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해련 퍼스트어드밴티지 한국지사장 "사전고용심사는 청렴사회 지름길"
"최근 윤창중 사건으로 국가적인 손실이 컸었고, 인사검증이 이슈화됐었죠. 민간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채용을 잘못했을 경우의 손실을 최소화하려면 철저한 사전고용심사가 필요합니다."
'사전고용심사'.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지만, 이미 외국계 기업들과 일부 대기업에서는 경력직 채용 과정에서 필수 과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혜련 퍼스트어드밴티지 한국지사장.ⓒ퍼스트어드밴티지 한국지사
"입사 지원자에 대한 정보 부재로 인해 채용을 잘못했을 경우 문제가 발생해도 되돌리기 힘듭니다. 그 사회적 비용은 수조원에 달합니다. 그런 리스크를 줄여주는 게 우리의 역할입니다."
정 대표는 퍼스트어드밴티지가 수행하고 있는 '사전고용심사'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주로 서비스 의뢰 기업이 경력사원을 채용하고자 할 때 해당 지원자의 학력, 신용, 범죄경력 등 사실확인 조회와 평판조회 등을 통해 객관적인 리포트를 의뢰 기업에 제공하는 게 퍼스트어드밴티지가 하는 일이다.
"보통 지원자가 이력서를 내면 기업들은 그걸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는데, 그걸 제3자인 회사가 검증하고 리포트화해서 제공하면 그걸 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물론, 입사 지원자의 채용 여부를 사전고용심사 업체가 직접 결정해주지는 않는다. 사전고용심사 업체의 역할은 객관적인 검증 자료를 제공하는 데서 끝나고,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의뢰 기업의 인사담당자라는 설명이다.
경력 등 허위사실 검증 외 장점 객관적 평가 역할도
의뢰 기업에 제공한 심사 자료가 단지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데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채용 후에도 지원자의 역량과 성향에 대해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회사에서 직원을 잘 컨트롤할 수 있고, 더 성장시킬 수 있다"며, "지원자의 장점을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도 있기 때문에, 회사와 지원자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우리나라 풍토에서 입사 지원자에 대한 일종의 뒷조사(?)는 그리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고급 인재를 스카웃하는 개념이라면 다소 과한 인사 검증이 입사 예정자의 심기를 건드려 일을 틀어지게 만들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정 대표의 생각은 이렇다.
"검증은 바로 신뢰의 첫 시작입니다. 지원자가 검증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요.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지원자가 채용된다면 정직한 다른 지원자의 기회를 박탈하게 되고, 형평성 문제도 있는 겁니다."
"사전고용심사는 '뒷조사' 아닌 오픈 프로세스"
정 대표는 '뒷조사'라는 기자의 용어 선택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았다.
"뒷조사가 아니라 오픈 프로세스라는 인식 변화가 필요합니다. 모든 조사과정은 입사 지원자에게 동의서를 받은 후에야 진행되죠. 동의서에는 구체적인 조사 내용과 결과로 도출된 자료의 제공처, 보유기간 등이 상세하게 기재됩니다. 말 그대로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거죠. 법적으로 논란이 되는 일을 하지 않기 위해 대형 로펌사로부터 법률자문도 구합니다."
오히려 기업에서 자신에 대한 인사검증을 철저히 하는 모습을 보고 더 신뢰를 갖는 등 순기능도 많다고 한다.
"우리가 사전고용심사를 맡은 지원자 중 모 기업 인사부에 입사한 분이 있었는데, 입사 후에도 업무 특성상 우리와 만날 기회가 많았죠. 그 분의 경우 입사 과정에서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치며 힘들게 입사해서 회사에 대한 로열티도 높아지고, 사람을 쉽게 뽑지 않는 회사라는 인식도 가져 회사에 대한 충성도와 신뢰도가 높아졌다고 하더군요."
사실확인 조회의 경우 서류상으로 가능하지만, 평판 조회는 해당 지원자의 주변인들과의 접촉을 통해 직접 조사해야 한다.
주로 이전 직장에서의 직속상사가 평판 조회를 위한 설문 대상인데, 그 대상자도 지원자의 의사에 따라 결정한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우리 정서상 한때 같이 일하던 부하직원에 대해 설령 단점이 있다 한들 사실대로 말하는 게 가능할까. 더구나 설문 대상자가 지원자가 지목한 사람이라면 더욱 객관적인 평가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평판 조회를 위한 질문 자체가 좋은 점만 어필할 수 있도록 돼있지 않다"며, "실제 그동안의 평판 조회 결과에 비춰봐도 (직급 등) 레벨이 높을수록 정확하게 얘기해 주지 과대포장하지는 않는다. 지원자에 대한 단점이나 보완점 부분도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옛 부하직원에 대한 평판조회 요청이 오면 어떻게 답하겠는지를 묻는 설문에서도 솔직하게 답하겠다는 비율이 높게 나왔다고 정 대표는 전했다.
