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차 위기' 비틀 가가와, 독일로 유턴하라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입력 2013.09.14 09:53  수정 2013.09.14 10:57

맨유서 입지 급격히 좁아져..감독과도 불화?

팀 내 발 뻗을 포지션 없어..독일 유턴이 상책

가가와 성능은 독일 무대에 최적화됐다. ⓒ EPL

세계 자동차 시장을 이끄는 독일 폭스바겐엔 간판 히트상품이 있다.

소형차 비틀(1934)이다. 아돌프 히틀러가 제안해 만든 ‘딱정벌레 디자인’ 비틀은 2003년 구형이 단종 되기까지 전까지 2153만대를 생산, 전량 판매의 대기록을 작성했다. 소형차 전성기를 이끈 비틀은 가격대비 우수한 성능으로 독일 국민차 반열에 올라섰다.

일본 축구 간판 가가와 신지(24·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축구판' 비틀이다. 독일 도르트문트 시절 저렴한 몸값대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독일 골목을 누비는 실용적인 비틀처럼 가가와도 효율적인 드리블로 분데스리가를 공략했다.

그러나 한 순간의 자충수로 가가와는 ‘폐차’될 위기에 놓였다. 지난 시즌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로 이적한 게 재앙의 근원이다.

맨유는 최근 2년간 거액을 투자해 ‘슈퍼스타’ 반 페르시에 이어 펠라이니까지 데려왔다. 지난 시즌 맨유에 입단한 가가와도 분명히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의 전략에 포함됐다. ‘작은 거인’ 박지성을 경험한 퍼거슨은 독일에서 활약한 가가와에게도 기대가 컸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이 지난 시즌 우승을 끝으로 돌연 은퇴, 가가와 미래가 어두워졌다.

퍼거슨 후임 모예스 감독은 무게감 있는 '중형차 스타일’ 선수들을 선호한다. 파워와 기술이 조화를 이룬 펠라이니를 영입했고, 방황하던 탱크 루니를 다잡는데도 성공했다. 반면 모예스 취향이 아닌 ‘소형차’ 카가와는 존재감이 흐려졌다. 올 시즌 단 1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모예스 감독은 피지컬에서 약점을 드러낸 가가와를 후보로 내몰았다.

가가와 입장에서 모예스 감독의 판단은 야속하지만 냉혹한 현실이다. 가가와는 지난 시즌 맨유 중원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다가 한계를 절감했다. 중앙에서 볼을 자주 빼앗겨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들었다. 결국, 퍼거슨 전 감독은 가가와를 측면으로 돌려 가가와 약점을 덮었다.

이처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묵직하고 거칠다. EP이라는 하이웨이에서 가가와는 중대형 선수들과 스치기만 해도 휘청거린다. 가가와는 최근 답답했는지 “더 분발해야 한다”며 자신을 질책했다. 모예스 감독의 시야에서 멀어진 이유를 묻는 언론의 질문엔 쓴웃음으로 답하기도.

가가와 성능은 독일 무대에 최적화됐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EPL과 비교하면 피지컬 싸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브라질월드컵을 위해서라도 임대 등 탈출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팀에 소속돼도 소용없다.

차선책인 근력 보강도 한계가 있다. EPL 선수들과 체급이 다르기 때문이다. 무작정 근육만 늘린다면 가가와의 장점인 민첩성이 떨어질 수 있다. 가가와가 자신의 가치를 알아보고 ‘맞춤형 전술’을 구사했던 도르트문트로 유턴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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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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