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세이프티 업그레이드' 맞지만…'스트롱 퍼포먼스'는 좀...
쉐보레 스파크S 주행장면
경차 쉐보레 스파크의 성능개선 모델인 '스파크S' 뒤에 붙은 'S' 이니셜의 의미는 무엇일까.
한국지엠은 지난 14일 신차발표회에서 'S' 이니셜에 숨겨진 의미로 '스트롱 퍼포먼스', '세이프티 업그레이드', '실키 드라이빙', '스마트 인포테인먼트'의 네 가지를 제시했다.
하지만 진짜, 스파크S가 잘 달리고, 안전성도 강화됐고, 부드럽게 굴러가고, 스마트폰과의 연동도 잘 되는지는 직접 겪어봐야 알 일이다.
이날 오후 진행된 시승행사를 통해 서울 청담동 '비욘드 뮤지엄'과 경기도 동탄 '카페 보나카바'를 오가는 왕복 약 200km 구간을 달리며 스파크S를 테스트해봤다.
주최 측인 한국지엠은 연비 측면의 강점을 부각시켜주길 원한 듯 상품까지 걸고 기자들을 대상으로 연비 경쟁을 시켰지만, 기자는 애초에 연비대회에서 1등할 자신도 없었고, 여름 땡볕에 에어컨을 끄고 땀을 뻘뻘 흘려가며 뒤따라오는 차의 짜증 섞인 경적소리를 감내할 생각은 전혀 없었기에 연비표시창을 무시하고 달렸다.
그 결과 기자가 속한 조는 공인 연비보다도 한참 떨어지는 11.2km/ℓ를 기록했다(고맙게도 주최측에서 발표는 안했지만 꼴찌일 가능성이 크다). 참고로, 1등 팀은 22.1km/ℓ를 찍었다. 어차피 둘 다 극단에서 극단을 달리는, 정상적인 주행 상황과는 거리가 먼 운전 패턴으로 기록한 수치니 크게 의미를 둘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연비에 대한 언급은 스파크S의 공인연비가 복합기준 15.3km/ℓ로 일반 스파크(14.8)보다 ℓ당 500m를 더 굴러갈 수 있고, 경쟁차인 모닝 가솔린 모델(15.2)보다 100m를 더 굴러갈 수 있다는 정도로 갈음하겠다.
쉐보레 레이싱팀 김진표 선수가 14일 스파크S 신차발표회 현장에서 'S'이니셜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스트롱 퍼포먼스'…"경차 치곤 제법이지만..."
"포기하면 편하다"라는 말이 있다. 역시 연비를 포기하니 마음 놓고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었다.
과연 스파크S는 현역 레이서인 김진표 선수의 '경차의 한계를 벗어났다'라는 극찬을 진실로 믿어줄 만큼 '스트롱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까?
출력이 떨어지는 차를 몰 때 가장 불안한 곳은 일반도로에서 고속도로로 합류하는 구간이다. 곡선 경사로(특히 오르막)를 서서히 주행하다 시속 100km 이상으로 주행하는 차량의 흐름에 동참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속성능이 떨어지면 불안하기도 하고 자존심도 상한다.
곡선 주로에서 시속 40km 정도로 서행하다 고속도로 합류 200~300m 전 가속페달을 바닥까지 남김없이 밟았다.
'그르르르릉!' 경차 답지 않은 묵직한 엔진음과 함께 rpm 게이지가 급속도로 올라간다. 소리만 들으면 마치 람보르기니가 시속 200km까지 속도를 끌어올리는 듯 하다.
하지만, 귀로 들어오는 정보와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간 괴리감이 너무 크다. 눈앞의 속도계는 서서히 50, 60, 70km 선을 차례로 힘겹게 넘어서더니 본선에 합류할 때야 가까스로 80km 가량을 찍었다.
3차선으로 달려오던 뒤쪽 차량이 황급히 2차선으로 옮기는 모습이 사이드미러를 통해 보인다. 혀를 끌끌 차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역시 경차는 경차다. '스트롱 퍼포먼스'라는 장황한 단어에 잠시 스파크S가 경차고, 배기량이 1000cc에도 못 미친다는 사실을 망각했던 것 같다.
기존 스파크나, 타사 경쟁차를 비롯한 경차치고는 나쁘지 않은 퍼포먼스지만, 앞에 과장된 수식어가 붙은 '스트롱 퍼포먼스'에 찬성표를 던져주긴 힘들 것 같다.
일단 속도가 붙은 상황에서는 운전 재미가 쏠쏠하다. 기존 스파크보다 5마력 오른 75마력의 최고출력과 0.2kg·m 늘어난 9.6kg·m의 최대토크는 1t에 훨씬 못 미치는 가벼운 차체를 움직이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즉각적인 반응'까지는 아니지만, 웬만한 속도로 앞서 달리는 차는 추월도 가능하다.
'세이프티 업그레이드'…"고속주행·코너링 안정성 수준급"
가벼운 차체를 감안하면, 고속주행 안정성도 뛰어난 편이다. 최근 타본 수입 소형 해치백 못지않다. 추월이나 회전시 핸들 조작감과 차체 안정성도 기대 이상이다.
바디 강성이 탄탄하다거나 접지력이 좋다기보다는 각종 전자장비들이 상황에 맞게 차체를 잘 붙잡아주는 느낌이다.
스파크S의 통합형 차체자세제어장치(ESC)는 ABS와 HBA, CBC, ARP, FTCS, HSA 등 다양한 안전장치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 장치들은 급제동시 바퀴 잠김 현상을 제어하고 브레이크 답력을 높여주며, 급회전시에는 차체 쏠림을 막아주고, 차량 전복위험도 줄여주며, 미끄러운 노면에서는 구동력도 제어해주는 역할을 한다. 언덕길에서 밀림 현상도 막아준다.
