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문화 꼬기>셰프테이너들도 공인에 걸맞는 소양 갖춰야
이원일 셰프가 출연한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동영상 화면캡처.
'냉장고를 부탁해'로 큰 인기를 얻은 이원일 셰프가 막말 파문에 휩싸였다. 주차를 잘못한 차량의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리고 ‘대한민국 김여사님들 파이팅!! ㅋㅋ’이라고 쓴 사건이다. 문제가 제기되자 이원일 셰프는 곧 사과했다.
그런데 게시판 분위기를 보면 아직도 이원일 셰프가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이해를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맞는 말을 했는데 그게 왜 막말이냐’는 것이다. 문제 발언을 무심코 한 이원일 셰프나 그것이 문제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나, 심각한 상황이다.
누군가가 차량을 잘못 주차해 남에게 피해를 줬으면 그 사람을 탓해야 한다. 그런데 거기서 바로 일반화로 들어가, ‘역시 흑인은 안 돼’, ‘역시 동양인은 안 돼’, ‘역시 여자는 안 돼’, 이렇게 발전하면 혐오발언이고 차별이 된다.
과거 버지니아 공대에서 한국계 학생이 무차별 난사 사건을 일으켰는데, 그 일에 미국인이 ‘역시 한국인은 싸이코야’ 이렇게 반응하면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물론 미국인들은 그러지 않았다. 철저하게 개인의 문제로 인식했다.
이렇게 한 사람의 잘못으로 그 사람이 속한 집단 전체를 매도하는 것만 해도 심각한 문제인데 이원일 셰프는 한 발 더 나갔다. 차량을 주차한 사람이 아예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여자들을 싸잡아 조롱한 것이다. ‘김여사’는 여자가 운전을 못한다며 조롱할 때 쓰는 단어다.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덮어놓고 여자들을 조롱한 황당한 수위의 혐오발언이다.
일본에서 사기 사건이 발생했는데 사람들이 범인도 모르는 상태에서‘조센징이 또 사고쳤구만’이라고 반응한다면 우리 기분은 어떻겠는가? 이 발언의 문제를 모르는 네티즌이 많은 것은, 여성혐오가 널리 퍼져 사람들이 그 사고방식에 젖어있기 때문이다. 심각한 상황이다.
이원일 셰프의 막말 사건이 경고하는 것은 이젠 요리사들에게도 인문사회적 소양이 필요해졌다는 점이다. 무개념 TV 요리사는 위험하다.
최근 몇 주간의 이슈 흐름을 보면 요리사들이 웬만한 예능 MC 이상으로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일단 백종원이 포털 대문을 수시로 장식했고, 맹기용 셰프가 상당 기간 인기검색어 차트를 장악했으며, 강레오-최현석 셰프 논란도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TV에 나오는 요리사들이 스타급 연예인 이상으로 부각되는 시대인 것이다.
한국에선 흔히 연예인에게 공인이라고 한다.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지만, 어쨌든 그럴 정도로 연예인에게 공적 책임이 크다고 여긴다는 의미다. 연예인은 대중의 주목을 받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발언을 하지 않도록 연예인도 학습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아이돌도 춤과 노래만 가르칠 것이 아니라 시민으로서의 기본적 소양교육까지 받도록 해야 한다는 말들이 많았다.
이젠 TV 요리사들에게도 그런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원일 셰프 막말 사태가 일깨워줬다. 지금은 TV 요리사들이 웬만한 스타급 예능인보다도 더 큰 주목을 받는 셰프테이너 전성시대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혐오발언이 왜 문제인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 그런 기본적인 소양도 없이 마구잡이로 스타의 지위에 오른다면, 앞으로 언제 또 요리사발 막말 사태가 터질지 모른다. 지금까진 연예인들이 문제였는데, 요리사도 문제가 되는 시대로 진입했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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