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찬 놓친' 한화, 국가대표급 격상…FA 새옹지마

데일리안 스포츠 = 이일동 기자

입력 2013.11.17 13:10  수정 2013.11.17 13:16

이용규+정근우 동시 영입..국가대표 테이블세터진 구성

지난해 김주찬 놓친 것이 오히려 득으로 작용

FA계약을 통해 한화로 이적한 정근우-이용규.ⓒ SK/KIA

이용규와 KIA, 정근우와 SK의 결별, 그리고 한화와의 FA 계약은 몇 시간 차이였다.

한화는 17일 정근우와 70억 원, 이용규와 67억 원에 계약을 완료했다. 이로써 한화는 국가대표 센터라인을 대거 보강, 큰 손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우선 이용규는 지난 10일부터 7일 동안 원 소속팀 KIA와 우선협상을 벌였지만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채 결별했다. 이용규는 결렬 하루 전 “KIA에서 마음이 떠났다”는 식으로 결별을 예고한 바 있다. KIA는 이용규가 있는 서울로 협상팀을 올려 보냈지만 끝내 이용규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왼손 리드오프 '한화의 꿈'

이용규는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1번타자다. '용규놀이'라고 불리는 끈질긴 선구안과 컨택 능력은 국내에서 독보적이다. 이용규 입장에선 자신의 객관적 시장 가치를 이번 기회에 알아보고 싶었다.

KIA가 일단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김주찬+알파'다. 작년 KIA가 4년 50억 원에 영입한 김주찬의 가치 이상으로 이용규를 평가한 셈이다. 실제로 이용규에 제시한 금액은 4년 60억 원 내외로 보인다. 객관적 경력만 봐도 이용규의 몸값이 김주찬을 넘어서는 게 사실이다. 김주찬은 국가대표 경력과 통산기록에서 이용규에 밀린다.

이용규는 KIA가 제시한 금액 이상을 FA 시장에서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섰을 가능성이 높다. FA 큰 손을 자처한 한화가 두둑한 현금 주머니를 열고 특급 FA가 시장에 풀리기만 기다려 왔기 때문이다. 한화는 작년 류현진의 포스팅 금액 260억 원을 한 푼 쓰지 않고 적립해 둔 바 있다.


김주찬 놓친 한화 'FA 새옹지마'

사실 작년 FA 대박을 터뜨린 김주찬의 FA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이도 바로 한화 김응용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김주찬 정도면 50억 가치가 있다"라고 영입 기준을 제시했는데 몸이 먼저 달아 오른 KIA가 김주찬을 낚아챘다. 김주찬을 노리던 한화로선 사실상 헛물 켠 셈이었다. 그런데 김주찬을 영입하지 않은 게 한화로서는 득이 됐다.

이번 FA 시장에서 리드오프를 물색 중인 한화가 노리는 타자는 오른손이 아니라 왼손이다. 한화는 9개 구단 중 타선의 좌우 밸런스가 무너진, 가장 편향적인 팀이었다. 김태균을 비롯해 최진행, 송광민, 김태완, 정현석 등 중심타자들이 우타 일색이었다.

그나마 클린업에 포함됐던 장성호마저 롯데로 트레이드 했다. 고동진과 한상훈으로는 상위타선의 좌우 밸런스를 맞추긴 역부족이었다. 김주찬이 왔다면 이런 불균형은 더 심화됐을 가능성이 높다. 한화가 김주찬 영입에 실패한 것은 어쩌면 1년 뒤 FA 시장에 풀릴 이용규를 노린 긴 호흡이었을지도 모른다.

작년에 놓친 김주찬보다 올해 풀린 이용규가 오히려 한화의 전력 보강엔 실보다 득이 될 가능성이 크다. 빠른 발을 바탕으로 폭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하는 중견수 이용규는 한화 입장에선 반드시 영입해야 할 선수다. 한화는 작년 류현진을 LA 다저스로 보낸 뒤 펜스를 뒤로 물린 바 있다. 공격보단 수비에 방점을 둔 김 감독의 선택이었다. 그만큼 넓은 외야를 책임질 중견수의 확보가 필요했다. 홈런도 그만큼 줄었다.

'다이너마이트 타선'으로 불리던 타선이 팀홈런 47개로 9개 구단 중 최하위의 수모를 당했다. 한화로선 큰 것 한 방보단 정교한 타격이 가능한 외야수가 필요하다. 이용규는 한화가 바라는 '왼손-빠른 발-정교함'의 세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외야수다. 더구나 한화는 이용규 입장에선 적응에 큰 무리가 없는 팀이다. 과거 함께 선수 생활을 한 이종범 주루 코치를 비롯 KIA 출신 코칭 스탭이 많다. 윈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근우까지 '국가대표 센터라인'

작년 김주찬의 몸값만 올려놓고 빈손에 그쳤던 FA 큰손 한화.

이번에는 한화가 이용규와 정근우, 둘 다 잡는데 성공했다. 한화는 그야말로 국가대표팀 테이블세터진을 확보했다. 김태균과 최진행의 장타력에 이용규와 정근우의 정교함이 가세하면 타선의 짜임새는 탄탄해진다. 선풍기만 즐비하던 한화 타선에 손부채의 정교한 바람이 대전이 새롭게 불 가능성이 크다.

대포 한 방에 의존하던 한화 타선의 체질개선이 이번 FA 영입부터 시도될 수 있다. 게다가 일거에 센터 라인을 국가대표급으로 격상시켰다. 팀 타선의 짜임새는 물론 센터라인이 막강해졌다. 센터 라인이 강한 팀이 강팀이 되는 건 야구계의 검증된 명제다.

김주찬이 KIA로 가고 KIA의 이용규는 FA 시장으로 흘러나왔다. 한화에 필요한 타자는 김주찬보단 이용규다. 이런 계산까지 했다면 한화 노재덕 단장은 빌리 빈 못지않다. 이번에 정근우까지 잡은 한화는 9구단 체제 최하위의 수모를 일거에 탈출할 수 있는 엔진을 장착했다. 큰손이 된 빈손 한화의 'FA 새옹지마'다.

한편, NC는 이날 이종욱과 계약기간 4년 계약금 28억 원, 연봉 5억 원, 옵션 2억 원 등 총액 50억 원에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 손시헌과도 이종욱과 같은 계약기간 4년에 계약금 12억 원, 연봉 4억 원, 옵션 2억 원 등 총액 30억 원에 사인했다.

원 소속팀 두산과의 우선협상기간에 계약에 도달하지 못한 둘은 NC 김경문 감독과의 인연도 깊은 베테랑들로 2014시즌 신생팀 NC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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