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민주적 폭거? 축구 벗어난 이재명 시장의 좌충우돌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4.12.04 09:05  수정 2014.12.04 09:34

책임 범위 넘어선 섣부르고 과격한 발언으로 사안 본질 왜곡

발언 잘못 인정 없이 갈등구도 키워 논점 덮는 정치판 물타기 전형

이 시장의 진정성이 설득력을 지니려면 축구계에 대한 고언만큼이나, 올 시즌 성남을 둘러싼 난맥상에 대한 자기 반성도 선행되어야한다. ⓒ 연합뉴스

시민구단 성남FC 구단주 이재명 성남시장의 행보가 프로축구계에 때 아닌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SNS를 통해 심판 판정에 대한 불신과 피해의식을 여과 없이 드러낸 이재명 시장의 연이은 돌출 언행은 프로축구연맹 규정 위반으로 상벌위에 회부됐다. 여기에 이 시장이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연맹의 결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거부 의사를 드러내며 소송까지도 불사하겠다는 반응이라 양측의 갈등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론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 이 시장 발언을 지지하는 이들은 국내 축구계의 오랜 악습에 대해 모처럼 당연한 '쓴소리'를 했다며 속 시원하다는 반응이다. 반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이 시장이 다분히 주관적이고 경솔한 발언으로 심판과 축구계를 매도하면서 여론의 관심을 끌려는 '노이즈 마케팅'을 하고 있다며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대체로 국내 축구계와 심판들에 대한 불신이 강한 일반 축구팬들은 이 시장 주장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반면 축구계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이나 언론은 이 시장의 언행이 본질을 벗어났다며 비판적인 시각이 훨씬 우세하다.

이 시장이 다소 과격한 발언에도 일부 팬들의 지지를 얻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만큼 심판 판정에 대한 불신의 골이 축구계 깊이 만연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시장 발언에 동조하지 않는 이들조차도 그동안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축구계 내부의 '자정 의지'가 약하다는 점에서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심판 판정이나 잘못된 행정에 대해 개선되는 부분은 적은데 오히려 최소한의 이의 제기마저 권위적인 규정만을 앞세워 막아버리면, 말 그대로 '오심이 경기의 일부'가 되어버린다. 축구계가 팬들의 민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명분이 그럴듯하다고 해서 이 시장의 언행이 모두 합리화되는 것은 아니다. 이 시장의 가장 큰 오류는 처음부터 책임질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섣부르고 과격한 발언으로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시장은 처음 논란을 일으킨 SNS에서부터 성남을 가리켜 '왕따된 우등생'이라고 지칭하는가 하면, 심판 판정에 문제를 갑자기 과거의 '승부조작'과 연결시키기도 했고, 부산전에서는 '프로축구연맹 총재(실제는 대한축구협회장)이자 부산 구단주 정몽규 회장이 직관하는 가운데 부당하게 PK를 내줬다'는 식으로 연관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시장은 성남이 패한 원인을 모두 남 탓으로 돌리면서 자신과 성남은 일방적 '피해자'고, 올 시즌 성남의 추락을 축구계의 악습과 부정부패 때문인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 이는 성남을 제외한 다른 구단들도 공감하기 어려운, 철저한 진영논리적 발상에 불과하다. 특히, 의혹만 제기하고 그를 입증할만한 정황이나 증거는 제시하지 못한 '아님 말고식' 언행은 책임감 있는 구단주였다면 함부로 해서 안 될 것이었다.

심지어 이 시장은 구단이 2부리그로 강등될 경우, 구단 운영이 어려워서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반납해야할지도 모른다는 등 구단주이자 K리그의 일원으로서 자격이 의심스러울 만큼, 무책임한 발언을 내뱉었다. 논란거리만 던져놓고 집중적인 비판을 받자 은근슬쩍 말을 바꾸거나,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외부를 향한 갈등구도를 자꾸 키워 논점을 덮으려는 물타기는 전형적인 '정치인의 화법'이다.

이 시장의 무리수는 연맹의 징계 가능성이 거론된 기자회견에서도 계속됐다. 여기서 표현의 수위가 한층 더 높아졌다. '성남 FC와 100만 성남 시민에 대한 선전 포고' '반민주적 폭거' '성역이 된 판정' '연맹과의 전면전 선언'같은 과격한 표현들이 등장했다. 축구라기보다는 정치인들이 장외투쟁을 벌일 때 나오는 구호들에 가깝다.

자신의 발언이 일으킨 파장에 대해 아무 상관도 없는 시민들을 끌어들여서 성남시와 축구계의 싸움인 것처럼 비약한다거나, 사태의 원인을 축구연맹 탓으로 돌려서 자신의 언행을 합리화하려는 적대적인 표현도 귀에 거슬린다. 경남 FC 구단주이기도 한 홍준표 경남지사도 SNS를 통해 이 시장에 동조했다.

이처럼 이 시장의 위험한 독불장군식 행보는 절차와 과정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 없이 자신의 언행을 합리화하면서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K리그 감독이나 선수들도 심판 판정에 불만을 제기했다가 징계를 받은 적은 있지만, 룰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구단주가 절차와 규정을 대놓고 무시하려든다면, 앞으로도 저마다 자기 목소리만 내세워 이익을 관철시키려고 들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 시장의 행동은 악습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스스로 또 다른 악습을 초래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이 시장의 진정성이 설득력을 지니려면 축구계에 대한 고언만큼이나, 올 시즌 성남을 둘러싼 난맥상에 대한 자기 반성도 선행되어야한다. 성남만 해도 올 시즌 폭행 파문을 일으킨 박종환 감독의 선임에서부터 잦은 감독교체의 혼란과 내우외환으로 곤욕을 치렀다. FA컵 우승과 1부리그 잔류로 간신히 한숨을 돌렸지만 성남이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면 그 책임은 당연히 이 시장이 가장 먼저 짊어져야 했다.

일부 정치인 구단주들의 무성의한 행태 또한 심판 문제와 축구행정 못지않게 많은 팬들의 불신을 사고 있다는 현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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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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