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 24년-제라드 16년 '신기루 같은 1년'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4.05.12 10:00  수정 2014.05.12 15:33

뉴캐슬과 최종전 2-1 역전승에도 우승은 맨시티

섣부른 욕심이 부른 최악의 결말..팬들 뇌리에 짙은 상처만

스티브 제라드의 우승 꿈은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스카이스포츠 동영상 캡처)

기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24년 만에 첫 우승을 노렸던 리버풀과 캡틴 스티븐 제라드(34)에게는 통한의 하루였다.

리버풀은 12일(한국시간) 홈구장인 안필드서 벌어진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2013-1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최종전에서 2-1로 역전승했다. 제라드는 이날 팀이 기록한 2골 모두 어시스트하는 활약을 선보였다.

하지만 같은 날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가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를 홈에서 2-0으로 격파하며 막판 역전 우승을 노렸던 리버풀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맨시티는 최종 전적 27승5무6패(승점86)로 2011-12시즌에 이어 2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캐피탈원컵에 이은 올 시즌 2관왕. 2위 리버풀은 최종 전적 26승6무6패(승점84)로 맨시티에 불과 2점차로 뒤지며 다음 시즌 4년 만의 챔피언스리그 복귀에 만족해야 했다.

리버풀에는 올 시즌이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위한 절호의 기회였다. 한때 잉글랜드 프로축구 최다 우승팀이었던 리버풀은 1부 리그가 EPL로 명칭이 바뀐 이래 한 번도 리그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그 사이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EPL에서만 13회의 우승을 추가하며 리버풀을 제치고 리그 통산 최다우승(20회) 구단 타이틀까지 가졌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리그 빅4와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밀려나며 한동안 암흑기를 거쳤다.

올 시즌 리버풀은 브랜든 로저스 감독 체제가 자리 잡으며 기술적이고 공격적인 축구로 탈바꿈했고 세대교체에도 성공했다. 31골로 득점왕을 차지한 간판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의 물오른 득점력과 노장 제라드의 노련한 경기운영은 로저스의 점유율 축구에 날개를 달아줬다.

리버풀은 34라운드에서 라이벌 맨시티를 3-2로 격파하는 등 시즌 막판 11연승 행진을 달리며 우승에 근접하는 듯했다. 하지만 우승을 확정지으려는 섣부른 의욕이 독으로 작용했다. 36라운드 첼시전에서 일방적인 파상공세를 퍼붓고도 상대 역습에 말려 0-2로 패했다. 이 경기에서 제라드는 전반 결승골의 빌미가 된 치명적인 실책을 저지르며 체면을 구겼다.

이어 37라운드 크리스탈 펠리스전에서는 3골 차의 압도적인 우위를 지키지 못하고 후반 내리 3골을 내주며 믿기 어려운 무승부를 허용했다. 맨시티와의 골득실 차이를 의식, 추가득점을 위해 무리하게 공격에 나선 것이 화근이었다.

리버풀이 마지막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2005년 AC 밀란전에서 3골차 열세를 원점으로 되돌린 '이스탄불의 기적'이 입장만 바뀌어 '셀허스트파크의 참사'로 되돌아온 셈이었다. 수아레즈는 경기가 허무하게 끝나고 눈물까지 보였다. 사실상 이 경기를 끝으로 리버풀의 우승가능성은 희박해졌다 과언이 아니다.

프로 데뷔 이래 리버풀에서만 16년을 뛴 프랜차이즈스타이자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선수로 꼽히지만 아직 리그 우승경험은 없다. 올해로 리그 준우승만 세 번째다.

어느덧 선수생활의 후반부로 가고 있는 제라드에게 올 시즌은 그 어느 해보다 우승에 근접했기에 아쉬움이 크다. 리버풀의 우승꿈을 날린 결정적 빌미가 된 첼시전의 실수는 리버풀의 역사와 제라드의 축구인생에 두고두고 남을 상흔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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