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의 간판스타 에딘손 카바니(28)는 팀 패배의 책임을 뒤집어쓰고 초라한 모습으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우루과이는 25일(한국시각) 칠레 산티아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5 코파아메리카 8강전 칠레와의 경기에서 카바니의 퇴장으로 인한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0-1로 패했다.
카바니는 전반 29분 부심의 판정에 대한 강한 항의로 주심에게 경고를 받았고, 이어 후반 17분에는 칠레의 수비수 곤살로 하라와의 신경전을 펼치다가 상대를 가격하는 장면이 주심에게 포착돼 추가 경고와 함께 퇴장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퇴장의 빌미가 된 두 번째 옐로카드는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하라가 가격 당하기 전 카바니 곁으로 몸을 밀착하며 엉덩이 사이에 손가락을 넣는 속칭 'X침'을 연상케하는 행각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카바니가 곧바로 이를 뿌리쳤지만 하라는 갑자기 얼굴을 감싸며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카바니의 동작이 정말 상대에 대한 가격 의도가 있었는지도 의심스러운 반면, 오히려 하라는 쓰러지기 직전 심판의 눈치를 슬쩍 살피고 한 박자 늦게 쓰러지는 듯한 모습이 잡혔다.
이미 경고가 한 장 있었던 카바니의 퇴장을 유도하기 위해 하라가 할리우드 액션을 한 것에 더 가까워보였다.
카바니는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격렬하게 항의했지만 결국 판정은 뒤바뀌지 않았다. 카바니를 잃은 우루과이는 후반 43분 수비수 호르헤 푸실레마저 퇴장당하며 전의를 완전히 상실했다.
카바니에게나 우루과이에나 이번 코파 아메리카는 최악의 대회로 기억에 남을 전망이다. 우루과이는 간판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가 지난해 브라질월드컵에서 상대 선수를 깨물어 받은 징계로 인해 이번 대회에 나설 수 없었다.
팀에 남은 유일한 월드클래스 공격수 카바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지만, 정작 카바니는 조별리그부터 4경기에서 단 1개의 공격 포인트도 없이 부진했다.
더구나 카바니는 이번 코파 아메리카 8강전을 앞두고 심리적으로도 불안한 상태였다. 최근 카바니의 부친이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내 오토바이를 타던 19세 소년을 사망으로 이끌어 체포된 상태였다. 당초 카바니가 코파 아메리카에서 조기 하차할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코칭스태프의 만류로 결국 8강전에 출전을 강행했다.
하지만 이미 평정심을 잃은 카바니는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이미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기 직전부터 카바니는 칠레의 거친 수비에 막혀 제대로 된 유효슈팅 하나 날리지 못하는 등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집중력을 잃은 카바니는 결국 우루과이 내부의 폭탄이 되고 말았다.
카바니는 우루과이 대표팀과 파리 생제르망의 미래로 꼽혔던 선수였다. 그러나 대표팀에서는 수아레스, 소속팀에서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라는 거대한 산에 가로막혀 2인자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 월드컵과 코파 아메리카, 챔피언스리그 등 경쟁자들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결장한 상황에서 카바니는 모처럼 에이스의 자격을 증명할 기회를 얻었지만, 돌아온 결과는 번번이 처참했다. 우루과이는 월드컵 당시 수아레스의 핵이빨 사건에 이어 또 한 번 믿었던 에이스의 자멸로 초라한 결말을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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