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니츠카야는 지난 8일(한국시간) 열린 2014-1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그랑프리 시리즈 3차 중국 대회에서 2위를 차지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 클린 연기로 당당히 1위(69.56점)에 올랐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실수를 연발하며 104.01점에 그쳤다. 결국 합계 173.57점으로 우승을 놓쳤다.
‘웃다가 운’ 리프니츠카야는 포디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1위 엘리자베타 뚝따미쉐바(18·러시아)와 3위 무라카미 카나코(20·일본)만이 쓸쓸히 시상식장을 지켰다.
같은 시각 리프니츠카야는 호텔에서 펑펑 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장통’이었다. 키가 3cm나 자랐고 체격도 달라졌다. 리프니츠카야는 2분 50초 쇼트에서 깔끔한 연기를 펼쳤지만, 4분 10초 프리에서는 체력 저하와 집중력 결여가 맞물려 실수를 연발했다.
자신의 의지대로 몸이 따라주지 않자 더욱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자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리프니츠카야가 2014 소치 올림픽에도 출전하지 못했던 뚝따미쉐바에게 정상을 내준 것이다.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것이다.
게다가 프리스케이팅에선 연신 엉덩방아를 찧었음에도 ‘국가 파워(러시아 영향력)’ 덕분에 예상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또한 솔직한 성격의 리프니츠카야 자존감에 타격을 줬다.
물론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은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여자 피겨스케이팅 역사상 초유의 일이기도 하다. ISU에서 선수 개인이나 러시아빙상연맹에 징계를 내릴 가능성도 충분하다. ISU 심판진의 눈 밖에 난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리프니츠카야가 받았을 상처를 생각하면 동정심이 드는 것도 쇼트에서 성장통을 극복하는 듯 보였지만, 프리에서 굴곡진 시련을 예고했다.
소치 올림픽에서 자신에게 쏟아지던 영광을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게 빼앗겼던 리프니츠카야가 또 한 번 찾아온 시련을 극복할 수 있을까. 질풍노도의 시기를 맞은 리프니츠카야에겐 지금이 피겨 인생의 갈림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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