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김올리아, 섹시하지만 그 속엔 다른 꿈이 있다

스팟뉴스팀

입력 2015.06.08 11:15  수정 2015.06.08 11:15

자신 수식하는 수많은 단어들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순간도 '연기'에 대한 꿈 놓지 않고 꿈꾸는 소녀


깊은 상념에 빠진 소녀의 머릿 속은 남들이 쉽게 짐작할 수 없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해바 포토그래퍼

짙은 어둠이 드리운 창가에서 소녀는 깊은 상념에 빠진다. 적막하기 조차한 실내의 건조한 공기는 파리한 바깥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래서일까, 소녀는 좀처럼 상념에서 나오려 하지 않는다.

무슨 생각에 그토록 깊이 빠진 걸까? 지나온 시간들을 떠올리고 있을까? 아니면 앞으로 지내야 할 일들을 떠올리고 있을까? 깊이를 알 수 없는 생각에 빠진 소녀의 바다 속 같은 눈망을이 살짝 출렁인다.

'섹시하다'는 말은 이제 모델 김올리아에게는 일상적인 수식어다. '육감적인 볼륨'이니, '파격적인 노출'이니 하는 말들도 너무 들어 식상하다. 자신을 감싸고 있는 친숙한 단어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늘 자기 것이라고 생각이 들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하루 촬영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살짝 기분을 적시는 취기를 안고 침대에 몸을 뉘면 하루종일 들었던 그런 단어들이 낯설다. 어느 외국 잡지 속에서 읽은 이야기인가?


'섹시하다' '과감하다' 등의 말이 김올리아에게는 땨론 낯설게 다가올 때도 있다. 그녀가 힘겨움을 자연스러움으로 승화시켜 살아가는 한 단면이다. ⓒ해바 포토그래퍼

김올리아의 소녀 감성은, 실제 제 나이나 자신의 이미지와 제법 많이 다르다. 가까운 지인들은 "넌 왜 맨날 소녀야?"라고 힐난인지 칭찬인지 모를 이야기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기를 예쁘게 꾸미고 있는 그런 소녀 감성을 가리고 싶지 않다.

"키티 매장만 보면 가슴 뛰는 흥분을 느끼고, 예쁘고 아기자기한 소품만 봐도 나른한 기분 좋음에 빠지는 것을 즐기게 되요. 사람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를 작은 인형과 소품으로 치유한다는 게 어떤 때는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늘 나를 버티게 해주는 행복이죠."

그런 그녀가 카메라 앞에만 서면 천의 얼굴, 만의 표정으로 바뀌는 게 수수께끼다. 자신을 뚫어져라 응시하는 포토그래퍼들의 렌즈가 반짝일수록 그녀의 몸은 빠르게 반응한다, 포토그래퍼들이 무언가를 주문하기 전에 이미 그녀의 표정은 색색의 오묘한 구슬처럼 바뀌기 시작한다. 단 하나의 표정도, 단 하나의 포즈도 같지 않다는데서 그녀를 경험한 포토그래퍼들은 경탄한다.


수 많은 사람들, 그 만큼 많은 카메라 앞에서 김올리아가 보여주는 모습이 늘 진솔한 자기일 수는 없다. 하지만 카메라 앞에 서는 순간의 자신이 실제 자신이게 하는 것은 김올리아의 특별한 능력이다. ⓒ해바 포토그래퍼

때로는 팜므파탈의 뇌쇄적 요녀가 되기도 하고, 세상 이치 하나도 몰라 당황한 소녀가 되기도 한다. 팔색조의 관능적인 여인이 됐다가도, 천진무구한 산골 소녀의 푸릇함을 내뿜기도 하는 김올리아는, 그래서 그 깊이와 속을 모르는 '신비의 소녀'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대학(동덕여대 방송연예학과)에서부터 늘 꿈꾸던 '연기'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이냐는 질문도 많다. 요사이 가장 인기 있고, 예쁘고, 섹시한 모델로 자리를 잡아가니 사람들은 "김올리아는 이제 굳이 몸과 마음 모두 피곤한 연기를 해야 할 이유가 없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건 그들의 생각일 뿐이다. 김올리아는 단 한 순간도 자신이 꿈꾸던 '연기'를 생각에서 놓아본 적이 없다.

"'연기도 때가 있는데 이제는 늦었다'고 조언하는 분들도 있어요. 요즘 아이돌들이나 어린 신인들이 데뷔하는 것을 보면 그 말이 맞다는 생각도 하죠. 하지만 연기야말로 때가 정해지지 않은 멋진 일이잖아요. 무엇을 어떻게 연기할 것이냐가 중요하지, 언제 연기할 것이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화려하게 치장된 하루를 마치고 조금은 기분 좋은 취함 속에서 침대에 들 때 김올리아는 '연기'라는 자신의 꿈을 고이 꼭 껴안고 잠에 든다. ⓒ해바 포토그래퍼

사진에 찍히는 것, 자기를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 정지된 채 보여지는 작은 사진일망정 그 안에서 표현할 수 있는 자신의 모든 것을 표현하는데 늘 적극적인 김올리아. 바쁘고 힘겨운 하루를 마치고 나면 때로는 사람들과 어울려서, 또 때로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홀로 몇 잔의 술에 젖는다.

그리고나서 세상에서 가장 아늑한 자신의 침실에 몸을 담그고 나면 또 많은 상념에 빠진다. 오늘 하루 지나온 시간들, 늘 지지하고 후원하고 사랑해주는 가족들, '김올리아'라는 미지의 세계 속에 빠져서 하루를 온전히 행복해 했던 사람들. 그 모두를 가슴에 품고 김올리아는 깊은 숨을 내쉰다.

이미 바깥 세상은 제각각 자기 삶의 흔적을 곳곳에 뿌려놓고 언제 그랬냐는 듯 분주히 발걸음을 정리하고, 김올리아도 아득한 꿈결로의 이동을 준비한다. 그리고 내일은 또 다른 세상 속에 담길 김올리아를 구상한다. 단 한순간도 '연기'를 놓아본 적 없는 그윽한 소녀 감성을 가슴에 꼭 안은 채, 김올리아는 오늘 그렇게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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