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이 문제? 언제나 88만원 받는게 문제

김헌식 문화평론가 (codessss@hanmail.net)

입력 2013.10.03 10:20  수정 2013.10.03 10:25

<김헌식의 문화 꼬기>테크놀로지 매개의 일 중심의 진로 교육 필요

'역사 속에 사라진 직업들'에서 미하엘라 비저는 가스등 발명전에는 극장에서 촛불관리인은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촛불을 켜야 배우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빈의 궁정극장에는 무려 객석에 300개, 무대에 500개의 촛불을 놓아야 했다. 그러나 이 직업은 일치감치 사라졌다. 우리나라의 직업사를 다룬 이승원의 '사라진 직업의 역사'를 보면 전화교환수, 변사, 기생, 전기수, 유모, 인력거꾼, 여차장, 물장수, 약장수 등은 한때 최고의 직업이었지만 사라졌다고 적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산업별 직업 직무 조사 결과를 보면, 브라운관봉입원과 전자총조립원, 비디오조립원 등 30여개의 직업이 소멸됐다. 첨단 제품으로 대체되거나 자동화·기계화 되어서다. 유리 진공병을 대신한 스테인리스 보온병은 보온병도금원과 진공병양면부착원 등을 사라지게 했다. 전화통신망과 인터넷망이 전신타자기를 대체해 전보송수신원과 전보시설운용원이 없어졌다.

컴퓨터는 인기 직종이던 타자수를 없앴고. 컴퓨터 조판은 활판인쇄기조작원, 주조기조작원 등은 설자리를 잃게 했다. 가스와 전기는 성냥을 만드는 사람들을 급격하게 줄이게 했다. 이외에 목관악기제작원, 교련 교사 등을 볼 수 없게 되었고 미래에 없어질 직업으로 교수·교사, 가정부, 인쇄업, 거래중개인 등이 꼽히기도 한다.

그럼 새롭게 부각되는 직업은 무엇일까. 흔히 새로운 직업하면 정보화·디지털 분야의 직업을 꼽게 된다. 관건은 테크놀로지다. 스마트폰 때문에 앱 개발자, 증강현실 엔지니어, 스마트폰 액세서리 개발자 등이 새롭게 등장했다. 신생 에너지와 관련해 태양광발전 연구원, 전기자동차 충전시스템 기술자, 탄소배출권 거래 중개인 등도 꼽힌다.

운송장비제조업에서는 전기자전거기술자, 전기자전거정비원, 전기자전거조립원 등의 직업이 새롭게 등장했다. 모바일 홈네트워크나 로봇도우미, 사이버 신문·잡지, 전자 거래, 온라인 원격 강의 관련 직업이 유망하게 점쳐지고 있다.

선박 및 보트 건조업에서는 블라스팅로봇조작원과 선박용접로봇조작원, 항공기·우주선 및 부품제조업에서는 우주센터발사지휘통제원, 발사체기술연구원, 발사체추진기관연구원, 발사체추진기관시험원, 터보펌프시험원 등의 5개 직업이 생겼다.

철도차량제조업에서는 고속철도차량설계원, 고속철도차량대차차입원, 고속철도차량유지보수원, 고속철도차량성능시험원 등이 등장했다. 활판인쇄에서 디지털인쇄로 바뀌며 디지털제판원, 스템퍼제작원, 광디스크프레싱원, 광디스크인쇄원이 등장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 2009년 물장수, 주산 강사, 성냥제조원, 굴뚝청소원 등 우리나라 현대사에 등장했던 다양한 직업의 변천사를 다룬 직업정보서 `세월 따라 직업 따라'를 발간했다. 사진은 책에 실린 관련자료.ⓒ연합뉴스

평판관리전문가는 온라인상의 개인평판을 관리하고, 인터넷에 떠도는 나쁜 평판을 복구·관리하며, 세상을 떠난 사람이 디지털 공간에 남긴 흔적들을 정리해주는 사이버언더테이커(디지털장의사), 이혼에 필요한 각종 일과 법적 절차를 관리 설계하는 이혼플래너도 있다. 냄새판정사는 냄새로 공장 및 사업소에서 유해물질 여부 등을 측정하는 일을 한다. 미국에서는 8만명이 활동하는 수의테크니션은 수의사의 동물치료나 수술을 지원해주는 보조한다.

