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훈 임의탈퇴, 스스로 행한 쓸쓸한 퇴장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5.06.26 09:03  수정 2015.06.26 10:46

2011년 스캔들 이후 몰락의 길 걷다 임의탈퇴

신인왕-금메달 화려한 야구인생, 트라우마-부상이 망쳐

임태훈 임의탈퇴, 스스로 행한 쓸쓸한 퇴장

임태훈 임의탈퇴로 은퇴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 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 임태훈(27)이 갑작스럽게 유니폼을 벗은 것으로 알려져 야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두산 구단은 25일 임태훈의 임의 탈퇴를 공시했다. 은퇴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임태훈 스스로가 먼저 구단 측에 임의탈퇴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태훈은 몇 년 전부터 고질적인 허리부상에 시달렸고, 올 시즌에는 아직 1군 경기에 한 차례도 등판하지 못했다.

‘1차 지명’ 임태훈은 2007년 프로무대에 데뷔한 이래 줄곧 두산의 유니폼만을 입고 활약했다.

데뷔해 7승3패 1세이브 20홀드 평균자책점 2.40의 성적으로 신인왕에 등극하는 등 국내 정상급 불펜투수로 전성기를 누렸다. 통산 성적은 271경기 39승 30패 19세이브 52홀드 평균자책점 4.00. 2010년에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고 병역혜택도 얻었다.

하지만 임태훈은 2011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몰락의 길을 걸었다. 여기에는 야구 외적인 스캔들도 영향을 미쳤다.

많은 야구팬들은 아직도 임태훈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지금은 고인이 된 모 여자 아나운서와의 4년 전 스캔들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프로야구 방송 중계로 큰 인기를 모았던 모 아나운서는 임태훈과의 스캔들이 알려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돌연 자살로 생을 접었다. 임태훈은 모 아나운서 자살에 책임이 있다는 비난을 들었다.

임태훈은 이후로도 당시 스캔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의 트라우마가 임태훈 야구인생에 큰 악영향을 미친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후 임태훈은 심리적인 안정감을 잃고 부상까지 겹치며 그저 그런 투수로 전락했다. 항상 수만 관중 앞에서 마운드에 설 수밖에 없는 직업의 특성상, 임태훈이 등판할 때마다 그를 바라보는 대중의 따가운 시선에 큰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임태훈은 지난 2013년과 2014년 2시즌 연속 부진을 면치 못하며 팀의 1군 플랜에서 장기간 제외됐었다. 올 시즌에는 올 시즌에는 퓨처스리그에서만 16경기 1승 1패 7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4.70을 기록 중이었다.

임태훈은 지난 5월 모처럼 1군 엔트리에 등록되며 재기의 기회를 잡는 듯했지만 허리 통증을 호소해 등판은 하지 못했다. 선수생활에 한계를 느낀 임태훈은 구단에 임의탈퇴를 요청했고 한동안 이를 만류해오던 구단도 선수의 인생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결국 이를 수용했다.

한때 두산 마운드의 미래로 주목받던 임태훈은 아직 20대의 창창한 나이에 변변한 은퇴식이나 고별경기도 갖지 못하고 그라운드를 떠나게 됐다. 미래가 보장된 재능과 젊음에도 성숙하기도 전에 저지른 한 순간의 시행착오가 야구인생을 망가뜨린 안타까운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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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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