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쓴 맛’ 한화, 또 지갑 열어야 하는 이유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4.11.17 10:05  수정 2014.11.17 10:12

178억원 투자하고도 3년 연속 꼴찌 굴욕

김성근 효과 극대화 투자 필요..SK출신 FA 주목

한화 김성근 감독(왼쪽)과 정승진 사장은 FA 시장에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 ⓒ 연합뉴스

한화 이글스는 지난 2년간 FA(자유선수계약) 시장에서 다소 아픈 경험을 했다.

한화는 2012년 에이스 류현진을 미국으로 떠나보내면서 포스팅 비용으로 약 280억의 이적료를 두둑하게 챙겼다. 하지만 정작 한화는 그해 FA 시장에서 류현진의 빈자리를 메울만한 어떤 전력 보강도 이루지 못했다.

당시 김응용 감독은 2명 이상의 FA를 영입해줄 것을 구단에 요청했지만, 어떤 선수도 오지 않았다. 이듬해인 2013년 한화는 절치부심했다. 일찌감치 FA 시장의 '큰 손'을 예약하며 국가대표 테이블 세터 정근우(4년 70억원)와 이용규(4년 67억원)를 한꺼번에 영입했다. 여기에 한화는 내부 FA였던 이대수(4년 20억원), 한상훈(4년 13억원), 박정진(2년 8억원)까지 모두 눌려 앉혔다.

한화가 지난해 FA 시장에서 쓴 금액만 무려 178억에 이르렀다. 지난해 FA 시장 선수연봉총액이던 523억의 약 3분의 1에 이르는 돈이 한화의 지갑에서 나왔다. 그러나 한화의 '머니 파워'는 여전히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한화는 2013년과 2014년에도 여전히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며 팀 창단 이래 최초로 3년 연속 꼴찌의 굴욕을 체험했다.

부진하던 이대수는 조인성과의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고, 정근우-이용규는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에 그쳤다. 국내 최고연봉자인 김태균은 나름 꾸준한 활약에도 몸값에 못 미치는 '똑딱이형 4번타자'라는 오명을 들으며 팀 성적 부진의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올 시즌 '우승청부사' 김성근 감독을 새롭게 영입한 한화의 행보는 야구계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다. 올해 FA 시장은 벌써부터 지난해를 뛰어넘는 '쩐의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최정, 윤성환, 장원준, 안지만 등 대어급 선수들이 대거 쏟아져 나온다. 여전히 꼴찌인 한화보다 전력보강이 더 절실한 팀은 없다.

김성근 감독은 그동안 중하위권 팀들을 맡아서 특유의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전력을 끌어올린 경험이 풍부하다. 가진 자원을 가지고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김성근 감독의 주특기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도 외부 FA 영입을 마다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실제로 김성근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전력보강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욕심 같아서는 이번에 FA가 되는 선수들을 다 데려왔으면 좋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검증된 FA 자원들을 영입할 수 있다면 한화의 리빌딩에 더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

자금력은 충분하다. 예년과 달리 올해는 FA 시장에 쓸 만한 투수자원이 많다. 한화에 가장 시급한 것이 마운드 보강이라고 했을 때 FA 시장에서 검증된 선발과 불펜 자원을 보강할 수 있다면 큰 힘이 될 전망이다.

공교롭게도 김성근 감독과 과거 한솥밥을 먹었던 SK 출신 선수들이 대거 올해 FA 시장에 나온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올 시즌 SK는 9개 구단 중 가장 많은 6명의 선수들이 FA자격을 얻었다. 최정, 김강민, 조동화 등은 김성근 감독을 만난 2007년부터 SK에서 전성기를 열었던 주역들이기도 하다. SK가 내부 FA를 모두 잡지 못할 경우, 누구보다 이 선수들을 잘 아는 김성근 감독이 영입에 관심을 나타낼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이전 소속팀들에서 팀 사정상 외부 FA 영입에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김성근 감독이 한화에서는 모처럼 '실탄 지원'을 넉넉하게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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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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