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에 도전한 무도의 한계 '문제는 탐정이야'

김헌식 문화평론가

입력 2014.02.09 10:19  수정 2014.02.09 10:26

<김헌식의 문화 꼬기>셜록 열풍은 사건해결이 아닌 셜록에 대한 열광

MBC 인기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탐정특집편 화면 캡처.

지난 12월 30일, 미국 연방법원 일리노이 북부지원의 루벤 카스틸로 판사는 셜록 홈즈 캐릭터를 저작권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즉 아서 코난 도일 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보호기간 만료 확인 소송에서 더이상 셜록 홈즈는 저작권 보호대상이 아니라고 밝힌 것이다. 1922년 이전 작품의 캐릭터에 한정된다. 1923년 이후의 작품 속 캐릭터에 등장하는 특징들은 향후 10년 동안 더 보장된다. 어쨌든 좀 더 홈즈의 캐릭터 변신이 기대되는 상황이 되었다. 더군다나 지금 세계는 셜록 홈즈 열풍에 휩싸여 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주연 영화 '셜록 홈즈'와 영국 BBC의 홈즈 시리즈로 다시금 셜록 홈즈 열풍이 불고 있다. 영화 '셜록 홈즈'에서 괴짜 홈즈는 명석하고 추리력이 높은 데다가 잘 생겼고 입담도 좋다. 여기에 행동력 실천력이 매우 뛰어난 만능 추리탐정으로 등장한다. 영화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 캐릭터가 겹치는 것이다.

한편 BBC '셜록 시즌3'의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열연한 홈즈는 더 까칠하고 괴팍하고 얼굴은 개성있게 생겼지만 천재적인 추리력을 가진 캐릭터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선보인 셜록홈즈 캐릭터는 각자 미국과 영국 나아가 서유럽식의 캐릭터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할리우드 방식은 주로 완벽한 영웅적인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면, BBC 방식은 결핍되고 아웃사이더 같지만 자신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국내 창작 뮤지컬 '셜록홈즈' 두 번째 이야기 '블러디 게임'에서는 이 두 영화와 드라마의 절충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열풍을 반영했는지 8일 MBC '무한도전'은 탐정특집 편을 방송했다. 멤버들은 간단한 학습과 기초훈련뒤에 각자 셜록 홈즈, 명탐정 코난, 형사 가제트, 형사 최불암, 영화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 캐릭터를 자임하며 예시 사건을 풀어냈다. 물론 이들의 분석이 아마추어에 그치고 진지함 보다는 웃음을 유발하는 상황이 더 많았다. 살인 사건을 다루는 그들의 태도는 웃음을 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있었다. '무한도전'은 탐정에 대해서보다는 그들의 사건해결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

영국 BBC의 홈즈 시리즈 작가 스티븐 모팻은 BBC 인터뷰에서"'탐정소설'(detective story)이 아니라 '탐정에 관한 소설'(a story about a detective)”이라고 했다. 이런 면은 최근의 셜록홈즈 열풍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는 단적인 지적이다. 즉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추리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그 자체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탐정활동이나 기법이 아니라 탐정들의 이야기에 더 관심을 갖는다. 그들이 냉철하고 합리적인 판단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논리적 과정에 열광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와 그것의 융합 속에서 사건이 해결되어 갈 때 더 즐거움을 느낀다.

특히 인물의 성장을 통해서 마치 시청자들이 스스로 그러한 존재인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영국 BBC 시리즈는 각 시즌마다 단계적인 성장을 이뤄가는 과정을 설정해서 성공했다. 무엇보다 인간의 한계를 극복할 때 감정 이입과 몰입이 더 배가되고 후속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증가한다.

추리기법이나 문제 해결에 관한 극적인 작품들은 셜록홈즈보다 더 뛰어난 작품들이 많다. 이는 비단 셜록 홈즈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배트맨의 경우, 인간이라는 한계적 존재가 가지는 결핍과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여러 에피소드를 결합시킨다. 만약 화려한 액션과 특수효과에 한정된 볼거리만 보여줬다면 대중적 주목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셜록 홈즈를 비롯한 많은 탐정물의 등장은 내러티브나 캐릭터 자체가 아니다. 캐릭터가 지니고 있는 인간적인 상황을 여러 이야기 속에 녹여내는 작업이 극적인 흥미와 감동을 더 배가하게 된다. 이성의 영역으러만 간주되었던 추리물에 감성의 영역이 결합하고 있는 점을 셜록 홈즈 열풍을 통해서 알 수가 있다.

이러한 점은 비단 탐정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의 선호를 받는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 사법관련조직에 있는 이들에 대해서 대중들이 바라는 점이기도 할 것이다. 사건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이들은 인간적인 태도와 품성이 있을 때 그들의 논리와 합리 그리고 판단을 신뢰하고 더 지지를 보낸다는 점이다. 리더의 풍모가 바로 이 지점에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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