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농구, 선택과 집중이 만들어낸 '금메달'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4.10.03 12:29  수정 2014.10.03 12:32

중국 꺾고 20년 만에 아시안게임 정상 등극

세계선수권과 병행-부담감 속 유종의 미 거둬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변연하, 신정자 등 노장들의 투혼을 앞세워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 연합뉴스

여자농구 대표팀이 20년 만에 값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여자 농구 대표팀은 2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중국에 70-64로 승리를 거두며 정상에 올랐다.

한국 여자농구는 1994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최근 4번의 대회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특히 지난 2010 광저우 대회에서는 중국의 홈 텃세와 오심에 밀려 은메달에 그쳤던 한을 풀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통산 4번째 우승. 2007년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선수권 대회에 이어 7년 만에 같은 곳에서 개최된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인천이 약속의 땅임을 증명했다.

대표팀은 홈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부담감도 매우 컸다. 여자농구 아시아 3강으로 꼽히는 한중일 가운데 아시안게임에 정예 1진을 출전시킨 나라는 오직 한국뿐이었다.

중국과 일본은 모두 세계선수권에 1진을 파견하고 아시안게임에는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을 꾸렸고, 한국은 정반대로 세계선수권에 젊은 선수들로 2진을 내보냈다.

한국으로서는 나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전통적으로 아시안게임을 중시해온 국내 정서상, 홈에서 찾아온 우승 기회를 놓칠 수 없었고 일정상 겹치는 세계선수권과의 병행은 불가능했다. 만일 세계선수권에 주력 선수들을 내보냈다가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아시안게임까지 망친다면 최악의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한국이 유리한 상황이라고는 했지만 아시안게임도 결코 쉬운 것은 아니었다. 젊은 선수들이라고 해도 중국과 일본의 전력은 예상보다 만만치 않았다. ‘잘해야 본전’이라는 심리적인 부담감도 대표팀을 괴롭혔다. 특히 결승에서 만난 중국을 상대로는 3쿼터까지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물고물리는 치열한 접전이었다.

결과적으로 여자농구의 선택과 집중은 결실을 맺었다. 베테랑들의 노련미가 역시 빛을 발했다. 30대 이상 선수가 8명이나 포진한 한국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고비에서 경기를 풀어가는 뒷심이 한 수 앞섰다.

이미선과 변연하, 신정자, 임영희 등 30대 주축 선수들은 사실상 이번 대회가 마지막 아시안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몇몇 선수는 이미 국가대표 은퇴를 예고한 상황이었다. 국제대회에서 오랫동안의 노고에 비해 늘 아쉬웠던 우승의 한을 풀기 위해서 베테랑들은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고 금메달로 유종의 미를 거두는데 성공했다.

한국 여자농구의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의미 있는 성과지만, 한편으로 미래에 대한 경고도 남겼다. 노장들이 은퇴하고 난 뒤 대표팀이 앞으로도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대교체가 시급하다.

이번 농구월드컵을 통해 많은 경험을 쌓은 박지수 등 신예들의 성장이 절실한 상황이다. 중국과 일본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희생해가면서까지 한국보다 한발 앞서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2년 뒤 리우 올림픽 진출을 노리는 한국 여자농구는 내년 이후 더 험난한 도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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