기자는 더미(Dummy)가 아니기에 극단적인 위험 상황까지 연출해보진 못했지만, 일반적인 고속주행이나 코너링에서도 차체자세제어장치의 도움은 충분히 고맙게 느껴진다.
이 장치들이 추가 비용 없이 기본 적용이라는 점은 더욱 바람직하다. 사고를 당해보기 전에는 체감도가 희박한 안전 관련 옵션에 추가 비용을 투자하지 않는 일반적인 소비자 성향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한편으로,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에 경차를 기피하고 무리해서 상위 차급으로 올라가거나, 아예 차량 구매를 포기하려는 소비자에게는 스파크S가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이 점을 감안하면 한국지엠 측이 제시한 'S' 이니셜의 또 다른 의미 '세이프티 업그레이드'는 맞는 얘기인 것 같다.
김용관 한국지엠 주행품질개발팀 차장(왼쪽 두번째)이 14일 스파크S 신차발표회 현장에서 차세대 무단변속기 C-TECH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실키 드라이빙'…"변속충격 없으니 부드럽네"
스파크S 얘기를 하면 CVT(무단변속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 스파크 대비 동력성능과 연비가 동시에 높아질 수 있었던 것은 GEN2 엔진과 C-TECH 변속기를 장착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C-TECH는 CVT의 일종이다.
한국지엠은 이미 CVT와 관련해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 한국지엠의 전신인 대우자동차와 지엠대우는 스파크의 전 모델인 마티즈에 CVT 모델을 내놓았다가 인천대교 사고, 리콜 등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물론, 스파크S에는 전혀 다른 CVT가 장착됐고, 안정성도 확실히 검증됐다는 게 한국지엠 측의 입장이다.
조인상 한국지엠 상품마케팅본부 상무는 "스파크S에 장착된 C-TECH는 마티즈(아이치로부터 CVT 공급) 때와 달리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 변속기 전문업체 자트코(JATCO)의 기술력이 담겼고 세계적으로 1700만대 이상의 차량에 장착되며 검증된 제품"이라며, "공랭식이었던 기존 CVT와 차원이 다르다"고 논란에 선을 그었다.
안전 문제만 없다면 CVT의 장점은 확실하다. 변속 과정에서 연료손실이 최소화되고, 변속 충격도 없다.
이날 시승에서도 승차감의 우위는 명확하게 느껴졌다. 급가속과 급감속을 반복하는 거친 운행에서 변속 충격이 없다는 건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었다. 'S' 이니셜에 담긴 의미 중 '실키 드라이빙'도 합격이다.
'스마트 인포테인먼트'…"내비게이션 기능 떨어져"
시승행사에 제공된 시승 차량에는 스마트폰이 한 대씩 놓여 있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쉐보레 마이링크(MyLink)를 테스트해 보라는 주최 측의 배려다.
보통, 시승행사에서 주최측은 기자들이 다른 길로 새지(?) 않도록 내비게이션에 미리 시승 코스를 입력해 놓는데, 내비게이션이 없는 스파크S에서는 마이링크가 그 역할을 할 필요도 있었다.
쉐보레 마이링크가 장착된 차량은 스마트폰을 통해 '브링고(BringGo)'라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만 다운받으면 차량에 설치된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의 블루투스 연동을 통해 내비게이션을 활용할 수 있다.
브링고 앱 가격이 1만원이니, '제대로 내비게이션 역할만 해준다면' 별도의 내비게이션 장착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고마운, 한국지엠의 참신한 발상이다.
문제는, '제대로 내비게이션 역할만 해준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을 무작정 통과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불행하게도 기자가 처음 오른 차는 어찌 된 일인지 브링고 앱이 작동되지 않았다. 진행요원들이 수 차례 오가며 점검을 해봤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어떤 오류였는지는 미제로 남았다.
결국, 예비 차량으로 옮겨 탈 수밖에 없었다. 옮겨 탄 차에서는 브링고 앱이 정상적으로 작동됐지만, 썩 미덥지 못했다.
시내 구간을 조금 주행하자 동승자 입에서 "딱 1만원 짜리 내비게이션이네"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좌우 회전에 대비한 차선 안내기능도 없고, 교차로나 진입로가 여럿인 복잡한 길에서 상세 안내도 해주지 않는다.
브링고 앱 자체의 문제인지, 차량과의 블루투스 연동이 원활하지 않아서인지 지도상의 표기와 실제 차량 위치도 다소 부정확한 느낌이다.
물론, 고급차에나 적용되는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경차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은 바람직하지만, 1만원짜리 앱 하나로 내비게이션을 대체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는 듯하다.
'S'이니셜 중 '스마트 인포테인먼트'에는 합격도, 불합격도 아닌 중간 점수를 주고 싶다.
스파크와 동일한 외관…100만원 비싼데 S자라도 붙여주지...
마지막으로 아쉬운 점은 스파크S가 일반 스파크와 외형적으로 전혀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하다못해 후면에 부착된 차량 로고도 'SPARK' 뒤에 트림명만 추가됐을 뿐 'S'이니셜은 없다.
스파크S는 LS 트림이 1281만원, LT 트림이 1373만원인 반면, 일반 스파크는 LS 트림이 1152만원, LT 트림이 1273만원이다. 100만원 이상 더 주고 스파크S를 샀는데 남들이 알아보지 못한다면 서운해 할 소비자들이 있을 듯한데, 한국지엠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출시 직전까지 'SPARK' 뒤에 'S' 이니셜이라도 흘림체로 넣을까 고민하다, 다른 스페셜 에디션도 있고 해서 일반 스파크와 똑같이 내놓게 됐다는 게 한국지엠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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