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구 레전드'로 칭송받았던 강동희 전 감독에게 남은 수식어라고는 승부조작을 통해 한국농구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최악의 오점을 남긴 장본인이라는 타이틀이다.
국내 4대 프로스포츠 통틀어 감독 출신으로 구속에 이어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사상 최초다. 강동희에 대한 선고는 농구계뿐만 아니라 한국 프로스포츠의 해악으로 자리매김한 승부조작에 중대한 경종을 울린 사례다.
체감상 강동희에게 내려진 징역 10개월과 추징금 4700만 원 정도가 죄질에 비해 중벌을 내린 것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무엇보다 승부조작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엄격한 법리적 기준을 내렸다는 게 의미가 있다.
이날 선고공판을 담당한 의정부지법 나청 판사는 승부조작에 해당하는 '부정행위'의 범위를 '소극적이라고 해도 자신의 재량범위에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행위'까지 포함했다. 예를 들어 선수와 결탁하거나 심판진을 매수하는 등 직접적으로 남을 속이는 위법 행위가 아니더라도, 선수기용이나 작전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까지 포함된다.
강동희 사건의 핵심적인 논쟁도 이 부분이었다. 강동희 측은 이 부분을 스포츠에서 '감독의 고유권한'으로 합리화하려고 했다. 승부조작 의혹을 받았던 경기들은,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되고 나서 후보 선수를 선발로 내보내는 것이 농구계의 오래된 관행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가를 받고 상대팀에 져주기 위해 후보 선수를 기용하거나 시기에 맞지 않은 선수기용과 부적절한 작전 등 소극적 행위까지 승부조작의 범주에 포함시켰다. 불법 스포츠도박이 경기별, 쿼터별로 승패에 베팅이 가능해 마음만 먹으면 농구 감독 혼자서도 승부조작이 가능하다는 점도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결국, 강동희의 가장 큰 죄는 자신의 지위와 역할을 망각하고 승부를 조작해 스포츠의 생명인 공정성을 파괴하며 사회적 손실을 끼쳤다는 점이다. 이 사례는 향후 승부조작과 관련된 사건사고가 벌어질 때부터 중요한 근거로 남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 판결은 단지 피고인 강동희만이 아니라, 암묵적인 동조자가 다름없는 프로농구계와 한국 농구인들에게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승부조작에 가장 무서운 것이 매너리즘과 도덕불감증이다. 강동희의 승부조작 파문이 공식적으로 드러난 이후에도 농구계에서는 승부조작에 대한 위기의식보다 강동희에 대한 동정론이 더 앞섰다.
몇몇 감독들은 사건이 수사 중인 과정에도 오히려 강동희를 비호하는 탄원서를 집단으로 제출하려던 사실이 밝혀져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그 이면에는 농구계 관행과 인맥에 치우쳐 프로스포츠의 존립기반을 흔드는 승부조작 사태의 위험성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무지함이 드러난 대목이다.
KBL 한선교 총재는 지난 3월 강동희의 승부조작 혐의가 인정되면 영구 제명시킬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일회성 징계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다시는 이런 인물이 농구계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엄중한 처벌과 후속조치가 마련돼야 한다.
범죄를 근절시키는데 가장 위험한 장애물이 바로 어설픈 관용과 동정론이다. 프로축구에서 최근 승부조작에 연루됐던 선수들의 사면을 무리하게 추진해 여론의 거센 반발을 불러온 일을 기억해야 한다. 아직도 강동희에 대해 어설픈 동정심이나 승부조작을 고작 '한 번의 실수' 정도로 안이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농구인들이 있다면 정신 바짝 차려야한다.
그들이 여전히 타성에 젖어있을 동안 승부조작의 독버섯은 또 어느 순간에 농구계를 향해 유혹의 손길을 뻗어올지 모른다. 지금 농구계에 필요한 것은 엄중한 경계심과 뼈를 깎는 자정노력으로 팬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뿐이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