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해 질대로 비대해진 올림픽을 치르는 데 한 도시에 그 부담을 모두 지우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한다면 차라리 올림픽의 규모를 다시 축소하는 것이 옳은 방안일 수 있다. ⓒ 게티이미지
개막까지 3년 이상 남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최근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는 평창 동계올림픽 분산개최 논란을 보노라면, 개막했을 때 어떤 모양으로 펼쳐질지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8일(한국시각) 모나코 몬테카를로에서 열린 제127회 임시총회에서 올림픽 개혁안 '어젠다 2020' 중 하나인 '단일 도시에서 개최하던 올림픽을 여러 도시에서 분산 개최하는 개혁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은 지난 6일 기자회견을 통해 "IOC 총회에서 '어젠다 2020'이 확정되면 2018년과 2020년 올림픽을 치르는 한국과 일본이 일부 종목을 분산 개최할 수 있다"며 "IOC 관계자들이 내년 1월과 2월 한국과 일본을 방문해 대회 준비 과정을 점검하면서 조정 가능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언급, 평창동계올림픽과 2020 도쿄하계올림픽 일부 종목에 대한 교차 개최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 임시총회에서 현실화 시킬 수 있는 길을 열어냈다.
현재 말이 나오고 있는 경기장은 썰매 종목, 즉 봅슬레이나 루지, 스켈레톤 같은 종목의 경기장으로 이 종목을 일본 나가노에서 치르자는 것이 IOC가 제시하고 있는 방안이다. 이와 관련해 구닐라 린드버그 IOC 평창 동계올림픽 조정위원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12개의 경기장 리스트를 줄 것”이라며 “그 몇 개 경기장은 당장 내일이라도 올림픽을 치를 준비가 돼 있다. 선택은 어려운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IOC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이해 당사자인 정부와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강원도 등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근 IOC 위원장의 개혁안 발표로 평창올림픽 분산개최론이 제기되는 등 올림픽 준비와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며 “3번 만에 어렵게 유치한 대회이고 각 경기장 공사가 이미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분산개최 논의는 의미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한국이 유치한 동계올림픽과 일본이 유치한 하계올림픽의 일부 종목을 나눠서 치른다는 방안은 사실상 한국에게 동계올림픽의 일부를 일본에 양보하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동계올림픽의 종목수와 하계올림픽의 종목수를 따져볼 때 일부 종목이 다른 국가에서 열릴 경우, 해당 대회가 받게 될 충격파가 어느 대회에 더 크게 미칠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는 문제다.
동계올림픽에서 썰매 종목은 인기 종목이다. 많은 관중들은 물론 미디어의 관심도 집중이 되는 종목이다. 이 같은 종목을 일본서 치르게 한다는 것은 그에 따른 부가가치를 일본이 가져갈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을 의미하며, 한국에는 그 만큼 동계올림픽 개최에 따른 직접적 경제적 이익을 감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다 도쿄하계올림픽 종목 가운데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지는 종목을 한국에서 치르도록 한다면 더더욱 한국은 크게 손해 보는 장사를 하게 되는 셈이 된다.
일본이나 IOC에 도쿄 올림픽에서 다시 정식종목이 될 가능성이 높은 야구를 한국에서 개최할 수 있도록 요구한다면 과연 일본은 이를 받아들일까. 도쿄올림픽 종목 가운데 어떤 종목을 한국에서 분산 개최하느냐의 문제도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파탄 우려가 높은 강원도의 재정 문제를 들어 분산개최론을 무조건 배척하면 안 된다는 현실론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이 평창 동계올림픽의 분산개최를 받아들일 경우 IOC가 경기장 공사 비용을 보전해준다든지 대회 지원금을 늘린다든지, 방송 중계권 협상에서의 배려 등의 방법을 통해 경제적으로 한국에게 ‘당근’을 안길 가능성이 충분해 정부와 강원도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그와 같은 모든 요소를 고려하더라도 한국과 일본이 손잡고 올림픽을 함께 치른다는 문제는 국민 정서상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임이 분명하다.
또한 IOC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사안이기는 하나 올림픽을 다른 도시, 다른 국가와 나눠서 치를 수 있도록 한 사안은 분명 올림픽의 본 모습을 훼손한 것이다.
비대해 질대로 비대해진 올림픽을 치르는 데 한 도시에 그 부담을 모두 지우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한다면 차라리 올림픽의 규모를 다시 축소하는 것이 옳은 방안일 수 있다. 그것이 곤란하다면 올림픽 명칭에 도시를 앞세우지 말고 월드컵 축구대회처럼 국가의 이름을 앞세워 한 국가에서 책임지고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IOC의 분산개최 추진에도 정부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분산개최 없이 단독으로 치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주사위가 이미 던져진 셈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유치되는 과정도 그랬고, 유치된 이후에도 그랬지만 평창의 앞날이 고난의 연속이 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그리고 지금은 올림픽 개최 이후 재정 파탄 등 재앙적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올림픽 역사상 최악의 기형아가 될지, 아니면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뒤로하고 새 시대의 올림픽 개최 모델로 제시될 수 있을지는 앞으로 닥칠 선택의 기로에서 어떤 지혜를 발휘하느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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