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이탈리아 봉변’ 천박한 극성팬 문화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3.05.27 09:39  수정 2013.05.28 15:26
G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싸이,코파 이탈리아 결승 초청 공연서 야유 받아

최근 K리그 안양 서포터즈 사례도 이와 비교

싸이가 26일(현지시각) 로마 올림피코 스타디움서 열린 코파 이탈리아 결승에 앞서 공연을 펼치다 야유를 받았다.ⓒ 게티이미지

월드스타로 부상한 가수 싸이가 이탈리아 공연에서 봉변을 당했다.

싸이는 26일(현지시각) 로마 올림피코 스타디움서 열린 AS로마-라치오의 코파 이탈리아 결승전에 앞서 초대가수로 공연을 펼치다 현지 관중들로부터 야유를 받았다.

싸이가 무대에 등장하자 일부 관중들은 욕설과 조롱 섞인 야유를 퍼부었고, 심지어 인종차별적 발언까지 내뱉었다. 일부 관중들의 야유 소음으로 노래까지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가 되자 주최 측이 음향 볼륨을 더 키우며 대응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싸이도 예상하지 못한 사태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탈리아 관중들의 야유 원인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에 패하며 16강서 탈락한 장면을 기억하는 팬들이 한국에 대한 악감정을 싸이를 통해 표출했다고 보는 분석도 있다. 유럽은 물론 축구계에서도 큰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유색인종에 대한 인종차별 현상이 표출됐다고도 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시대착오적이고 천박한 팬 문화는 어떤 이유에서든 용납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탈리아는 비록 최근 몇 년간 승부조작 파문 등으로 위상이 많이 추락했지만 여전히 유럽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빅리그다. 유럽에서 유난히 열정적이고 민족주의적 성향이 짙은 것도 이탈리아 팬들의 특징이다.

그러나 고질적인 인종차별과 과격한 극성팬들의 난동 등은 시대의 발전을 따라잡지 못하는 후진적 축구문화의 부작용으로 현지에서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 타 국가에서도 인종차별이나 훌리건들의 난동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공격성과 배타적 사고는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이 아니다.

한국 프로축구에서도 가끔씩 극성스러운 팬들의 응원문화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인종차별까지는 아니지만, 일부 팀이나 선수들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지역비하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어 물의를 빚는 일이 드물지 않다.

가장 최근인 지난 18일에는 안양과 경찰축구단(이하 경찰청) 경기에서 일부 안양 서포터스가 과거 FC서울 소속으로 현재 경찰청에서 뛰고 있는 정조국을 향해 인신공격성 현수막을 내걸어 충격을 줬다. 당시 일부 팬들은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이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상황에서도 정조국의 가족과 출신을 거론하며 막말에 가까운 욕설을 계속했다.

문제는 이런 경우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안양 서포터스는 지난 3월 광주 FC전이 끝난 뒤 광주 팬들과 물리적 충돌을 일으키며 일부 팬들이 '지역비하 발언'까지 일삼은 것이 알려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마땅히 중징계를 받아야할 사건임에도 연맹은 유야무야 넘어갔다. 축구를 사랑한다고 자처하는 팬들이, 축구와 자기팀 얼굴에까지 먹칠을 하는 어이없는 사건이다.

축구에 대한 열정이라는 핑계가 저질스러운 행태까지 미화하지는 못한다. 그런 것이야말로 축구와 스포츠 정신의 순수한 가치를 모독하는 짓이다. 한국보다 축구수준이나 문화가 앞섰다고 평가받는 유럽이라고 할지라도 보고 배울 것이 있고 배우지 말아야할 것이 있다. K리그와 축구문화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라도 반면교사로 삼아야할 대목이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이준목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