세계 석학들은 지금 아이들이 갖게 될 직업의 60%는 미래에 새로 만들어질 것들이며, 2030년까지 현재 직업의 50%가 없어지리라 예측한다. 많은 직업 관련 기관이나 전문가들이 미래의 유망한 직업을 전망한다. 하지만 각광받는 직업은 물론 유망한 직종은 언제든지 없어질 수 있다. 그만큼 현대 사회는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하다.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높으며 이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등장에 따라 새 직종들은 이전의 직업을 밀어내고 있다. 테크놀로지의 발달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미래를 대비할 수 있을까. 테크놀로지는 인간의 일자리를 없애내는 것만은 아니다. 고용과 취업을 지향하는 이들은 언제나 테크놀로지에 대한 ‘적응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나타날 때 마다 적절한 습득과 활용을 기할 수 있는 역량 축적이 중요하다.

평균 수명의 증가와 사회의 불확실성으로 한 가지 직종에 종사할 수 없기에 무엇보다 진로 상담이나 설계에 대한 개념과 인식이 전환되어야 한다. 그동안 직로 교육이나 상담은 주로 유망직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직로상담사나 진학교사는 점쟁이가 되어야 했다. 정확하게 유망한 직업을 예측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유망 직종에 대한 예측이 관심을 모았고 해마다 유망직종이 발표된다. 하지만 그것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져 직접 실현 된 적은 별로 없다. 여전히 많은 이들은 공무원이나 의사, 변호사 등에 몰린다.

이제 직업을 중심으로 한 진로 설계보다는 ‘일’이나 ‘경험 축적’ 의 ‘워킹 매니지먼트’로 바뀌어야 한다. 100세 시대에 공무원이나 의사, 변호사는 그 직종에만 머물러 활동할수 없게 되었다. 다양한 역량을 지녀야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다. 의사는 의료를 바탕으로 의료장비선택이나, 의료강연,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 다양한 역략이 필요해졌다. 그것은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안전하게 수입을 보장해주는 시대는 갔기 때문이다.

‘분석 역량’의 연구원이 기자를 하며, 이후 교수나 방송인, 그리고 컨설턴트, 유명 강연자로 활동할 수 있다. 인터넷의 확대로 방송이 예전만 못하지만 앞으로도 방송의 제작원리는 강력하다. 방송의 프로세스나 제작원리를 아는 이들은 어느 분야에서도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출판이 사양 산업이래도 기획 편집 역량이면 앱이나 인터넷 포털 서비스 기획자로 옮길 수 있다. 고정된 직업 하나로 자신을 유지하는 행태는 사라지고, 대신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중심으로 잡(Jab)이 다양화 될 것이다. 중요한 점은 진정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가다.

이에 관한 역량을 테크놀로지 매개로 구축한다면 그와 파생 연관된 ‘일’은 평생 찾아온다. 젊은 시절 한때의 노력으로 평생 잘 먹고 잘 사는 사회는 사라지고 있다. 이는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의원의 경우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안정된 삶을 꿈꾸었지만, 다른 의료 테크놀로지의 발달 등으로 뒤처지는 역량에 따라 고전하고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중요한 것은 출신과 학벌이나 학위가 아니라 실무 경력자 우대다. 88만원을 받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언제나 88만원을 받는 것이 문제다.‘관리된’ 경력과 역량으로 점차 프로페셔널로 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사회적으로 갖춰져야 하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 1만 시간의 법칙이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면 이는 10년 정도 하나의 일-역량에 집중할 때, 개인의 입지가 확고해지는 시대다. 누구나 경력을 쌓으면 좋은 자리에 갈수 있는 무한도전의 사회가 선진국 사회이다. 특정인들을 위해 진입장벽을 구축하는 것은 개인이나 조직 나아가 국가적으로도 손해다.

무엇보다 테크놀로지에 대한 적응성과 활용성 지능이 높은 사람만이 불확실성의 다변화 흐름에서 유망한 직종위에서 서핑하게 된다. 이는 사업을 하거나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가나 리더들에게는 더욱 필요한 자질과 역량이다. 그것은 인간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엠테크나 감성공학을 말하는 것이지 인간을 종속화 하거나 소외시키는 기슬이 아님을 분별하는 역량이나 감수성을 말한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