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3일 개봉을 앞둔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이 신천지 연관설로 온라인에서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 영화 '신이 보낸 사람' 포스터.
오는 13일 개봉을 앞둔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이 신천지 연관설로 온라인에서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제작사 측은 물론이고 김진무 감독까지 신천지와 무관함을 주장하고 나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기도 하다. 신천지란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라는 신흥 종교를 의미한다. 도대체 왜 신천지 연관설이 불거진 것이며 이 부분이 커다란 화제를 양산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먼저 영화 '신이 보낸 사람' 대략적인 줄거리를 보면, 1급 정치범으로 아내와 함께 수용소에 끌려갔던 철호(김인권 분)는 힘겹게 자신의 목숨은 건졌지만 아내를 잃고 만다. 이로 인해 혼자 살아남은 죄의식을 떨쳐 내지 못한 철호는 2년 만에 고향 땅으로 돌아와 죽은 아내와의 마지막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남조선으로의 탈북을 결심한다.
하지만 탈북을 준비하던 중 철호는 1급 정치범으로 또 다시 고발당하게 되고, 자유를 찾아 탈북을 결심하게 된 마을 사람들 역시 국경경비대에 잡혀갈까 두려움에 떨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마을 사람들을 원조 해주던 중국 선교사와의 연락도 두절되면서 준비해오던 탈북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이렇게 절박한 상황에 놓인 철호와 마을 사람들의 탈북 과정이 이 영화의 주된 이야기 흐름이다.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의 중요한 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북한 지하교회 사람들의 실상이다. 종교적 자유가 허락되지 않는 북한에서는 신앙인이 발견되면 즉결처형이나 정치범 수용소에서 고된 노동 속에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그 속에서 목숨을 걸고 몰래 신앙을 지켜나가는 통칭 ‘지하교회’ 사람들의 이야기가 영화를 통해 실감나게 그려진다.
이처럼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은 기본적으로는 북한 인권과 탈북에 대한 영화지만 지하교회를 통해 북한의 비밀 종교 활동을 다루고 있다. 이런 까닭에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영화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신흥 종교 신천지 연루설이 대두된 것이다. 초반에 떠돈 풍문은 이 영화의 제작노트에서 시작됐다. 제작노트에는 ‘연출을 맡은 김진무 감독은 한 선교단체를 통해 북한에서 신앙의 자유가 박탈된 가운데 벌어지는 인권유린의 사실을 접하고,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여기서 언급된 선교단체가 바로 신천지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
만약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은 신천지에서 시작된 영화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영화 제작사 측은 이런 주장이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신천지와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의 연관성이 거듭 제기됐다. 항간에선 신천지 측에서 의도적으로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을 신천지를 홍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심지어 신천지가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의 제작비를 투자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결국 '신이 보낸 사람'의 제작사인 태풍코리아가 지난 3일 오후 공식 보도 자료를 통해 신천지와의 무관함을 밝혔다.
보도 자료에서 제작사는 “최근 인터넷 사이트 및 블로그, 카페 등을 통해서 신천지의 홍보수단으로 ‘신이 보낸 사람’이 이용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 현재 제작사 측으로 신천지와의 관계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어 더 이상 이대로 방관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공식입장을 표명하게 됐다. 앞으로 영화의 제작 의도를 왜곡하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유포할 경우에는 법적으로 강경대응 할 예정이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5일에는 연출을 맡은 김진무 감독이 직접 나섰다. 김 감독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신천지 투자설에 강력 반박한 것.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의 감독 김진무입니다. ‘신이 보낸 사람’을 신천지에서 투자한 영화라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 떠도는 것 같습니다. 처음엔 조크로 생각하고 웃어 넘겼는데 이런 식으로 저희 영화에 편승해 자신들의 이권을 위한 홍보를 계속 한다면 제작진은 방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신이 보낸 사람’은 신천지와 아무런 연관이 없으며 그들의 치졸하고 비겁한 행태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영화 ‘신이 보낸 사람’ 측에서 신천지와의 연관성에 대해 강력한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일까.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 ‘영화의 제작 의도를 왜곡하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유포할 경우에는 법적으로 강경대응겠다’ ‘치졸하고 비겁한 행태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등 발언 수위도 높다.
앞서 언급했듯이 ‘신전치’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라는 신흥 종교다. 지난 84년 3월에 창설했으며 본부는 경기도 과천시에 있다. 2014년 1월 기준으로 신도수는 약 12만 명이다. 그런데 기존 기독교와 신천지의 관계는 매우 좋지 않다. 각 교회마다 신천지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을 정도다.
따라서 영화 ‘신이 보낸 사람’과 신천지의 연관성은 자칫 기존 기독교계와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의 관계까지 애매하게 만들 수도 있다.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은 북한 인권과 탈북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북한 지하교회가 비중 있게 다뤄진다.
따라서 기독교계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영화다. 몇몇 기독교 관련 단체에선 이 영화의 시사회와 단체 관람 등의 행사를 가졌고 또 계획 중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이 신천지의 투자를 받았다는 등의 루머가 떠도는 것은 분명 악재가 될 수 있다.
또한 신천지 논란으로 인해 영화가 너무 기독교적으로 알려지는 것도 영화 제작사 입장에선 부담이다. 영화 제작사 측이 공개한 줄거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제작사는 북한 지하교회 등 기독교적인 색채보다는 북한 인권과 탈북 문제에 더 포커스를 두고 있다. 너무 기독교 관련 색체가 두드러질 경우 영화가 종교 영화로 각인될 수도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영화 ‘신이 보낸 사람’ 제작사가 더욱 경계하는 부분은 신천지 측이 영화에 편승해 자신들의 종교를 홍보하려 한다는 점이다. 제작사가 가장 경계한 부분 역시 신천지의 홍보수단으로 ‘신이 보낸 사람’이 이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영화 ‘신이 보낸 사람’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실화를 배경으로 하거나 사회 문제를 심도 깊게 다룬 영화의 경우 현실 상황과 연결되는 상황이 어느 정도는 불가피하다. 그렇지만 특정 세력과 직접 연결되는 것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좌우대립을 가룬 영화에 특정 정당이 연결돼 있다고 알려질 경우 그 영화는 최소한의 객관성마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결국 거듭 신천지와의 연관설이 제기되는 것은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의 얘기하고자 하는 진정한 의미를 흩트려 놓을 위험성이 크다. 김 감독 역시 이런 부분을 강조했다. 그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저희 영화는 프로파간다적인 정치적 진영 논리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는 북녘 땅의 동포들을 향한 눈물의 기록입니다. 어떤 정치인이 보러 오시든 그건 그 분들의 자유입니다. 영화를 보시면 각종 스캔들과 이슈들을 뚫고 저희 제작진의 의도와 진정성을 느끼실 것이라 믿습니다.”
아마도 신천지 논란으로 영화 ‘신이 보낸 사람’ 제작진이 가장 우려하고 힘들어 하는 부분이 이런 진정성이 훼손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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