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랑, 누가 그녀와 잤을까?

김영기 객원기자

입력 2006.11.13 11:16  수정

영화 ´누가 그녀와 잤을까?´ 수능일(11/16)맞춰 대개봉!

발칙한 제목을 거론하는 자체로 야릇한 영화, ´누가 그녀와 잤을까?´가 오는 16일 수능을 마치고 교문을 나서는 수험생들을 정조준 한다.

인터넷 검색창에 ‘부모님 몰래’ 제목을 쳐보면, 이 영화에 대한 얘기로 제법 북적이고 있다. 그만큼 기대가 모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방증이다.

코미디 영화답게, 영화 자체의 구조는 자극적이면서 단순하다. 엄격한 규율의 럭셔리 미션스쿨 실라오고교에 섹시한 여자교생이 등장한다. 교내 축제에서 여교생과 남학생의 스캔들이 터지고, 학생주임(이혁재 분)이 3명의 용의자를 추적해간다는 내용이다.

라인업을 살펴보면, 김사랑-박준규-하동훈-하석진이 메인으로 등장한다. 여기에 이혁재가 감초역할을 수행, 신현준-김원희의 매콤한 카메오 출연도 양념으로 가미됐다.

학교라는 공간적 배경은 모두가 겪어봤기에 공감을 일으키기 쉬워 자주 쓰이는 소재다. ‘몽정기’와 ‘여고괴담’이 대표적 성공사례. 이 영화는 학교 다니며 누구나 느껴봤을 젊은 여자선생님에 대한 로망을 표현했다. 나이와 신분적 한계 등 넘어설 수 없는 선을 성적 소재로 십분 활용한 것이다. 여기에, 여자들 또한 주목받고 싶은 욕구를 교생의 역할에 이입해 대리만족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도 또 다른 재미이다.

무엇보다, 웃기려는 의도의 영화는 웃겨야한다. 구조는 단순해야하고, 괜히 가르치려 해도 안 된다. 교훈과 메시지의 홍수 속에 사는 시대에, 머리 식히러 찾은 코믹 영화조차 가르치려 든다면, 관객은 코웃음을 치며 외면한다.

지난 3월 개봉한 ´청춘만화´라는 좋은 전례가 있다. 예고편과는 달리 신파극으로 마무리 된 내용을 보며, 관객들은 80년대 ´어른들은 몰라요´를 떠올렸다. 대부분의 관객이 결말에 대한 아쉬움 나타낸 것은, 이제 시대가 달라졌음을 대중 스스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광대는 광대다워야 한다. 광대가 광대의 틀을 갑자기 벗고 양반행세를 하려 한다면 골계미도, 해학도 아닌 쓴웃음이 된다. 이 때, 웃음을 주기에 가장 효과적인 소재는 섹스와 배설이다. 혼자 있는 공간에서 대하는 소재인 두 가지는, 금기시하고 평소 드러내 이야기하기에 분명 민망하다. 그렇기에 공공장소에서 드러내놓고 이야기 했을 때 해소감을 느끼게 한다. ´야하다는´ 입소문에 극장을 찾을 관객들이 영화에서 기대하는 것은 ´공공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음담패설´의 해소감이다.

조용한 교실에서 방귀를 뀌면 웃음이 터지듯, 섹시한 소재일수록 성이 금기시되는 공간적 배경 필요하다. 퇴폐업소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라면 뭔가 느낌이 오지 않는다. 여교생과 남고생, 엄격한 규율의 미션스쿨이라는 배경은 일단 기대를 갖게 한다.

당연히, 모든 사건의 구심점이 되는 여교생의 역할은 실로 중요하다. 이 배역을 맡은 스타는 김사랑. 염정아 만큼 인정받기 전에는 떼기 힘든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가진 그녀. 그나마 기억에 남는 것이 ‘남남북녀’라는 영화지만, 인기라는 단어가 무색할 만큼 ´다운로드 시장´에서조차 주목받지 못한 작품이었다. 그저 예쁘고 색다르다는 느낌을 넘어선 것은, 드라마´이 죽일 놈의 사랑´이었다. 걸쭉한 사투리와 거침없는 연기는 그녀가 진정한 ´옥석´임을 확인하게 했다.

요즘 인기있는 여배우가 누가 있을까? 김혜수-전도연-이영애-이나영-문근영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김혜수를 제외하고는 연기와 섹시한 코드를 겸비한 배우는 찾기 힘들다. 여자가 섹시해야한다는 논리는 아니지만, 다양한 색깔은 분명 필요한 우리 영화계의 숙제이다.

김사랑, 그녀가 과연 김혜수 이후 분홍빛 나는 영역을 채워줄만한 배우가 될 수 있을까. 야심만만에서 보여준 소탈함은 그런 욕심과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욕심이 없다고 하기에는 ´이 죽일놈의 사랑´에서 보여준 노력의 흔적이 너무 강했다. 예쁘고 귀여운 트렌드에 편승하지 않고, 과감히 ´섹시와 유머´라는 시대의 흐름에 몸을 던진 김사랑. 반달 눈웃음의 동양적 매력과 미스코리아로 검증된 시원한 몸매는 그런 그녀에게 ‘핵폭탄’급 무기이다.

관객들은 그런 그녀의 변신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몽정기와 색즉시공 이후 이렇다 할 히트작이 없었던 ´야한 코미디´를 기다리고 있기에, 일단은 관심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 첫 관심을 채워줄 수 있다면, 이는 분명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다. 아무리 홍보비를 쏟아 부어도, 관객들이 만족할 수 없다면, 영화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아직 주연으로는 그 존재감이 부족한 김사랑의 무게를 박준규와 하동훈으로 잘 맞춰냈을지, 그리고 3갈래의 방향과 이를 쫓는 이혁재라는 구조를 어떻게 풀었을지 궁금하게 만든다. 분명, 막판에 화려한 볼거리와 함께 ´착한 결말´이 예상되지만, 이것을 ‘색즉시공’이나 ‘몽정기’ 만큼 풀어냈을 지에 대한 의문이다.

15세 관람가, 김사랑의 벗은 몸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그러나 예고편에서 보여준 그녀의 다양한 변신과 ´몽정기´의 조감독이었던 감독의 능력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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