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는 넥센이 0-3으로 뒤지고 있던 9회말 2사 상황에서 극적인 3점 홈런을 뽑아내며 3-3 동점을 만들어냈다. ⓒ 연합뉴스
영화를 보면 '영웅'이 어려움을 겪긴 하지만 결국 승리한다.
물론 한국 프로야구의 영웅은 플레이오프 진출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하지만 영화 속 영웅처럼 쉽게 죽지 않았다. 비록 준플레이오프에서 역스윕 당했지만 적은 연봉으로 선수단을 꾸리면서도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 3위를 차지하고 창단 첫 포스트시즌에 나선 것만으로도 충분히 평가받을 자격이 있다.
홈에서 벌어진 1·2차전을 모두 잡으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눈앞에 뒀다가 원정 3·4차전을 내줬던 넥센은 14일 목동구장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끈질기게 두산을 괴롭혔지만 끝내 5-8로 패퇴했다.
넥센은 두산 선발 유희관에게 7이닝동안 몸에 맞는 공 하나만으로 출루했을 뿐 단 1개의 볼넷이나 안타도 뽑아내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밀렸다. 그 사이 넥센 선발 나이트는 이원석에게 3점 홈런을 내줬다.
하지만 8회말 첫 안타로 유희관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린 뒤 넥센의 영웅들은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마치 WWE 프로 레슬링에서 일방적인 린치를 당하다가 갑자기 불끈 힘이 솟아 상대를 몰아붙이는 '헐크 호건'을 보는 듯했다.
이러한 넥센의 끈기는 결국 9회말 극적인 동점 홈런으로 이어졌다. 물론 두산의 불펜이 불안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불굴의 의지로 9회말 2사 상황에서 박병호의 3점 홈런으로 3-3 동점을 만들어냈다. 니퍼트의 공이 높기도 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넥센의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연장 13회초 두산에게 홈런 2개를 내주면서 5점을 뺏긴 상황에서도 넥센은 포기하지 않았다. 두산 투수 윤명준의 제구력 난조로 무사 1·2루를 만들며 다시 한 번 넥센 팬들의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1루수 오재원에게 정면으로 가는 타구로 순식간에 2사 1루가 되면서 분위기가 꺾였지만 넥센은 이택근의 2점 홈런으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아쉬운 대목도 있었다. 9회말 박병호의 3점 홈런 뒤 가져온 분위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마무리 손승락이 두산의 타선을 연장 3이닝동안 틀어막는 사이 어떻게든 한 점을 뽑았어야 했다. 두산의 불펜이 허약하다는 점을 감안하다면 더욱 그랬다.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이 끝내 넥센의 패배를 불러왔다.
그래도 넥센은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초보 염경엽 감독의 지휘 아래 넥센의 전력은 이전보다 훨씬 업그레이드됐고 창단 첫 4강에 들었다. 그것만으로도 넥센은 충분히 영웅 자격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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