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만 챔피언?’ 어색했던 성남의 개막전 예우

데일리안 스포츠 = 임정혁 객원칼럼니스트

입력 2015.03.08 08:53  수정 2015.03.09 09:43

경기 전 성남 선수들 먼저 나와 전북 맞이해

FA컵 우승팀의 리그 챔피언 예우 의미 찾을 수 없어

이전 시즌 챔피언에 대한 예우의 취지는 좋았지만, 의미는 다소 동떨어진 느낌이다. ⓒ 전북현대

프로축구연맹은 올 시즌에 앞서 TV 중계 확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2주 전쯤 한 축구 관계자는 "조만간 KBS와 K리그가 파격적인 TV 중계에 합의할 예정인데 발표가 나기 전까지 모른 척 해달라"고 했다. 매번 이런 소문이 돌아 일단은 흘려듣고 말았는데 실제 KBS는 지난 6일 '올 시즌 K리그를 매달 2회 이상 생중계 하겠다'고 알렸다.

그러자 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 성남의 공식 개막전부터 열기가 뜨거워졌다. 케이블이 없는 집도 우연히 리모컨을 돌리다 K리그를 접할 수 있었다. 지난해 K리그 클래식 우승팀인 전북과 FA(대한축구협회)컵 우승팀인 성남이 맞붙는 경기는 안방으로 생생히 전달됐다. 약 2만 3810명의 관중이 들어찬 경기를 집에서도 볼 수 있게 된 셈이었다. 긴 겨울잠을 보낸 K리그가 더욱 반가워진 이유다.

하지만 시작부터 아쉬움이 샘솟았다. 씁쓸한 장면이 2년 만에 다시 나왔기 때문이다. 이날 성남 선수들은 전북 선수들보다 먼저 운동장에 들어섰다. 대개 경기 전 선수 입장에서는 양 팀이 함께 들어서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날은 원정팀인 성남 선수들이 팬들 앞에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전북 선수들은 성남 선수들이 운동장에 늘어선 이후 모습을 드러내며 홈팬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성남과 전북은 지난해 1개씩의 트로피를 차지한 강팀이다. 성남은 지난해 FA컵 우승을 차지했고 전북은 K리그 클래식 정상에 올랐다. 두 팀 모두 우승을 했지만 FA컵 우승팀이 K리그 우승팀을 축하해줘야 한다는 취지가 어쩐지 찝찝했다.

사실 이는 프로축구연맹의 방침이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 2012년 12월 이사회를 열고 'K리그 우승팀은 다음 시즌 개막전에서 원정팀 선수단으로부터 우승팀의 예우를 받는다'고 합의했다. 여기서 예우는 심판과 원정팀 선수단이 먼저 입장해 팬들의 환호 속에 함께 그들을 맞는 것이다.

규정은 바로 적용됐다. 2013년 3월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포항의 K리그 개막전에선 포항 선수들이 먼저 입장해 서울 선수들을 맞았다. 포항은 2012년 FA컵 우승팀이었다. 서울은 2012년 K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그때 두 팀의 상황도 성남과 전북의 올해 K리그 클래식 공식 개막전과 똑같았다. 다만 지난해 K리그 개막전에는 홈팀 포항이 2013년 K리그 클래식과 FA컵 우승을 모두 차지하는 '더블'을 달성해 이런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프로축구연맹이 이런 문화를 도입한 것은 유럽축구 사례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선 흔히 나오는 일들이다. 그러나 현재 K리그와는 상황이 다르다.

이들 유럽리그는 시즌 중에 어느 한 팀이 우승을 확정하면 다른 팀이 우승 팀의 다음 경기에서 먼저 입장해 이들을 맞는다. 동업자로서 한 시즌의 우승을 축하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K리그는 이를 굳이 다음 시즌으로 넘겨서 하고 있다. 지난 시즌과 올 시즌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이런 문화는 '시즌'이라는 분리적인 개념에도 어긋난다.

게다가 K리그 클래식 개막전은 직전 시즌 우승팀과 FA컵 우승팀이 맞붙는다. 이 경우 2013년 포항의 '더블 우승'이 나오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FA컵 우승팀이 K리그 클래식 우승팀을 위해 기다리는 애매한 일이 나올 수밖에 없다. FA컵 우승팀도 엄연한 챔피언인데 이는 우승컵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특히 FA컵 우승이 K리그 클래식 우승보다 낮다고도 볼 수도 없다. FA컵은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프로와 아마추어 축구팀 중 최강자를 가리는 대회다. 해방 이후인 1946년에 조선축구협회에서 주관한 전국축구선수권대회를 전신으로 하며 1996년 대회부터 대한축구협회가 주관하고 있다.

전국생활축구연합회 소속 8팀, 대학부 20팀, K3리그 18팀, 내셔널리그 10팀, K리그 챌린지 11팀, K리그 클래식 12팀 총 79개 팀이 참가해 3월부터 10월말까지 7개월 동안 우승팀을 가리는 대회다. 우승팀은 2억원의 상금을 거머쥐며 K리그 클래식 1~3위팀과 함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까지 가져간다.

성남은 지난해 FA컵에서 대구FC, 광주FC, 경북영남대, 전북, 서울을 모두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4강에서 전북을 꺾었다는 게 눈에 띈다. 전북을 꺾고 우승 트로피를 올렸던 성남이 패자인 전북을 대접할 이유는 더욱 없었다.

이날 운동장에 나선 두 팀 선수 구성을 봐도 예우가 영 어색하긴 마찬가지였다. 성남은 제파로프, 박진포, 김태환을 비롯해 14명이 팀을 떠났고 김두현과 히카르도를 포함한 9명이 합류했다. 전북 또한 김남일, 이승기, 정인환 등 18명이 빠졌으며 에두, 에닝요, 이호, 문상윤 등 17명이 새로 들어왔다.

성남과 전북 선수단이 주고받은 예우의 의미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이야깃거리를 만들겠다는 프로축구연맹의 취지는 좋은데 그게 살짝 빗나간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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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 (bohemian12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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