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 '오로라' 시청률 일등공신은?

민교동 객원기자

입력 2013.12.05 09:48  수정 2013.12.1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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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20% 돌파, 매회 자체최고 갈아치워

'임성한 작가 퇴출 서명운동' 참가자들 힘?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공주'가 시청률 20% 고지를 점령했다. ⓒ MBC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공주'가 시청률 20% 고지를 점령했다. 이제 종영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일궈낸 값진 성과다.

임성한 작가라는 초대박 아이템을 기용하고도 전작 '오자룡이 간다' 보다 낮은 시청률을 기록해 안타까움을 샀던 '오로라 공주'가 그나마 막판 뒷심을 내며 불가능해 보이던 시청률 20% 고지를 점령했다. 그렇지만 '오로라 공주'가 비로소 시청률 20% 고지를 점령한 과정에는 분명 문제점이 많아 보인다.

아이러니한 상황이지만 '오로라 공주'의 시청률 20% 돌파의 일등공신은 ‘임성한 작가 퇴출 서명운동’에 참가한 2만여 명 이상의 네티즌들일 수도 있다. '오로라 공주'의 문제점이 거듭 제기되고 다양한 논란이 불거지는 동안 좀처럼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던 시청률이 조금씩 상승 기류를 타기 시작하더니 비로소 20%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오로라 공주'를 두고 막장 드라마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기존의 잣대로 볼 때 '오로라 공주'는 흔한 막장드라마들과는 조금 다르다. 우선 출생의 비밀과 불륜 등이 주된 스토리는 아니다. 또 하나의 주된 막장 코드인 ‘가혹한 시집살이’가 등장하긴 하지만 이것이 드라마의 주된 내용은 아니다.

드라마 초반부에선 ‘불륜이 중요한 키워드가 될 듯 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불륜과 연루된 인물들이 대거 하차하면서 불륜이라는 막장 코드 역시 드라마에서 사그라졌다.

그럼에도 '오로라 공주'가 막장 드라마로 불리는 결정적인 이유는 비정상적인 내용 전개다. 사실 '오로라 공주'는 방송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묘한 드라마라는 평가를 많이 받고 있다. 드라마 초반부와 종반부인 지금은 드라마의 주요 콘셉트부터 등장인물까지 대부분이 변했다. 아니 전혀 다른 드라마라고 해도 될 정도다.

제작발표회와 배우들의 인터뷰 등 방영을 앞두고 벌어지는 드라마 홍보 관련 일정을 전면 거절하기로 유명한 임 작가는 방영 직전까지 드라마의 내용까지 함구하기로 유명하다. 다행히 '오로라 공주'는 제작발표회를 열었는데 당시 참석한 배우의 상당수가 지금은 드라마에서 하차했다.

본래 남자 주인공이었던 황마마 역할의 오창석은 아직 하차하진 않았지만 이미 남자 주인공의 지위는 잃어버린 지 오래다. 대신 제작발표회 당시엔 존재감이 전무하던 설설희 역할의 서하준이 새로운 남자 주인공으로 굳어져가는 분위기다. 정확히 말해 타이틀롤인 오로라 역할의 전소민만 자신의 자리를 여전히 확보하고 있을 뿐 지금은 남자 주인공이 누군 지조차 불명확해진 상황이다.

오로라의 아버지 역할로 나온 변희봉이 돌연 교통사고로 사망한 설정으로 하차한 데 이어 박영규 손창민 오대규 등 세 오빠, 그리고 이상숙 이아현 이현경 등 세 새언니들은 모두 미국 이민 설정으로 드라마를 떠났다. 최근 오로라의 어머니 역할을 맡았던 서우림 역시 돌연사 설정으로 하차했다.

오로라 집안의 몰락이 드라마 '오로라 공주'가 그리고자 했던 내용이라면 아주 제대로 완성이 된 셈이다. 게다가 오로라는 황마마와 이혼한 뒤 혈액암 4기의 설설희와 결혼하려 하고 있다. 오로라의 처지는 말 그대로 기구한 운명의 공주다.

갑작스럽게 배우들이 돌연 하차하고 해당 배우들이 이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제기되기 시작한 '오로라 공주'에 대한 논란은 어느 정도 반향을 불러 일으켰지만 그리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진 못했다. 그렇지만 최근 임예진과 서우림이 연이어 하차하면서, 이제 드라마에서 돌연 하차한 인원이 10명을 넘어서면서 비난의 강도가 높아졌다.

