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파리의 연인'(2004), '루루공주'(2005), '연인'(2006) 등으로 '로코의 여왕'으로 불리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러나 지난 2012년 하반기 방송한 KBS2 '울랄라부부' 이후 긴 공백기를 가졌다. 최근에는 지난 12일 종영한 SBS '내 마음 반짝반짝' 출연 번복으로 잡음을 빚은 바 있다.
심사숙고 끝에 그가 택한 작품은 대중적인 주말 드라마. 인기리에 끝난 '장미빛 연인들'의 후광 효과도 있고, 제작진도 화려하다. MBC '금나와라 뚝딱'의 하청옥 작가와 '구암허준', '계벽'의 김근홍 PD가 의기투합했다. 화려하게 재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지난 14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김정은은 하얀색 미니 원피스를 입고 나와 물오른 미모를 과시했다. 화사한 미소는 여전했다.
이번 드라마에서 김정은은 푸근한 '밥집 아줌마'이자 죽은 아들을 그리워하는 애끓는 모정의 '엄마' 덕인으로 분한다. 전직 강력반 여형사인 덕인은 하나뿐인 아들이 세상을 떠나자 직장도 그만두고 아들이 다니던 학교 앞에서 간이식당을 하며 아들의 기억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드라마는 위기의 순간에 아이들을 지켜주는 홍길동 아줌마 덕인을 통해 용서와 사랑을 보여준다. 연출은 맡은 김 PD는 "김정은의 밝고 씩씩한 이미지를 보고 캐스팅했다. 사전 준비가 철저한 배우다. 캐릭터를 위해 무술, 액션, 요리 등을 배웠다. 와이어 액션이 없는 만큼 배우의 몸에 멍이 많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기획 의도에 대해 김 PD는 "주말 드라마 특성상 건강하고 밝은 드라마로 만들 것이다. '큰 용서가 큰 사랑을 만든다'는 주제를 바탕으로 한다. 인물들이 불행을 어떻게 이겨내고, 행복을 향해 어떻게 나아가는지 표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막장 드라마가 아니다"라며 "재미와 웃음, 감동을 주는 작품인데 감동에 정점을 찍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날 취재진의 관심은 김정은에게 쏠렸다. 하이라이트 영상에서 김정은은 기존 이미지를 벗고 다소 과격한 '아줌마'로 변신했다. 형사 출신 캐릭터답게 화려한 맨몸 액션과 털털한 복장이 눈길을 끌었다. 죽은 아들의 학교에 찾아가는 장면에선 울분을 토하는 등 안정적인 연기력을 과시했다.
배우 김정은이 새 주말 드라마 '여자를 울려'를 통해 복귀한다. ⓒ MBC
김정은은 "힘든 캐릭터라고 하는데 일단 입금이 되면 다 하게 된다"고 웃은 뒤 "자식을 잃은 엄마의 절절한 마음은 겪어보지 않아서 어려웠다"며 "배우면서 연기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엄마 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어 기분이 남다르다. 액션 연기는 스트레스를 푸는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방송 중인 '앵그리맘'도 학교 폭력과 왕따 등 학교 전반에 일어나고 있는 문제를 다룬다. 드라마가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정은도 이 부분에 동의했다. "드라마가 사회 문제를 꼬집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했어요. 과거에는 이런 문제가 쉽게 와 닿지 않았는데 지금은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죠."
김희선과의 차별점에 대해서는 "덕인은 학교 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들을 모두 감싸 안는 푸근함이 있다"고 했다. 김 PD는 "김희선은 학교 폭력을 직접 겪은 당사자지만 김정은은 간접적으로 겪는다. 소재는 비슷하지만 느낌이 다른 작품"이라고 말했다.
오랜만의 복귀에 관련해서 김정은은 "'오랜만에 복귀해서 그런지 초반엔 '내 연기 괜찮은가?'라고 자문했고 감독님한테도 똑같은 질문을 했다. 그러다 이런 생각을 안 하기로 다짐했다. 전작도 그렇고 MBC 주말 드라마가 잘 되는 분위기다.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눈을 뗄 수 없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김정은의 상대 역으로는 배우 송창의가 나선다. 덕인의 아들을 괴롭히다 죽음으로 내몬 동급생의 아버지이자 고교 교사인 진우 역을 맡았다. 우진 F&T 회장인 아버지의 뜻에 따라 정략 결혼했지만 결국 아내가 의부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살한다. 이 일로 어긋난 아들은 아이들을 괴롭히는 '일진'이 된다.
송창의는 "고등학생들의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 공감했다"며 "아버지를 연기하는 게 쉽진 않지만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MBC '잘났어 정말' 이후 2년 만에 복귀하는 하희라는 극 중 재벌가 첫째 며느리로 가련함과 청순함을 간직한 은수 역을 맡았다. 하희라는 "좋은 후배들과 함께하게 돼 자극이 된다"며 "후배들을 보면서 배우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이태란은 은수(하희라)의 동서로 재벌가 둘째 며느리이자 화려한 배우인 홍란을 연기한다.
주말 드라마답게 많은 배우가 등장해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순재, 서우림, 김지영 등 노장들이 극을 받쳐주고 오대규, 인규진 등이 중심을 잡는다. 특히 신지운 한종영 지일주 한보배 한이서 등 신인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활기를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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