"검증 없이 채용했다 낭패 볼 뻔한 사례, 기업에서도 비일비재"
퍼스트어드밴티지가 한국에 진출한 시점은 2008년 4월이다. 2007년 신정아 씨의 학력위조 사건으로 인사검증의 중요성이 한창 부각되고 있을 무렵이다.
신씨의 사례와 같이 인사검증을 거치지 않았다가 낭패를 본 사례는 민간 기업에서도 비일비재한 일이라고 한다.
정 대표는 국내에서 대표적인 사례를 하나 소개했다. 채용 과정에서 인사검증을 의뢰한 게 아니라 이미 입사한 직원에 대해 검증을 의뢰한 사례다.
A 기업은 미국의 한 주립대를 다니다 국내 명문대학으로 편입 후 다시 미국에서 MBA과정까지 밟았다는 B 직원에 대해 퍼스트어드밴티지에 검증을 의뢰했다. 화려한 경력과는 달리 업무 역량이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해당 직원에게만 검증 동의서를 요구할 경우 특정 직원을 의심했다는 반발을 살 우려 때문에 전 직원에게 동의서를 받는 과정까지 거쳤다.
퍼스트어드밴티지가 검증에 착수한 결과, 해당 직원의 미국에서의 경력은 랭귀지 코스 2개월이 전부였다. 이력서에 기재된 미국 모 주립대와 학점 교환이 되는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의 랭귀지 코스를 2달간 다니다 이후 등록을 하지 않아 제적처리된 것.
편입했다는 국내 명문대학에도 B씨에 대한 기록은 없었다. 물론 MBA과정도 밟지 않았다. 그의 공인 최종학력은 고졸이었다.
"B씨는 경력직이었고, 이전 직장도 좋은 곳이었기 때문에 A 기업은 옛 직장에서의 경력만 보고 그 이전 경력이나 학력에 대해서는 검증할 생각도 없이 이력서 그대로 믿은 거죠. 보통 경력직 채용에서는 그런 식의 맹점이 자주 발생합니다."
퍼스트어드밴티지 한국지사 설립 이전, 정 대표가 일본지사에 근무할 때는 좀 더 지능적인 경력 위조 사례도 겪었다고 한다.
금융권인 C 기업에 준법감시인 역할로 채용 예정이었던 D 씨는 이력서에 경력을 허위로 기재한 다음 검증 과정을 피하기 위해 옛 직장으로 허위 기재한 E 기업 홈페이지에 링크를 걸어놓고, 해당 페이지로 들어가면 자신이 E기업에 근무했던 것처럼 조작해 놓았다.
또, 해당 페이지에 E기업 인사부 전화번호도 허위로 올려 전화가 오면 자신이 받아서 스스로의 경력사항을 증명해주고, 평판 조회도 해주는 식으로 검증 회피를 시도했다.
사전고용심사를 맡은 퍼스트어드밴티지는 D 씨에 대한 경력과 평판 조회 등이 지나치게 과대포장 됐다는 점을 의심해 공식 경로로 검증한 결과 허위 사실을 밝혀냈고, D 씨의 입사는 취소됐다.
"D 씨가 담당할 예정이었던 준법감시인은 직원들이 회사 내규를 잘 지키나 감시하는 역할로, 매우 중요한 직책인데, 사람을 잘못 뽑았으면 큰일 날 뻔했죠. C 기업에서 뽑으면 안 될 사람 검증해줘서 고맙다고 우리한테 감사패까지 줄 정도였습니다."
2003년 퍼스트어드밴티지 일본지사에 입사해 사전고용심사 서비스 업종에 뛰어든 정혜련 대표는 2006년부터 일본지사 내 한국사업 총괄 매니저로 일하다 2008년 4월 한국지사 설립과 함께 초대 지사장으로 부임했다.
한국 진출 이후 2011년까지 매년 20~30%의 매출 증가를 기록하고, 지난해에는 2000건 정도의 사전고용심사를 담당할 정도로 사업 규모가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사전고용심사라는 개념을 모르거나, 알더라도 꺼려하고 있다.
그런 이들에게 정 대표는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단다.
"우리 같은 검증회사에 맡기건 내부적으로 진행하건 사전고용심사는 꼭 필요합니다. 그게 클린 소사이어티를 만드는 일입니다. 넓은 의미로는 기업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보호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산업스파이의 위장취업도 철저한 검증을 통해 걸러내야 합니다. 요즘은 검증에 대한 지원자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고 있고, 채용 프로세스의 일환으로 구동시키면 큰 걸림돌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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