임예진 하차 과정에서 워낙 여론이 들끓자 MBC는 서우림 하차 내용이 방송되는 날 오전에 이례적으로 보도 자료를 배포해 그의 사망이 드라마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내용이라고 피력했다. 연이은 돌연사에 의한 중견 배우의 하차 소식에 '오로라 공주'는 데스노트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써야 했다.

그렇지만 비난 여론이 뜨거워지면서 '오로라 공주'의 시청률도 반등하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한 것일까 드라마가 하나 둘 논란의 불씨를 세간에 던져주기 시작했다.

첫 번째 화두는 암 세포를 사랑한 남자다. 혈액암 4기 판정을 받은 설설희는 치료를 거부하며 “암세포들도 어쨌든 생명이다. 내가 죽이려고 하면 암 세포들도 느낄 것 같다. 이유가 있어서 생겼을 것 같은데 원인이 있을 것. 이 세상 잘난 사람만 살아가야 하는 거 아니듯이 같이 지내보려고 한다”는 드라마 역사에 길이 남을 대사를 내놓는다. 이 논리대로라면 병원이라는 존재는 사라져야 한다. '개그콘서트'의 풍자처럼 치질 세포도 생명이니 치료받으면 안되며 모든 질병에 대한 인식이 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설설희라는 캐릭터의 성향이니 존중해줘야 한다. 실제로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도 일을 터이니 말이다. 그렇지만 설설희는 이혼녀가 된 오로라 앞에선 이런 생각을 버리고 치료를 받는다. 만약 설설희가 어쨌든 생명인 암세포와 치료를 원하는 오로라 앞에서 번뇌하는(이런 설정이 더 막장이겠지만) 모습이라도 보였다면 설설희의 독특한 사고관을 인정해줘야 했을 지도 모르지만 그는 오로라 앞에서 금세 암세포도 생명이라는 자신의 철학(?)을 버렸다. 의도적으로 논란을 만들기 위해 탄생한 대사가 아닐까 싶은 의혹이 불거지는 대목이다.

“나 이제 남자가 됐어”라는 또 하나의 명대사를 내놓은 나타샤(송원근 분)도 화제의 주인공이다. 동성애자에서 이성애자가 됐다는 의미인데, 동성애자는 남자가 아니라는 의미부터 불편하다. 그런데 동성애자가 이성애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 자체가 더 문제다. 이는 동성애자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더욱 눈길을 끄는 대목은 몇 회 뒤에 등장한 이성애자 변신 비법(?)이다.

나타샤는 “절에서 하루에 1000배씩 했다. 정말 힘들다. 두 달 했다니 남자들이 눈에 안 들어왔고 10만배가 넘으니 여자들이 예뻐 보이더라”고 말했다. 종교의 힘으로 이성애자가 됐다는 의미인데, 이 얘길 듣고 불교계 스님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불교의 힘을 보여주는 대사라고 좋아할까, 아니면 더 기분 나빠할까 의문이다.

'오로라 공주'가 막장 드라마로 비난의 대상이 된 터라 다행이지, 전 국민의 신뢰를 한 몸에 받는 명작 드라마였다면 동성애자들이 절에 가서 1000배를 해보라는 엉뚱한 괴롭힘을 당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나타샤가 실제는 이성애자인데 잠시 성정체성의 혼란을 겪은 것일 수도 있으며, 양성애자였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임 작가는 이런 가능성에 대한 언급을 드라마에서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다분히 인권 침해적인 막장 코드까지 등장하며 '오로라 공주'는 시청률 20%의 고지를 점령했다.

이젠 '오로라 공주'를 보지 않으면 대화에 끼기 힘들 정도다. 주위 사람들이 암세포 생명설이나 1000배 이성애자 변신설 등을 얘기할 때 끼어들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막장의 진수인 ‘욕하며 본다’를 뛰어 넘어 ‘남들이 욕할 때 끼지 못하는 것이 두려워 보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더욱 불편한 부분은 막장 논란이 가열되면서 일부러 제작진이 이런 논란의 여지가 있는 대사를 하나 둘 풀어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다. 저조한 시청률로 인해 기존 드라마에 비해 별다른 화제를 불러 모으지 못하던 임 작가는 비로소 다시 한 번 화제의 중심에 섰고 MBC도 대박의 최소 기준인 20%를 넘기며 원하던 시청률을 얻었다. 그렇지만 그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의 입맛은 두고두고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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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교동 기자 (minkyodo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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