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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흥행작으로 본 '1000만 영화' 법칙


입력 2014.01.14 10:07 수정 2014.01.24 10:13        민교동 객원기자

영화 '변호인' 900만 관객 동원 돌파

역대 1000만 영화와의 공통점 4가지

역대 한국 극장가에서 1000만 관객 신화를 이룩한 영화는 모두 9편으로 한국 영화가 8편, 외화가 1편이다. ‘변호인’이 1000만 관객 신화를 이룩할 경우 역대 10번째 1000만 관객 영화이자 한국 영화로서는 9번째 대기록이다. ⓒ 영화 포스터 역대 한국 극장가에서 1000만 관객 신화를 이룩한 영화는 모두 9편으로 한국 영화가 8편, 외화가 1편이다. ‘변호인’이 1000만 관객 신화를 이룩할 경우 역대 10번째 1000만 관객 영화이자 한국 영화로서는 9번째 대기록이다. ⓒ 영화 포스터

영화 ‘변호인’이 900만 관객을 돌파하며 1000만 관객 신화 창조를 목전에 뒀다. 지금까지의 흥행 속도를 감안하면 1000만 관객 신화는 이미 가시권에 접어들었고 역대 최다 관객 영화라는 신화까지도 가능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역대 한국 극장가에서 1000만 관객 신화를 이룩한 영화는 모두 9편으로 한국 영화가 8편, 외화가 1편이다. ‘변호인’이 1000만 관객 신화를 이룩할 경우 역대 10번째 1000만 관객 영화이자 한국 영화로서는 9번째 대기록이다.

‘괴물’ ‘도둑들’ ‘7번방의 선물’ ‘광해, 왕이 된 남자’ ‘왕의 남자’ ‘태극기 휘말리며’ ‘해운대’ ‘실미도’ 등이 1000만 관객 신화를 이룩한 한국 영화들이며 여기에 외화 ‘아바타’까지 더해 모두 9편의 영화가 1000만 관객 신화를 이룩했다.

최근 들어 멀티플렉스 시스템 상영관이 늘어나면서 ‘되는 영화 밀어주기’ 현상이 심화되면서 한 번 흥행의 파도를 탄 영화는 엄청난 대박이 나고, 아무리 기대작일 지라도 초반에 밀리면 바로 극장에서 내려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보다는 1000만 관객 영화가 더욱 많아지면서 더 이상 1000만 관객 영화에 신화라는 단어를 붙일 필요성이 없다는 지적도 많지만 여전히 영화계에서 1000만 관객 영화는 신격화 된 대상이다.

세계적인 배우들이 총출동하고 거장 봉만대 감독이 연출한 ‘설국열차’의 경우 개봉 전부터 1000만 관객 영화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집중됐지만 결국 900만 관객을 넘기는 데 만족해야 했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1000만 관객 영화는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는 얘길 자주 한다. 최고의 영화를 만들어 내는 부분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홍보도 중요한 데다 사회적인 분위기를 제대로 타야지 가능한 것이 1000만 관객 영화이기 때문이라는 게 바로 그 이유다. 과연 1000만 관객 영화들에는 어떤 비밀이 감춰져 있는 것일까.

우선 기본적으로 출연 배우가 중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인기 배우가 아닌 연기파 배우가 주연으로 등용돼야 한다는 부분이다. 역대 1000만 관객 한국 영화의 주인공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송강호, 김윤석, 류승룡, 이병헌, 감우성, 장동건, 설경구 등이 바로 그 얼굴들로 설경구만이 ‘해운대’와 ‘실미도’로 두 편의 1000만 관객 영화의 주인공 역할을 맡았으며 곧 ‘변호인’의 송강호가 두 번째 1000만 관객 영화의 주인공이 될 전망이다. 2000년대 이후 영화계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 쌍두마차인 설경구와 송강호가 나란히 두 편의 1000만 관객 영화의 주인공이 되게 된 셈이다.

이 가운데 이병헌과 장동건은 물론 최고의 인기 배우이자 한류 스타들이다. 그렇지만 오늘날 이병헌과 장동건은 인기만큼이나 연기력으로도 최고라는 평을 받고 있는 배우들이다. 더 젊은 배우들 가운데에는 확실한 티켓 파워를 갖춘 배우들도 많지만 그들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는 단 한 편도 1000만 관객 신화를 이뤄내지 못했다.

여기서 첫 번째 1000만 관객 영화의 원칙이 나온다. 이들 배우들은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들이긴 하지만 대부분 40대 이상의 연령대 배우들이다. 결국 10~20대 젊은 층부터 50~60대 이상의 중년층까지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배우들이라는 얘기다. 1000만 관객 영화는 특정 연령층의 지지만 받아서는 불가능한 수치인만큼 모든 연령층을 끌어 들일 수 있는 배우들의 힘이 필요한 셈이다. 그래서 첫 번째 원칙은 ‘모든 연령층을 끌어 들일 수 있는 영화’여야 한다가 나온다.

