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큰 양보한다던 북 '미사일 뒷통수' 역시 속내가...

김수정 기자

입력 2014.02.28 15:25  수정 2014.02.28 15:33

전문가들 "5.24 조치 철회에 주도권 장악 위한 의도된 도발"

지난 2012년 북한 미사일 발사 속보를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계기로 모처럼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던 가운데 돌연 북한이 27일 오후 4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동해에 발사하면서 그 속내가 주목된다.

북한은 상봉 행사 이후 냉랭한 대남 기조를 보여왔다. 이산가족행사 직후인 25일 정부가 제의한 구제역 방역에도 28일 현재까지 무응답으로 일관해오고 있으며, 27일 지난 4개월동안 신분을 공개하지 않던 한국인 선교사 김정욱 씨(51)의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정보원의 첩자’라고 주장하는 동시에 같은 날 오후 5시42분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4발 발사하는 등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

대북 전문가 상당수는 이번 북한의 도발에 대해 한미 군사훈련의 반발로 예견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방부도 “북한이 이 시점에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의도된 도발”로 판단했다.

하지만 북한의 상봉 행사 직후 남측의 구제역 방제지원에 무응답, 억류하고 있던 한국 국민의 기자회견, 미사일 발사까지 연이어 강경한 태도를 보인 배경에는 추후 남북관계를 주도해나가려는 협상카드를 숨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앞서 북한은 고위급 접촉부터 상봉 행사까지 이어오면서 ‘통 큰 양보’를 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남한이 예정대로 한미 군사훈련을 실행하는 데다 이산가족상봉 행사 직후 구제역 방역 지원 정도의 화답만 돌아온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는 것이다.

염돈재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 원장은 28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이산가족상봉 직후 이처럼 도발기조로 돌아선 것은 남한에 대한 불만을 고스란히 표현한 것”이라며 “상봉 행사 이후 북한은 내심 금강산 재개 등 대북지원 확보에 기대를 했을텐데 남한에서 한미훈련은 물론, 구제역 방역 지원 정도만 거론한 것에 대한 압박 메시지를 보낸 셈”이라고 평가했다.

염 원장은 이어 “북한이 직접적으로 우리측에 지원을 요청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이처럼 강경 기조를 보이면서 우리측에 5.24 조치 철회를 포함한 대북제재 완화 요구를 드러내는 압박을 가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면서 “현재 정부도 인도적 지원 외에는 유엔 대북제재 사안 때문에 북한에 기타 물자지원이나 금강산 재개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라며 “그러나 5.24조치가 우선적으로 풀린다면 금강산을 비롯해 남북 간 교류가 상당 부분 진전될 수 있으므로 북한이 이런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북한은 한미 군사훈련이 마무리되는 내달 초까지는 표면적으로는 이를 이유로 단거리 미사일과 같은 도발을 하면서 정부의 대응에 맞춰 강온전략을 사용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북한은 선교사 납북 사례 등을 여러 가지 압박 카드를 제시, 대북제재 완화 요구를 관철시키려고 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한미 군사훈련을 겨냥한 시위성 행위로 풀이된다”면서 “훈련 기간 동안 북한은 한반도 긴장상태를 계속해서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이산가족상봉 중) 경비정의 NLL 침범이 도발이었다면, 동해안을 향해 쏜 단거리 미사일은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에 도발은 아니지만, 키 리졸브 훈련 상황에서 우리를 오히려 더 자극하는 시위로 보인다”며 “더불어 북한은 이번 미사일 발사를 통해 통상적으로 해왔던 미사일 성능 확인 실험도 병행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대북 전문가들은 당분간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등 도발기조를 보이면서 정부의 반응에 따라 본인들이 제기할 수 있는 카드를 꺼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북한은 남한에 대해 강경 모드로 급선회한 것과는 달리 일본과는 내달 초 접식자 회담을 갖기로 결정했다.

일본 적십자사에 따르면, 북한과 일본은 내달 3일 중국 선양에서 북한의 조선적십자사와 실무협의를 개최한다. 이번 실무회담의 주요 의제는 북한 내 일본인 유골 송환문제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를 계기로 일본인 납북자 관련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염 원장은 “물론 북일 간 적십자 회담은 통상적으로 이뤄져왔지만 이번 경우 그 시점이 교묘하다”며 “양 측 모두 한국에 대한 불만 등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고 보여진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현재 우리와 최악의 경색국면을 걷고 있는 일본은 북한과 교류를 시사하며 한국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한국이 강경하게 나온다면 ‘우리가 대신 북한을 지원할 수도 있다’는 의도도 적잖이 내포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염 원장은 또 “북한도 납북자 문제 해결에 혈안인 아베정권에 일종의 ‘협상 여부 언질’을 주는 대신, 일본의 지원을 최대한 빼낼 수 있다”며 “동시에 한국과 미국, 중국 등 국제사회에 일본과의 회담을 통해 우회적으로 압박을 가하되, 이를 계기로 대외적인 행보에도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북한이 스커드 미사일인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에 발사한 것과 관련,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그 배경 등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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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기자 (hoho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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