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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에 악플 다는 악마들의 뇌구조는...


입력 2014.04.24 12:07 수정 2014.07.02 18:19        박주희 객원기자

<칼럼>자칭 'IT강국' 대한민국의 저급한 민낯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도 악플러와 '동급'

세월호 침몰 6일째인 21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세월호 실종자 무사생환 기원’촛불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두 손을 모은채 무사생환을 염원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세월호 침몰 6일째인 21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세월호 실종자 무사생환 기원’촛불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두 손을 모은채 무사생환을 염원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세월호가 잠기는 순간 대한민국도 깊이 가라앉은 듯하다. 국민들도 구조 상황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지켜보는 우리의 먹먹한 마음이 감히 실종자 가족의 아픔에 비유할 수 있을까마는, 통한의 바다를 그저 바라만 봐야하는 가족들의 타들어가는 가슴에 작은 위로가 될 것으로 믿으며... 이번 재앙이 몰고 온 비통함과 참담함의 무게는 너무나 견디기 벅차다.

세월호 침몰은 주먹구구식 안전관리, 위기대응 능력의 부실, 선장-선원의 무책임과 비도덕성, 화물 적재 규정 위반 등등 총체적 인재다. 사고 원인을 추적해 들어갈수록 허점과 의혹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대참사가 발생한 후에야 뒷북치는 후진국형 행태를 우리는 언제쯤 탈피할 수 있을까.

정부와 재난대비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고조된 분위기다. 심리가 불안할 땐 누군가의 자극적이고 그럴듯한 얘기에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이 틈을 노려 교활하고 비상식적 언행과 댓글, 음모론, 사칭사건이 도처에 난무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슬픔에 흐느끼는 국민들을 조롱하는 파렴치한 범죄 행위다. 도의와 상식조차 바다 속으로 침몰시킨 인간들이다.

구조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온갖 괴담들이 SNS를 떠돌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 때문에 무리하게 항로를 변경했다느니, 미국 잠수함과 충돌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국방부는 사고해역을 항해금지구역으로 선포한 적 없으며 수심이 얕아 잠수함이 다닐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비준 통과를 위해 관심전환 차원에서 사건을 조작한 것 아니냐는 어이없는 유언비어도 한 때 떠돌았다.

실종자 가족들이 집결해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 현장에도 음모론이 돌았다. 정부가 시신을 숨기고 있다거나 카톡이용을 일부러 막고 있다는 등 허무맹랑한 소문들이다. 정체불명의 외부인들이 취재진과 자원봉사자로 가장해 반정부 선동을 벌였다는 제보도 있다. 대체 이런 곳마저 이념투쟁의 수단으로 악용하려는 무리는 누구인가.

가짜 잠수부에게 마이크를 내준 언론도 있다. 자신을 민간 잠수부라 소개한 홍가혜씨는 카메라 앞에서 거짓말을 술술 풀었다. “해경이 민간 잠수부들의 구조작업을 막고 대충 시간만 때우고 가라”고 했단다. 해당 방송사가 몇 시간 후 사과했지만 SNS의 속성상 그의 발언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세월호 침몰 6일째인 21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세월호 실종자 무사생환 기원’촛불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두 손을 모은채 무사생환을 염원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세월호 침몰 6일째인 21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세월호 실종자 무사생환 기원’촛불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두 손을 모은채 무사생환을 염원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강기갑 전 국회의원은 이 황당한 헤프닝을 선동 도구로 삼는다. 홍가혜씨 거짓 인터뷰가 만천하에 드러난 이후에도 사실이라 주장했다. 그는 트위터에 "MBN 뉴스 다시 찾아 올립니다. 이것이 진실입니다. 천안함과 닮은 꼴인가? 설마"라는 글과 함께 인터뷰 영상을 게재했다.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은 여전히 그가 ‘믿지 않으려는 진실’이다. 이를 위해 또 다른 거짓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바다와 사투를 벌이는 해경과 민간 잠수부가 그 거짓의 희생양이 될 뻔했다.

한기호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대참사를 정치-이념 논쟁으로 몰고 갔다. 페이스북에 북한 선동과 좌파 운운하며 세월호 사건을 난데없는 색깔론으로 몰고 갔다. 구경꾼 노릇하듯 우루루 다녀간 정치인들도 희생자 가족들에게 위로는커녕 속만 헤집어 놓는다. 구조에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 이윤석 새정치연합 의원은 해경 경비함정을 타고 사고 해역을 둘러봤다. 후진적 인재사고 만큼이나 정치 후진성이 그대로 드러난 행태들이다.

이런 와중에 신종 사기수법과 브로커도 판을 친다. 20일 기준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총 7건의 스미싱 문자가 발견됐다.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문구를 보내 수신자를 유도하는 방법이다. 문자에 포함된 인터넷 주소를 누르면 악성 앱을 통해 줄줄이 정보들이 빠져나간다. 한편 진도 실내체육관내에는 “1억 원을 주면 실종자를 꺼내 주겠다”는 브로커까지 잠입했다. 돈에 눈이 먼 나머지 실종자 가족들의 찢어지는 아픔도 보지 못하는지... 이런 파렴치한 인간들부터 엄중 처벌해 세월호 사건의 제2차 피해를 막아야 한다.

우려스러운 점은 적잖은 사람들이 ‘세월호 장난질’에 동조한다. 침몰사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실종자나 가족 또는 구조대원을 사칭한 글과 문자가 쏟아졌다. 수색-구조에 힘겨운 사투가 벌어지는 절체절명 상황에 허위내용이 유포됐다. 일부 사이트엔 희생자-실종자의 가족을 비하하는 글들이 실렸다. 세월호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은 차마 언급하기조차 힘든 내용도 더러 보인다. 익명 뒤에 숨어 희생자 가족의 아픔을 장난질 삼는 행태다.

대한민국 인터넷 문화의 저급한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표현의 자유’만 높이 외쳤지, ‘인터넷 윤리-책임’ 의식은 찾아볼 수 없다. 인터넷과 SNS를 감정 표출 도구로 이용하는 유저도 많다. 건전한 토론문화와 욕설-비방금지 등을 얘기할라치면 공자맹자놀이 하느냐며 맹공격한다. 너도나도 ‘카더라’만 퍼가기 바쁘고 ‘진실인가’ 의문은 외면한다. 자극적이고 새로운 내용을 전하는 우쭐함에 도취해 자기도 모르게 ‘카더라 통신사’ 역할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수백 명의 목숨을 내팽개치고 도망친 선원들, 우왕좌왕하는 정부, 혼란에 편승해 이를 악용하는 자들, 가면 뒤에 숨어 히죽거리는 악플러 등 모두 정상이 아니다. 이제 세월호 수습 이후의 대한민국도 생각해야 한다. 대한민국 전체가 집단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야 한다. 안전대책-위기관리 능력, 정치-언론 행태, 인터넷 문화, 직업 윤리 등 국민 모두가 스스로의 모습을 냉철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대한민국의 청사진을 다시 짜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대한민국호(號)의 침몰을 걱정해야 할 지 모른다.

글/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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