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빛낸 두산 야구…되풀이된 역사에 눈물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3.11.02 10:01  수정 2013.11.02 10:07

준PO-PO 혈전 이어 KS 1~2차전 잡으며 우승 눈앞

2007년에도 2승 후 4연패 악몽, 잔혹한 희망고문

두산의 '미라클'은 아쉽게 일어나지 않았다. ⓒ 삼성 라이온즈

2013 가을야구를 뜨겁게 달궜던 '두산 극장'은 아쉽게도 새드 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비록 최후의 승자는 삼성이었지만 2013 포스트시즌을 풍성하게 만든 진정한 주역은 바로 두산이었다.

두산은 올해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시즌을 보냈다. 3연패를 노리는 삼성의 강력한 대항마로 거론되었지만 시즌 내내 들쭉날쭉한 전력을 보이며 냉온탕을 오르내렸다. 강력한 타선을 앞세워 시즌 초반 선두권으로 부상하다가 마운드 난조와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겹치며 중위권으로 추락하는가하면, 시즌 막바지에는 매서운 뒷심을 선보이며 삼성-LG의 아성을 끊임없이 위협하는 성가신 존재로 활약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두산 극장은 정규시즌 최종전에서부터 시작됐다. 시즌 막판까지 '서울 3형제' LG-넥센과 함께 치열한 플레이오프 직행싸움을 펼쳤던 두산은, 최종전에서 LG와의 맞대결에 패하며 4위로 준플레이오프까지 밀려나는 희생양이 되었다. 두산으로서는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로 출발한 포스트시즌이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초반 경기는 풀리지 않았다. 홈 어드밴티지를 잃은 가운데 원정으로 치러진 1~2차전에서 '가을야구 초보' 넥센에게 2경기연속 끝내기 패배를 당하는 굴욕을 겪었다. 이대로 두산의 올해 가을야구는 초라하게 막을 내리는듯했다. 하지만 벼랑 끝에서 '미라클 두산'의 반격이 막을 올렸다. 두산은 2연패 뒤 3연승을 거두는 짜릿한 역스윕으로 넥센을 물리치고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두산의 가세는 멈추지 않았다. 플레오프에서는 2위 LG를 3승 1패로 꺾고 5년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역대 포스트시즌 사상 준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치른팀이 한국식리즈에 오른 것은 역대 최초였다. 더불어 두산은 사상 초유의 정규리그 4위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새로운 역사에 도전장을 던졌다.

두산은 통합 3연패를 노리는 디펜딩챔피언 삼성을 상대로도 대구 원정 1~2차전을 모두 쓸어 담는 이변을 연출했다. 잠실로 옮겨 치른 첫 3차전을 내줬지만 다시 4차전을 승리로 이끌며 3승 1패를 기록한 두산은 기적 같은 한국시리즈 우승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끊임없이 새로운 히어로가 탄생하는 두산 특유의 화수분야구와 삼성의 강타선을 꽁꽁 틀어막은 불펜의 힘이 돋보였다.

하지만 또 다른 반전이 두산의 우승 꿈을 가로막았다. 두산은 잠실에서 열린 5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내지 못한 게 뼈아팠다. 에이스의 붕괴 속에 종반전을 대비하여 투수전력을 아끼려던 것이 오히려 침묵하던 삼성 타선의 기를 살려주는 패착으로 이어졌다. 좌완계투의 부재와 피로도 누적이라는 두산 불펜의 약점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두산은 대구로 옮겨 치러진 6-7차전에서 잇달아 먼저 선취점을 뽑으며 중반까지 리드를 잡았으나 번번이 고비를 넘지 못했다. 믿었던 마운드가 삼성의 장타력에 무너지며 2경기 연속 역전패라는 믿을 수 없는 결과를 받아들여야했다. 4차전까지 3승을 먼저 선점한 팀이 3연패로 대역전극을 허용한 것은 한국시리즈 역사상 최초였다. SK를 상대했던 2007년 당시 먼저 2연승을 거두고도 내리 4연패를 당한 것과 더불어 또 한 번 한국시리즈 사상 희대의 역전패에 되는 불명예 기록을 세웠다. 그렇게 롤러코스터 같았던 2013 두산 극장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두산은 마지막 우승을 차지했던 2001년을 끝으로, 이후 4번의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준우승에 그치는 2인자 징크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SK를 상대했던 2007년과 2008년에 이어 이번에도 1차전을 먼저 승리하며 시리즈의 주도권을 쥐고도 번번이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에 분루를 흘렸다는 게 공통점이다. 올해 포스트시즌 역대 최다인 16경기의 강행군을 이어오며 우승에 대한 투혼을 보였던 두산 선수들에게는 너무나도 잔혹했던 희망고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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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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