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토크 57.4kg·m, 스포츠 모드까지…'운전의 재미' 제공
한국지엠 쉐보레 스파크EV.ⓒ데일리안
“경차 최대토크가 57.4kg·m라니”
지난 27일 신차발표회 및 시승회를 통해 공개된 한국지엠의 첫 번째 전기차 스파크EV의 제원표를 본 순간 눈을 의심해야 했다.
슈퍼카인 페라리 458 이탈리아의 최대토크가 55.0kg·m다. 8기통 4.5ℓ의 고배기량 엔진을 얹은 이 차는 5.6km/ℓ의 형편없는 연비를 기록할 정도로 연료를 쏟아 부어야 이정도 토크가 나온다. 가솔린보다 토크가 높은 디젤 차량도 배기량 3.5ℓ급은 돼야 57.4kg·m 수준의 토크를 낼 수 있다.
아무리 구동 메커니즘이 다르다 해도 경차가 슈퍼카보다 강한 힘을 낸다니 믿기 힘들 정도다.
차량 시승에 앞서 한국지엠이 내보낸 영상은 기자들을 다시 한 번 당혹케했다. 포르쉐 박스터와 스파크EV간의 드레그레이스(2대의 차량이 직선 도로를 고속질주해 승패를 가리는 경주) 장면이었다.
이 황당한 시합에 끌려온 포르쉐 박스터는 제로백(0→100 km/h)을 5초대에 끊는 고성능 스포츠카의 명성이 무색하게도 초반 질주에서는 스파크EV에 밀렸다. 물론 그 다음 장면(한국지엠이 잘라 버린)에서는 박스터가 바로 따라 잡았겠지만, 적어도 수백m 가량은 스파크EV가 선두였다.
포르쉐 잡는 전기차 스파크EV를 직접 타봤다.
야속하게도 한국지엠은 스파크EV를 면밀하게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는 않았다. 시승 구간은 인천 한국지엠 청라 프루빙 그라운드(Proving Ground) 내 테스트 트랙으로, 2km를 조금 넘는 거리였다.
2인 1조로 두 바퀴를 돌았으니, 운전석에서 한 바퀴, 조수석에서 한 바퀴가 전부다.
그 와중에도 꾸역꾸역 제로백과 최고속도를 측정해 봤다. 그나마 트랙에 1km 남짓한 직선 구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스파크EV의 계기반. 좌측에 배터리 잔량 표시계가 있다.ⓒ데일리안
스타트부터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전기차의 특성상 정지 상태에서의 가속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풀악셀(가속페달을 최대로 밟음)과 동시에 57.4kg·m의 토크가 1280kg에 불과한 차체를 끌어당기니 아스팔트에 스키드 마크까지 찍어가며 순식간에 속도를 높인다. 스타트에서 박스터를 제친 영상이 조작은 아니었음이 증명되는 순간이다.
다소 어설프게 측정한 제로백은 9초가 나왔다. 제원상의 수치인 8.5초와 큰 차이는 없었다.
스파크EV 기어노브 뒤쪽에 스포츠모드 버튼이 장착된 모습.ⓒ데일리안
한국지엠 측에 문의하니 스포츠 모드를 적용할 경우 가속페달의 반응을 좀 더 민첩하게 해준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 시승 구간이 짧았기에 일반 주행모드와 스포츠모드의 차이는 확연히 체감되지 않았다.
다만, 각각의 모드에서 최고속도가 나오는 시간을 측정한 결과 ‘폼으로 달아놓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증명됐다.
제로백 측정 이후에도 풀악셀 상태를 유지하니 약 19초 만에 속도계가 시속 148km를 찍는다. 제원상의 최고속도인 145km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직선구간이 좀 더 길었다면 150km를 넘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앞서, 동승자가 일반모드로 운전했을 때는 최대한으로 밟아도 145km를 넘지 못했었다.
한국지엠은 스파크EV 개발 과정에서 전기차라고 무조건 실용성만 중시하는 게 아니라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시승해본 스파크EV는 그같은 방향성에 상당 부분 부합하는 차였다.
전반적인 조작감은 가솔린이나 디젤차와 별 차이가 없다. 이는 기아차 레이EV나 르노삼성 SM3 Z.E.도 마찬가지지만, 전기차라고 해서 운전 방식이 특별한 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어를 D에 놓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전진하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선다. 엔진 소음이 없어 시동이 걸렸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계기반을 살펴야 한다는 게 불편함이라면 불편함이다.
계기반도 크게 낯설지 않다. 속도계는 가솔린 모델과 동일하고, RPM게이지 대신 악셀-브레이크 조작 상황 표시계가, 연료 게이지 대신 배터리 잔량 표시계가 달려있는 정도가 차이점이다.
스파크EV 트렁크를 개방한 모습. 아래쪽은 트렁크 하단 충전기 연결 잭 보관함까지 개방한 모습이다.ⓒ데일리안
가솔린 모델에 비해 트렁크 바닥이 조금 올라와 있지만, 그나마도 바닥에 충전기 연결 잭을 보관하기 위한 공간 때문이다. 애초에 트렁크가 그다지 큰 편은 아니었기에 큰 차이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국내 전기차 중 가장 강력한 토크와 가장 높은 출력(143마력, 105kW), 가장 긴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135km)를 갖췄음에도 배터리가 탑승객에게 불편을 주지 않도록 한 것은 기술적으로 높이 평가해줄 만하다.
한국지엠은 스파크EV 판매가격을 3390만원으로 책정했다. 여기에 환경부 보조금 1500만원과, 지자체 보조금(제주도 기준 800만원)을 반영하면 1690만원이다. 같은 경차 기반의 전기차인 레이EV보다는 500만원 비싸고, 준중형 전기차 SM3 Z.E.보다는 500만원 싼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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