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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순간 박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건...멘토"


입력 2015.01.28 09:19 수정 2015.01.28 09:28        조진래 편집인

<인터뷰>40돌 맞은 인간개발연 장만기 회장 쓴소리

"선의의 비선은 필요…인간 가치 모르니 아동 폭행"

장만기 인간개발연구원 회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장만기 인간개발연구원 회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멘토가 없다.”, “스님과 목사 신부들 중에도 종북세력이 있다.”, “전교조가 교육을 망쳤다. 종북(從北)도 그 결과다.”, “인간의 가치를 생각하지 않으니 어린이집 폭행, 땅콩 회항 사태 같은 일이 생기는 것이다..”

장만기 한국인간개발연구원(HDI) 회장(78)이 쓴 소리를 뱉어 냈다. 장 회장은 40년 전인 1975년 2월5일 이 땅에 처음 조찬포럼을 소개하고 이제까지 1824회에 이르는 HDI포럼을 이끌어 온 우리 사회 대표적 원로. 대한민국 오피니언 리더들을 이 포럼에 강연자로 참여한 사람과 아닌 사람으로 구분해도 될 정도로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력이 지대하다. 80에 가까운 나이에도 다음달 40주년 기념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는 장 회장을 지난 1월 20일 서울 대치동 연구원에서 만나 창립 40주년의 소회와 함께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들에 관해 들어봤다.

“자본주의 민주주의 일궜으나 ‘인간의 시대’ 아직...”

-인간개발연구원 창립 4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우리 사회에 ‘인간 중심’, ‘인간 존중’의 가치를 뿌리 내리게 한 공로가 매우 큽니다. 소회를 먼저 말씀해 주십시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오상락 교수와 사회심리학과 정양은 박사, 그리고 당시 자동차보험 사장이었던 박은희 대표 등 세 분을 초청해 조선호텔에서 첫 포럼을 열었습니다. 그게 1975년 2월 5일입니다. ‘머지않아 전문경영인의 시대가 올 것’이라 판단해 OB맥주 정수창 사장, 유한양행 조권순 사장 등 네 분을 임원으로 모시고 연구원을 출범시켰지요. 이후 매주 목요일 마다 HDI포럼을 가져 벌써 1824회에 이릅니다. 지금은 월 1회로 조찬포럼을 조정하고 다른 주 목요일에 다양한 행사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기업인들이 참여하는 ‘강남시대’를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젊은 CEO들을 모시고 ‘지혜의 산책’ 프로그램과 ‘인문 향연의 밤’ 같은 행사를 갖고 있습니다."

-지난 40년 동안 1800회가 넘는 조찬 포럼을 진행해 오셨습니다. 꼭 초청하고 싶었는데 이뤄지지 않았던 분, 그리고 앞으로 꼭 모시고 싶은 분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고 김수한 추기경을 모시지 못한 게 늘 아쉽습니다. 한승수 전 총리, 차동엽 신부 등을 통해 수차례 접촉했으나 실패했어요. ‘아침형 인간’이 아니셨어요.(웃음) 성철 스님도 모시려 했으나 이루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꼭 모시고 싶은 분은 ‘김영란법’의 그 김영란 전 대법관입니다."

-연구원 창립 40주년 행사로 내달 5일 롯데호텔에서 대토론회를 여는 것으로 압니다.

"‘대한민국 100년 미래를 좌우하는 경쟁력, 사람’이 주제입니다. ‘인류의 미래는 사람에게 달려 있고, 사람의 미래는 교육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주요 이슈로 제기할 것입니다. 교육이 우리나라의 100년 후를 좌우할 것입니다. 인간 교육, 인성 교육을 얼마나 잘 하느냐가 중요해요. 경제개발 40년 동안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잘 했지만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인간의 시대‘에 관해 깊이 검토해 볼 생각입니다. 사람 중심의 경영을 어떻게 할 지, 우리 사회가 당면한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관해서도 깊은 논의도 있을 겁니다."

장만기 인간개발연구원 회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장만기 인간개발연구원 회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다보스 포럼 같은 글로벌 포럼을 제주도에서

-인간개발연구원의 향후 새로운 미래는 어떤 방향으로 잡고 계신지요.

"연구원 역시 100년의 역사를 써보고 싶습니다. 축적된 노하우와 인적 자원을 토대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일류국가를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글로벌 리더십 포럼’을 만들어 서울에 와 있는 외교 사절들과 국내 기업인들이 실질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한국을 제대로 알리는 기회를 갖고자 합니다. 지난 32년 동안 진행해 온 ‘제주 섬머 포럼’도 올해부터는 제주도, 외교통상부와 함께 진행하는 ‘아시아 리더스 제주포럼’으로 전환됩니다. 인간개발연구원이 경제 부분을 담당하게 됩니다. 한국과 중국 일본 3국 관계는 물론 동북아시아의 중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많은 기업인들이 참여해 스위스 다보스나 중국의 보아와 같은 세계적 포럼으로 성장하길 기대합니다. 올해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마윈 알리바바 회장 같은 분들을 초청할 예정입니다."

