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화가 시즌 두 번째 5연패 수렁에 빠졌다. 지난 77일간 지켜왔던 5할 승률도 무너졌다.
한화는 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SK와의 원정경기서 선발 미치 탈보트가 1회에만 5점을 내주는 등 난조를 보이며 3-7로 무너졌다.
지난 4일 김민우가 1이닝만 소화하고 조기 강판된 것을 포함하면 이틀 연속 선발진 난조에 시달리는 한화다. 타선 역시 SK 선발 메릴 켈리에게 봉쇄당하며 활로를 찾지 못했다.
후반기 들어 4승 9패에 그치며 급격하게 힘이 떨어지고 있는 한화의 현 주소를 보여준 승부라 할 수 있다. 한화는 전반기 단 한 차례 5연패 당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3연패조차 당하지 않은 팀이었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지는 한화가 꾸준히 5할 승률을 유지하며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김성근 감독 특유의 벌떼야구를 통한 마운드 운용의 힘이 컸다.
그런데 후반기에는 김성근 감독이 극단적인 벌떼야구가 불러온 후유증이 오히려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는 흐름이다.
올 시즌 한화의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는 18번에 그쳐 10개 구단 중 최소를 기록하는 반면, 선발투수의 퀵후크(5회 이전 조기강판)는 무려 55회로 전체 1위다. 선발이 초반에 흔들려 일찍 교체되면서 그 빈자리를 구원 투수들이 메우다 보니 시즌이 거듭될수록 투수진에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사실 김성근 감독의 선발투수들에 대한 신뢰부족과 기형적인 마운드 운용도 일정 부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조금만 부진하면 선발투수들을 바로 교체해버리기 일쑤다보니 선발들이 스스로 위기 해결능력을 쌓지 못하고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선발투수의 예정된 로테이션을 무시하고 일정을 당겨쓰거나 불펜 겸업을 시키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나마 전반기처럼 성적이 나올 때는 조용히 묻혔지만, 최근 한화가 연패에 빠지면서 김성근식 '하루살이 마운드' 운용의 부작용이 쏟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틀 연소 1이닝 만에 강판당한 김민우와 탈보트는 최근 연이어 4일 휴식 만에 선발 등판을 강행해야했다. 고졸신인인 김민우는 불펜에서 뛰다 지난달 25일 삼성전부터 선발로 전업한 어린 투수다. 첫 선발 등판 때만해도 4.2이닝 노히트 피칭을 펼치며 한화 마운드의 새로운 희망봉으로 떠오르는 듯 했지만 이후로 상황이 점점 꼬였다.
삼성전에서 승리조건에 아웃카운트 하나만 남겨둔 상황에서 김성근 감독이 김민우를 교체해버린 것을 시작으로, 최근 두 번의 등판에서는 4일 휴식 후 등판에서 구위가 점점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탈보트도 이날 전까지 4일 휴식 이후 등판한 7경기에서는 2승 4패 평균자책점 7.53로 좋지 않다는 것을 이미 증명한 바 있다.
반면, 최소 5일 이상 휴식이 보장됐던 6월에만 4승, 자책점 2.65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더구나 선발 로테이션상 SK전에서 배영수-송은범이 먼저 등판할 수도 있었던 순서임을 감안하면 김성근 감독의 무리한 당겨쓰기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다. 김성근 감독은 점수차가 벌어진 5일 SK전에서는 배영수를 패전처리용 불펜으로 써먹기도 했다.
후반기로 갈수록 순위 싸움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위권 라이벌인 KIA-SK에 줄줄이 연패를 기록 중인 데다 마운드의 힘까지 부치는 한화로서는 점점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전반기 기대 이상의 성적에 고무된 한화와 김성근 감독이 올 시즌 내에 무언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한다는 조급증에 빠져서 선수단 운용에 무리수를 두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봐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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