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시티-웨스트햄]이제는 맨시티가 어엿하게 EPL을 대표하는 팀 중 하나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 게티이미지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가 2년 만에 정상탈환에 성공했다.
맨시티는 12일(한국시각) 잉글랜드 맨체스터 이티하드 스타디움서 열린 '2013-1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최종전 38라운드 웨스트햄전에서 2-0 완승하며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래 맞이한 두 번째 우승이자 잉글랜드 1부 통산 네 번째다. 올 시즌 캐피털원 컵에 이어 더블까지 달성했다.
맨시티는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이끌던 2011-12시즌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최종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극적으로 44년 만의 역전우승을 차지했다. 최종전에서 QPR에 종료 직전까지 끌려가다가 인저리타임에 2골을 넣은 맨시티는 맨유에 골득실차 앞서 EPL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우승도 2년 전 못지않게 영화 같은 행보를 거쳤다. ‘디펜딩챔피언’ 맨유가 몰락한 가운데 맨시티는 시즌 내내 리버풀, 첼시, 아스날 등 전통의 강자들과 치열한 우승경쟁을 펼쳤다.
최대 고비였던 34라운드에서 리버풀에 2-3 패했을 때만 해도 맨시티의 올 시즌 우승은 물 건너가는 듯했다. 하지만 맨시티의 뒷심은 무서웠다. 리버풀이 첼시전(0-2패), 크리스탈 팰리스전(3-3무)에서 주춤한 틈을 타 차곡차곡 승점을 쌓아가며 순위를 뒤바꿨다.
웨스트햄과의 최종전을 앞두고 2위 리버풀에 이미 승점2, 골득실 +13으로 앞선 맨시티는 무승부만 거둬도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물론 패할 경우에는 뒤집히는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빈틈을 허용하지 않은 맨시티는 전반 38분 사미르 나스리, 후반 3분 빈센트 콤파니의 연속골로 리버풀의 실낯 같은 희망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맨시티는 2000년대 후반부터 UAE 석유재벌 셰이크 만수르가 팀을 인수한 뒤 공격적인 투자 속에 ‘스타군단’으로 변모했다. 최근 5년간 선수영입에 투자한 금액만 1조 원이 훌쩍 넘는다. 이로 인해 '돈으로 우승을 샀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맨시티가 EPL 소속이지만 주전 가운데 잉글랜드 출신은 제임스 밀너와 조 하트 정도뿐이라는 것을 들어 영국 축구계에서도 은근히 맨시티 우승을 견제하는 기류도 흘렀다.
하지만 이제는 맨시티가 어엿하게 EPL을 대표하는 팀 중 하나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맨시티 최대 라이벌로 꼽히는 맨유 수장이었던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은 “돈으로 클래스를 살 수 없다”며 맨시티 성공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지만, 투자와 변화에 소홀했던 맨유가 올 시즌 몰락한 반면 맨시티는 다시 한 번 정상에 오르며 '클래스'를 입증했다.
올 시즌 맨시티 우승 주역들인 에딘 제코, 야야 투레, 사미르 나스리, 조 하트, 제임스 밀러, 세르히오 아구에로 등은 이미 3~4년 이상 한 팀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페르난지뉴, 헤수스 나바스 등 여전히 과감한 투자를 통한 전력보강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올 시즌 맨시티의 꾸준한 강세는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선수들의 조직력과 비례했다. 만치니 감독에 이어 올해부터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의 안정된 선수관리와 용병술도 우승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맨시티의 다음 숙원은 UEFA 챔피언스리그다. 2010년대 이후 잉글랜드 무대에서만 벌써 네 번의 우승(리그 2회, 컵대회 2회)을 거머쥐며 강팀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맨시티가 EPL을 넘어 진정한 유럽의 강호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챔피언스리그 우승트로피가 필요하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