-은퇴한 기업인들과 고위 관료분들과 함께 멘토단을 구성해 많은 의미있는 일들을 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국내 굴지 대기업의 최고위 임원이 은퇴하셨길래 “이제 무엇을 하실 겁니까?”하고 물었더니 “좀 쉬어야지요”하시더군요. 그래선 안됩니다. 그분이 얼마나 귀한 존재입니까. 사회와 국가를 위해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봉사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국가와 사회는 그럴 필요성을 얘기 않고, 본인들은 그렇게 해야 겠다는 생각을 못합니다. 부와 명예만 생각한 결과입니다. 그래서 인간개발연구원의 취지에 공감하는 분들이 참여하는 ‘미래성장발전위원회’를 발족시켰습니다. 비정치 비종교 비영리 3원칙에 의거해, 정부가 몰라서 못하는 것들을 민간 차원에서 재조명하고 국가 사회의 미래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돈이 있으면 돈을, 네트워크가 있으면 네트워크를, 재능이 있으면 재능을 기부한 분들이 함께 합니다. 기부금도 펀딩해 그 분야에만 쓰도록 할 생각입니다."

-해외 동포 후손들 지원사업도 하고 계십니다. 어떤 계기였으며 성과는 있는지요.

"1988년에 소련과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해 최재형(1860~1920)이라는 분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분은 러일전쟁 때 군수사업으로 큰 돈을 벌었는데 그 돈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전폭 지원했습니다. 안중근 의사의 의거도 그 분 덕입니다. 그런데 그의 후손들을 비롯해 많은 고려 이주인들이 어렵게 살고 있습니다. 국내에 돌아와 ‘최재형 장학회’를 만들어 35명 정도의 고려인 후예들이 공부할 수 있게 지원해 주었습니다. 중국의 조선족들도 연변조선자치구가 해체되었다 할 정도로 전역으로 흩어져 살고 있습니다. 이분들 후손이 대학에 들어가 제대로 공부할 수 있게 되면 우리에게도 얼마나 도움이 되겠습니까. 그래서 중국 동포들을 위한 장학회 조직도 구상 중입니다. 이렇게 정부가 몰라서 못하는 사업을 찾아 할 예정입니다. 기업인들의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기업인 사면 가석방, 국민적 합의 바탕되어야

-성장 동력이 위축되고 국내외 경제 환경이 악화되면서 기업인 사면 가석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경제 살리기냐 법치 고수냐의 문제인데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신지요.

"정치적 타협 차원에서 자꾸 이 문제를 접근해선 안된다고 봅니다. 기업인이 남은 생을 국가와 사회의 선진화, 세계화를 위해 바치겠다는 굳은 약속이 있어야 합니다.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는 메시지가 분명히 전달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국민들을 납득시켜야 합니다. 국민적 합의가 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회 통합과 화합적 차원에서 생각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렇기에 자꾸 정부에 '결단하라' 식으로 부담을 주면 안됩니다.

기업은 국가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왜 기업은 성장하는데 일자리는 되레 줄어들겠습니까? 대기업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인간적 배려’가 부족했던 탓입니다. 모두가 어려울 때는 몰랐는데 경제상황이 나아지면서 ‘불평등’을 외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어요. ‘땅콩 회항’ 사건이 왜 일어났습니까. 사람을 인격적으로 존중한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입니다.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알려준 사건입니다."

장만기 인간개발연구원 회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장만기 인간개발연구원 회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치 지도자에겐 누구보다 훌륭한 멘토가 필요하다”고 늘 말씀하셨습니다. 최근 인사파동을 겪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조언해 주실 말씀이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당 태종 이세민은 형을 죽이고 권좌를 물려 받은 직후 위증이라는 신하의 얘기를 경청해 태평성대를 이뤘습니다. 그러나 나중에는 남의 말을 듣지 않다가 어려움을 겪었지요. 우리 역대 대통령들도 같습니다. 전두환 대통령도 처음에는 한경직 목사 등을 초청해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듣다가 언제부터인가 “종교라는 것이…”하고 강연을 하더랍니다.

김대중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에 들어갔던 한 인사는 대통령이 아담과 이브 시절 얘기부터 40여분 동안 줄줄이 풀어내는 것을 보고는 “나라 큰 일 나겠구나”하고 걱정이 들더란 얘기를 전하더군요. 박정희 대통령도 각계 사람들 얘기를 경청했지만, 자신이 안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남의 말을 듣지 않다가 비극을 맞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여기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얘기를 들어야 한다. 정윤회 논란 등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박 대통령은 마치 혼자 고도(孤島)에 있는 것 같아요. 진짜 ‘멘토’가 없습니다. 대통령에게는 다양한 멘토가 필요합니다. 국가 지도자라면 (선의의) 비선을 통해 다양한 얘기를 들어야 합니다."

