로 경기를 책임진 에스밀 로저스. ⓒ 한화 이글스

이제 막 2경기를 치른 한화의 새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30·한화)가 KBO리그를 초토화시킬 기세로 나아가고 있다.

로저스는 11일 수원 kt 위즈파크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kt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9이닝을 홀로 책임지며 3피안타 3볼넷 7탈삼진 완봉승을 거뒀다. 한화는 로저스의 호투에 힘입어 4-0 승리했다.

데뷔전(완투승)에 이어 두 번째 등판에서도 로저스의 투구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완급 조절은 물론 위기 시 탁월한 땅볼 유도 능력으로 kt 타선을 잠재웠고, 무엇보다 9회에도 시속 150km를 던지는 힘이 돋보였다. 여기에 포수 조인성의 말대로 커브와 슬라이더 등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는 점도 뛰어났다.

한화는 후반기 들어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과 함께 자칫 내리막을 걷는 듯 보였다. 실제로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5위 싸움을 벌이는 SK에 밀리는 모습이었고, 과부화된 불펜진의 피로도로 인해 추진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로저스의 가세는 곧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다름없었다. 로저스는 지난 6일 데뷔전에서 1실점 완투승을 따내더니 두 번째 등판에서도 완봉쇼를 선보여 적지 않은 몸값의 현역 메이저리거다운 모습을 선보였다. 그러면서 5위 자리를 되찾은 한화는 SK와의 승차를 1.5경기차로 벌렸다.

벌써부터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로저스 신드롬’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그만큼 로저스의 투구는 결과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완벽하다는 찬사를 내뱉게 만들고 있다.

물론 시기상조라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현재 로저스는 고작 2경기만을 던졌을 뿐이다. 그리고 상대했던 두 팀 모두 리그 9~10위에 처진 LG와 kt라는 점에서 좀 더 두고봐야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데뷔전 상대였던 LG는 올 시즌 팀 타율이 0.259로 9위에 머물고 있다. 최하위 KIA(0.256)와도 대동소이에 사실상 리그 최하 수준의 타선을 상대한 셈이다. kt 역시 8월 들어 뜨거운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지만 팀 타율 리그 7위(0.270) 타선이라 점을 주목해야 한다.

결정적인 순간 수비의 도움을 받은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로저스는 위기 때마다 어김없이 상대 타자들을 땅볼로 유도했다. 그 때마다 정근우-강경학 키스톤 콤비가 놀라운 수비를 선보이며 아웃 카운트를 늘려나갔다.

그러나 한화는 팀 실책(84개) 3위로 실수가 잦은 팀이다. 김성근 감독이 스프링캠프서 선수들의 수비력을 대폭 끌어올렸다고는 하지만 지난해까지 어이없는 실책을 저질렀던 부끄러운 기억도 있다. 2경기서 받았던 수비 도움은 언제든 폭탄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저스에 대한 기대치가 상당히 높은 것만은 틀림없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의 공을 뿌릴 줄 아는 투수이며 무엇보다 투구 관리에 능해 향후 난타를 당하더라도 많은 이닝을 책임져줄 것으로 보인다.

로저스의 이닝 소화 능력은 지친 한화 불펜에도 단비가 될 전망이다. 현재 한화의 구원진은 권혁을 비롯해 박정진, 송창식, 윤규진 등 벌써 4명의 선수들이 50이닝 이상을 던졌다. 이 중 권혁과 박정진이 합작한 이닝수(176.2이닝)는 A급 선발 투수의 한 시즌 이닝과 맞먹는다.

앞으로 로저스가 매 경기 완투쇼를 선보이기는 어렵겠지만 7~8이닝을 기본적으로 책임져주는 투수가 된다면 김성근 감독의 투수운용에도 확실한 숨통이 트일 수 있다. 확실한 에이스를 얻은 한화가 남은 기간 5위 자리를 수성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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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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