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인수전의 최대 이슈를 몰고 왔던 호반건설이 채권단의 외면과 함께 조용히 퇴장하게 됐다.ⓒ데일리안
금호산업 인수전의 최대 이슈를 몰고 왔던 호반건설이 채권단의 외면으로 조용히 퇴장하게 됐다. 이에 따라 박삼구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을 위한 최대 걸림돌도 사라졌다.
금호산업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28일 저녁 7시에 열린 금호산업 채권금융기관 운영위원회 회의 결과 금호산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후 3시에 마감된 금호산업 채권단 지분 57.5%에 대한 매각 본입찰에는 호반건설이 단독 응찰했으며, 응찰액으로 6007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이 예비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에게 9000억원 플러스알파의 매각가를 제시한 것을 감안하면, 호반건설이 제시한 금액은 채권단이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금호산업의 적정가를 8000억~9000억원 수준으로 전망한 바 있으며, 호반건설이 강한 인수의지를 보이며 낙찰 가격은 1조원 내외가 언급되기도 했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수시로 금호산업에 대한 강한 인수 의지를 보여 왔으며, 최근 하나금융그룹과 4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 주선을 위한 투자확약서(LOC)를 체결해 막대한 자금동원 능력까지 과시하며 금호산업 인수전을 과열시켰다.
시장에서는 호반건설이 1조원 내외의 금액을 베팅할 경우 자금력에 한계가 있는 박삼구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하지만 응찰액이 6007억원에 그치며 결국 유찰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채권단이 호반건설의 제시액을 받아들였다면 박삼구 회장은 비교적 쉽게 금호산업 인수와 그룹 재건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지분 50%+1주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선협상대상자가 제시한 금액보다 1원이라도 높은 금액을 제시할 경우 금호산업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었다.
채권단은 일단 호반건설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지 않으면서 ‘6007억원보다는 더 받아야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박 회장은 여전히 금호산업 지분 인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그동안 입찰 과정에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인수의향서(LOI)조차 외면했고, 본입찰에서는 재무적투자자(FI)들마저 포기한 상황에서 유일한 응찰자였던 호반건설까지 하차한 만큼 재입찰에 들어가더라도 지분 매각가를 높여줄 응찰자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채권단이 재입찰을 포기하고 박 회장과 직접 매각 협상에 들어가더라도 이미 한 번 시장의 평가를 받아본 만큼 가격을 크게 올리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호반건설의 금호산업 인수, 나아가 금호아시아나그룹 인수를 통한 ‘전국구 기업 도약’ 시도는 해프닝으로 끝났고, 다시 박 회장이 게임을 주도하게 됐다.
산업은행은 향후 일정에 대해 “유찰 및 재입찰 여부는 채권금융기관협의회 결의를 통하여 확정할 계획이며, 구체적인 일정은 매각주간사와 협의하여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