-올해는 정주영 회장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정 회장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정주영 회장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불세출의 기업인입니다. ‘참 지도자’란 리스크 테이킹을 할 수 있는 사람인데, 그런 면에서 그는 실천적 기업인이었습니다. 신화적 존재이지요. 고 박정희 대통령과 힘을 합쳐 이 만큼 한국 경제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다만 그 분이 막판에 정치에 참여한 것은 아쉬운 일입니다. 그 때 정치에 쏟아부은 돈의 10분의 1만이라도 경제에 투입했다면 어땠을까요. 대학들을 지원해 한국경제를 이끌 기술인들을 양성했다면 정 회장은 대한민국의 영원한 영웅이 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통일 준비 아직 요원 ... 종북세력 확산 막아야

-대한민국의 향후 100년에 ‘통일’은 매우 중요한 이슈입니다. 최근 정부도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될 통일정책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압니다. 정부에 주실 말씀이 있으신지요.

"통일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인간’에 대한 공부를 좀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중국 관계자가 “통일은 대한민국의 문제인데 내부에선 하나도 않고 외부에서 해결해 줄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는 뼈아픈 얘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탈북자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목숨을 걸고 북한을 빠져 나왔는데 우리는 삶의 터전을 마련해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3000만원 씩 주던 정착금도 이젠 200만~300만원 수준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외국에서 무기 살 돈을 조금만 줄이면 가능한 일입니다. 그들이 한국을 천국으로 생각하고, 남과 북이 같이 잘 살 수 있는 땅이라는 확신을 갖게 해 줘야 합니다.

현실은 어떻습니까. 가정 건강 모두 어렵고 반한(反韓) 감정만 쌓이고 있습니다. 금융 브로커들에게 속아 빚쟁이가 되어 가고 있어요. 재입북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이런 2만~3만명의 탈북자들을 그대로 두고 통일을 얘기하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조선족 동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에 60만명 가량이 있다는데 그들이 돈 벌어 중국으로 돌아갈 길을 열어 주어야 합니다. 지금대로라면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통일을 논하기 전에 이런 문제들을 직시해야 합니다. 내부적으로 준비가 너무 안돼 있습니다. 아직 통일의 길은 멉니다. 통일이 이뤄지리라 생각하는 국민들도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통일을 방해하는 요인이 무엇인지에 관한 연구도 할 참입니다. 기업인들이 주축이 되어 ‘원 코리아 비즈니스 펀드’를 만들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장만기 인간개발연구원 회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장만기 인간개발연구원 회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석기 통합진보당 전 의원이 최근 대법원에서 징역 9년 판결을 받았습니다. 통진당과 이석기, 종북 세력에 관한 회장님의 견해를 말씀해 주십시오.

"전교조가 교육을 망쳐 놓았습니다. 선생님들이 사범학교에서는 맑은 정신으로 배우다가 이젠 악의 뿌리처럼 되어 버린 이들이 많습니다. 이들이 잘못된 교육을 해 걱정입니다. 그 결과로 이석기 같은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지금 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급진적인 이석기의 배후에는 ‘세력’이 있습니다. 스님 가운데도 종북세력이 있고 신부님 목사님 중에도 있습니다. 이들에게 종북은 신앙에 가깝습니다.

내년부터 총선과 대선이 이어질텐데 이런 세력들이 또 어떻게 사회를 어지럽힐까 걱정됩니다. 종북 세력을 용서해선 안됩니다. 그리고 이제는 통진당이나 이석기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사회적 배경을 걱정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종북 세력들은 남쪽의 혼란과 불안을 키워 손 안대고, 전쟁 않고도 통일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입니다. 처벌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최근 어린이집에서 보육 교사가 아이를 폭행하거나 가혹행위를 한 사건이 잇달아 드러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보육교사들 교육을 잘못 시켰습니다.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잊어 버렸습니다. ‘인간 부재’ 상황입니다. 아이가 미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지 않고) 물건으로 취급한 때문입니다. 교사들이 아이에게 진정성을 보이지 않은 결과입니다. 중고등학생들도 교사들에 대한 불만이 팽배한 것으로 압니다. 군인, 공무원과 함께 교사는 연금 혜택을 받습니다.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노후보장이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더 잘해야지요. 보장만 믿고 삶을 혼자 누리려는 사람들이 문제입니다. 헌신해야 한다는 생각이 중요합니다. 모두가 교육이 잘못되어 빚어진 문제입니다."

조진래 기자 (jjr201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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