그렇지만 영화의 주제나 성격이 모든 연령층에게 어필하기 힘들어 보임에도 1000만 관객 신화를 이룬 영화들도 분명히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왕의 남자’ ‘괴물’ 그리고 외화 ‘아바타’ 등이다. 동성애 코드가 강한 ‘왕의 남자’, SF 요소가 강한 ‘괴물’과 ‘아바타’ 등은 중년층 이상의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장르와 소재의 영화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 영화들이 1000만 관객 신화를 일궈낸 까닭은 바로 다시보기 열풍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왕의 남자’다. 영화관계자들 사이에서 ‘왕의 남자’의 실제 관객은 700만~800만 명가량일 것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다. 그렇지만 극장에서만 이 영화를 두세 번 이상 관람한 관객들이 많은 탓에 1000만 관객 신화가 가능했다는 것.

한국 영화 최초로 도심에 괴물이 등장한 ‘괴물’ 역시 비슷한 효과를 봤다. 3D 영화인 외화 ‘아바타’ 역시 일반 상영관에서 이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이 3D와 4D 상영관에서 재차 관람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엄청난 관객 몰이에 성공했다. 게다가 ‘왕의 남자’ ‘괴물’과 ‘아바타’는 1000만 관객 신화를 뛰어 넘어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던 영화들이다.

결국 1000만 관객 신화를 일궈내고 그 이상의 흥행까지 기대한다면 ‘관객들이 극장에서 한 번 이상 관람할 수 있는 영화, 한 번 관람으로는 뭔가 아쉬움이 남는 영화’여야 한다는 두 번째 원칙이 도출된다.

유독 여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가 단 한 편도 없다는 부분도 눈길을 끈다. 역대 1000만 관객 영화의 주요 배역 여배우로는 배두나, 김혜수, 전지현, 갈소원(아역), 한효주, 이은주, 엄정화, 하지원 등이 있지만 그 비중은 남자 주인공에 비하면 주조연급에 가깝다.

그나마 여러 명의 배우가 공동 주연을 맡은 ‘도둑들’의 김혜수, 전지현과 ‘해운대’의 하지원, 엄정화 등이 주연급으로 분류될 수 있지만 영화를 주도하는 주인공으로 분류하기는 힘들다. 이는 한국 영화의 주된 특성이기도 하다. 여자 여주인공이 원톱으로 주도하는 영화가 드물고 그런 영화가 흥행한 사례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1000만 관객 신화를 일궈내려면 ‘남자 주인공이 주도하는 영화’여야 한다는 게 1000만 관객 영화의 원칙이 될 수 있지만 여자 주인공이 주도하는 한국 영화 자체가 별로 없음을 감안하면 그다지 새로울 게 없는 사안이기도 하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사회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는 부분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1000만 관객 영화의 첫 번째 원칙은 ‘모든 연령층을 끌어 들일 수 있는 영화’다. 이 부분은 모든 연령층의 지지를 받는 배우들만으로는 부족하고 모든 연령층을 끌어 들일 수 있는 소재와 내용이 중요하다.

비슷한 시기에 1000만 관객 신화를 일궈내며 한국 영화의 새장을 연 ‘실미도’와 ‘태극기 휘말리며’는 모두 한국 사회에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킨 실화를 소재로 하고 있다. 이로 인해 평소 극장을 자주 찾지 않던 중장년층과 노년층 관객의 발길을 극장으로 돌린 게 대박의 시발점이 됐다.

‘왕의 남자’와 ‘광해, 왕이 된 남자’ 등의 사극은 영화 속 정치적인 상황과 현실 정치 상황이 묘하게 맞아 떨어지며 사회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킨 부분이 1000만 관객 신화를 일궈내는 데 일조했다. 최근 새로운 1000만 관객 영화가 될 예정인 ‘변호인’ 역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다.

‘해운대’와 ‘괴물’은 실제로 벌어진 일은 아니지만 평소 가깝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인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과 서울 한강 고수부지에서 재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배경으로 해 눈길을 끌었다. 게다가 ‘괴물’은 묘하게 반미 코드를 건드린 부분도 사회적 이슈를 양산하는 데 일조했다. 결국 네 번째 원칙이자 가장 중요한 1000만 관객 영화의 법칙은 ‘사회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재의 영화’다.

결과적으로 언젠가 나올, 아무래도 올해 안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변호인’ 이후 10번째 1000만 관객 한국 영화 역시 이런 법칙들에 충실한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민교동 기자 (minkyodo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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