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1월 19일 취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금융감독원 제공
“보험, 증권 등 기존 금융업과 결합해 금융과 IT의 융합 혁신을 가속하는 데 기여해달라. 핀테크 업체가 금융시장에 진입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규제들을 지속적으로 고치겠다.(진웅섭 금융감독원장)”
“핀테크는 금융권에서 새로운 영역을 창출할 도전이자 기회다. 핀테크가 도입됐을 때 기존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걱정보다는 시장을 넓힐 기회가 많을 것이다.(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
금융권에서 ‘핀테크’ 깃발을 들어올렸다. 핀테크는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을 융합한 것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5일 업무보고에서 “핀테크 기업과 금융기관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도록 노력해달라”고 언급 한 뒤 금융권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21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과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나란히 핀테크 활성화에 불씨를 당겼다. 금융당국에선 규제완화를 통한 시장분위기 조성을 강조했고, 은행권에선 “도전의 기회”라며 적극적인 시장진출 의지를 다졌다.
우선 진 원장은 이날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제1회 핀테크 기술 진단 포럼’에서 “정부의 핀테크 육성정책에 부응해 금감원도 핀테크 업체들이 내수시장뿐 아니라 해외진출을 통해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 원장은 핀테크 활성화의 최대 걸림돌인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등 시장 진입장벽을 허물겠다고 강조했다. 진 원장은 또 “금융회사 역시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을 고도화하고, 금융회사 내외부 전산망을 완벽히 분리해 보안 위험을 낮추겠다”고 말했다.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이 21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은행연합회 제공
금융회사들에게 "새로운 기술 적극 수용하는 자세 필요"
특히 진 원장은 소액 송금 등에 치중된 국내 핀테크 산업 흐름에서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큰 빅데이터 분석과 디지털 대출 심사 등 ‘다양성’에 방점을 둔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 원장은 “핀테크 업체들이 크라우드펀딩이나 P2P 대출 등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보험이나 증권과 같은 기존 금융업과 결합해 금융과 IT의 융합 혁신을 가속하는 데에도 기여해달라”고 말했다.
진 원장은 금융회사들에게 “스스로 혁신의 관점에서 함께 노력하고 새로운 기술을 적극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페이팔(Paypal)과 알리바바(Alibaba)처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국내 금융산업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은행권을 대변한 하 회장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가진 신년기자간담회에서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는 핵심 방안으로 핀테크 활성화를 제시하며 “핀테크는 금융권에 새로운 영역을 창출할 도전이자 기회”라고 강조했다.
특히 하 회장은 “미국의 모바일 결제서비스 업체인 페이팔이 처음 등장했을 때 글로벌 전자결제 네트워크사 비자(VISA)가 큰 경계심을 가졌으나 현재는 윈-윈하는 시너지 형태로 시장을 키우고 있다”며 “핀테크가 도입됐을 때 기존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보다는 시장을 넓힐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 회장은 이어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이미 스마트폰뱅킹과 인터넷뱅킹과 카드 이용이 매우 발달돼 있다”며 “우리나라 핀테크는 새로운 영역에 포커스를 두고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모양내기 급급' 금융회사 "'보증'없으니 막막한 상황"
해외에서는 이미 핀테크 기업들이 거대 공룡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은 걸음마도 떼지 못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기득권을 가진 금융회사들의 분위기가 소극적이다.
보수적인 은행권의 문화에서 ‘혁신’의 상징으로 통하는 핀테크가 싹을 틔우기 위해선 단순히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것만으로는 환경 조성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책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핀테크 기업의 아이디어를 도입하기엔 위험부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더욱이 시중은행들이 핀테크 기업과의 제휴를 보안 문제 등을 이유로 꺼리고 있어 핀테크 활성화에 의지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금을 빌려주고 받는 데에 익숙한 은행입장에선 생소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핀테크 기업의 사업모델이 불안정한 만큼 수익성에 대한 ‘보증’ 없이 제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들은 정부의 압박에 모양새만 내는 데에 급급한 실정이다. 일부 은행에선 핀테크 관련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지만, 아직까진 관련 기업에 대한 대출 창구 문턱을 낮추는 등 기존 사업에 핀테크 문구를 덧댄 수준이다.
대통령과 금융당국의 연이은 핀테크 드라이브에 “요즘 이런 압박이 제일 부담스럽다”는 게 은행맨들의 공통된 넋두리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은 태생적으로 리스크를 피하는 본능이 있기 때문에 핀테크를 비롯한 이슈 대응에 소극적인 입장일 수밖에 없다”며 “당장 핀테크 추진을 위해 어떤 파트너와 어떤 방식으로 풀어야할지 방법론조차 잡히지 않은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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