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2012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양학선은 25일 남동체육관서 열리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기계체조 도마 결승에 출전한다. 최대 라이벌은 ‘체조영웅’으로 불리는 북한 리세광(29)이다.
결국 이번 인천아시안게임 도마의 우승대결은 ‘신과 영웅의 대결’인 셈이다. 정상 컨디션이었다면 양학선이 근소한 우세를 나타낼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현재 양학선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따라서 양학선과 리세광 어느 쪽이 유리할 것이라고는 예측하기 어렵다.
24일 마루운동에서 상대방의 컨디션을 어느 정도는 파악한 상태. 마루 4면을 이용해 70초 동안 연기를 펼치는 마루운동에서 리세광은 착지에서 한 차례 실수를 범하며 14.533점(난도 6.400, 실시 8.133점)을 받아 6위에 올랐다.
허벅지에 두꺼운 테이핑을 한 채 리세광에 이어 등장한 양학선 역시 반복되는 착지 동작에서 허벅지 햄스트링 부상을 부담스러워 했고, 결국 4번째 착지에서 앞으로 넘어지는 실수를 범하며 14.100점(난도 6.3점, 실시 7.8점)을 기록, 리세광보다 아래인 7위에 이름을 올렸다.
도마 종목과 관련 두 선수는 모두 자신의 이름을 딴 기술을 앞세워 금메달을 노린다.
지난 21일 열린 개인 예선에서 리세광은 최고 난도인 '드라굴레스쿠 파이크(도마를 앞으로 짚은 뒤 몸을 접어 2바퀴 돌고 반 바퀴 비틀기)'와 자신의 이름이 붙은 최고난도 기술 ‘리세광’(도마를 옆으로 짚은 뒤 몸을 굽혀 두 바퀴 돌며 한 바퀴 비틀기)을 완벽하게 선보이며 예선 1위로 결선 진출을 확정 지었다.
반면 햄스트링 부상으로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양학선은 예선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독보적인 기술 ‘양학선’과 ‘양학선2’를 사용하지 않고 2위로 예선을 통과했다.
양학선의 ‘양학선2’는 지난해 국제체조연맹(FIG)에서 신기술로 등재됐지만, 연맹 산하 대회에서 시도하지 않아 공식 인정은 받지 못했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성공시킨다면 금메달과 함께 기술인정이라는 두 배의 기쁨을 얻을 수 있다.
변수는 착지다. 마루운동이 70초 동안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며 연기를 펼치는 반면 도마는 도움닫기와 구름판 밟기에 이어 뜀틀을 손으로 짚으며 공중으로 날아올라 공중동작을 펼치고 착지하는 모든 과정이 불과 수 초 내 벌어지는 차이가 있다.
햄스트링 부상이 어느 종목 연기를 펼치는 데 더 부담스러울 지는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지만 일단 도마에서만큼은 채점에서 비중이 매우 큰 착지에 가장 큰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양학선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누가 착지를 더 짧게 하느냐에 따라 점수가 바뀔 듯하다"고 말한 바 있다. 착지 이후 많이 움직이지 않아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고, 결국 메달 색깔을 금색으로 정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는 말이다.
이에 비춰본다면 리세광이 전반적으로 착지에 약점이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양학선이 리세광보다 착지에 강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결코 아니다.
엄청난 스피드의 도움닫기 이후 공중동작을 펼친 뒤 착지하는 과정에서 감당해야 하는 엄청난 강도의 관성을 떠올릴 때, 햄스트링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양학선이 과연 그것을 이겨낼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인천 아시안게임이 개막하기 전 누구도 ‘신’이라 불리는 양학선이 ‘인간계의 영웅’ 리세광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도마 결승을 코앞에 둔 현 시점에서는 상황이 급변해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홈 팬들과 언론의 높은 기대는 양학선의 멘탈 매니지먼트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앞서 수영에서 기대했던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박태환에 대해 마이클 볼 코치가 심리적 부담을 떨치지 못한 것을 패인으로 지적했는데 이는 양학선에게도 해당될 수 있는 말이다.
강력한 라이벌 존재, 불의의 부상, 그리고 어드밴티지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보면 핸디캡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농후한 ‘홈’이라는 환경 등 양학선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이들 세 가지 위험요소를 극복해야 한다.
그야말로 악전고투가 예상되는 도마 결승에서 양학선이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위험요소를 극복하고 ‘도마의 신’으로서 자존심을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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