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은 9일(한국시각)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에 위치한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4강전에서 독일에 1-7 대패했다.
이날 브라질은 공수의 핵 네이마르, 티아구 실바가 수니가 가격과 경고누적 탓에 결장함에 따라 큰 공백을 안고 독일전을 치러야 했다. 그럼에도 축구 전문가들은 홈 이점을 안고 있는 브라질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면서 박빙의 승부를 예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충격의 연속이었다. 초반 주도권을 쥐어간 브라질은 전반 11분 세트 피스에서 토마스 뮐러에게 선제골을 내주면서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전반 23분부터 6분 동안은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들 만큼 처참한 광경이 연출됐다.
독일은 미로슬라브 클로제, 토니 크로스, 사미 케디라가 브라질 수비를 농락하면서 놀라운 집중력을 선보이며 4골을 폭발시켰다.
29분 만에 5골을 얻어맞은 브라질은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졌다. 이미 전세를 뒤집기엔 점수차가 크게 벌어져 있었다. 후반에도 2골을 내준 브라질은 종료 직전 오스카의 만회골로 영패를 모면하는데 위안을 삼아야 했다.
브라질의 6골차 패배는 1920년 우루과이전 0-6 패배 이후 처음이며, 홈에서의 7실점은 80년을 거슬러 올라가 유고슬라비아전이 마지막이었다.
일단 수비에서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주장 티아구 실바의 결장으로 전체적인 라인을 컨트롤하거나 멘붕에 빠진 선수들을 잡아줄 리더가 없었다. 실바를 대신한 단테는 이번 대회에 첫 출전일 만큼 실전 감각이 매우 무뎠다. 자기 몸을 챙기기도 버거운데 실바와 같이 그라운드의 리더가 될 여유는 있을 리 만무했다.
브라질의 최대 장점이라던 수비 조직력은 궤멸 수준에 가까웠다. 왼쪽 풀백 마르셀루는 줄곧 공간을 내주면서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대부분 브라질의 실점이 마르셀루가 포진한 왼쪽에서 나왔다. 측면에서 공간이 생기자 중앙도 균열을 보였고, 독일 공격수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또 3선에 포진한 루이스 구스타부, 페르난지뉴가 중원 싸움에서 압도당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독일의 전진 패스는 쉽게 페널티 박스로 통과됐고, 슈팅할 수 있는 공간이 무척 넓었다. 독일 중앙 미드필더 크로스, 케디라는 상대 페널티 박스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직접 득점까지 마무리 지었다.
브라질은 공격에서도 실망스러웠다. 예견된 일이었다.
네이마르 없는 브라질의 공격으로 독일의 견고한 수비를 뚫기엔 역부족이었다. 프리롤을 부여받은 네이마르가 상대 수비를 휘저으면 헐크, 오스카, 프레드에게 공간이 생겨나고, 이에 따른 득점 분포가 다양하게 이뤄지는 게 브라질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4골을 터뜨린 네이마르의 원맨쇼 활약과 수비에서 공헌도가 높은 오스카를 제외하곤, 동료들의 부진이 대회 내내 지속됐다.
최전방 공격수 프레드는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5골을 터뜨려 스콜라리 감독의 신뢰를 받았지만 특유의 위치 선정 능력과 연계 플레이, 집념 있는 움직임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득점은 조별리그 3차전 카메룬전 1골이 전부였다. 패스 정확도마저 떨어져 동료와의 원활한 연계 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상대 수비수와의 헤딩 경합에서도 열세를 드러냈다. 결국, 독일과의 4강전에서도 6만여 홈관중의 야유 속에 교체 아웃됐다.
과거 브라질은 펠레, 자일지뉴, 토스탕, 카레카, 호마리우, 베베투, 호나우두 등 특급 공격수를 끊임없이 배출해왔다. 하지만 프레드, 조는 역대 월드컵에 출전한 브라질의 공격진 중 최악이었다. 공격진에서 실질적으로 창의성과 파괴력을 두루 갖춘 선수는 네이마르뿐이었다.
네이마르 부재 속에 브라질 공격의 플랜B는 없었다. 네이마르 대신 출전한 베르나르드는 대안이 되지 못했고, 헐크는 대회 무득점에 그치며 실망을 남겼다. 어찌 보면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이 독이 됐다. 당시 브라질은 일본, 멕시코, 이탈리아, 우루과이, 스페인을 상대로 5전 전승(14득점 4실점)과 완벽한 경기력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스콜라리 감독이 일찌감치 베스트11을 확정 지은 것이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브라질 내에서는 이러한 점을 우려했다. 이미 주전 자리를 확보한 선수들은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쟁을 유도하고,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결국 현실이 됐다. 1년 전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프레드, 파울리뉴, 헐크는 지난 시즌 소속팀에서의 부진이 이번 월드컵까지 이어졌다. 그럼에도 스콜라리 감독은 지금까지 다듬어 온 베스트11으로 대회를 준비했고, 믿었던 공격 옵션들이 부진을 거듭하면서 미네이랑의 참사가 발생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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