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국 중국 일본은 웃고 한국만 울고 있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3.04.22 14:49  수정 2017.10.16 10:53

<칼럼>북은 김정은 세계적 부각…미-중-일은 한반도서 주도권 강화

대화제의는 대화가 목적이 아니라 북핵 폐기가 목적이 되어야 효과

2012년 12월 12일 오전 9시 49분 경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북한은 장거리 로켓을 기습적으로 발사하였다. 로켓이 미사일의 성능 시험이라고 판단한 한국 정부는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인식하면서 그것을 자제시키고자 적극적인 주변국 외교를 전개하였고, 발사된 이후에는 국제사회와 유엔결의안 2087호를 합의하여 북한을 제재하였다.

2013년 2월 12일 오전 11시 58분 경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인근에서 북한은 제3차 핵실험을 실시하였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은 미사일 탑재능력 과시라고 판단한 한국 정부는 안보에 더욱 심각한 위협이라고 인식하면서 그것을 자제시키고자 더욱 적극적인 주변국 외교를 전개하였고, 실험 이후에는 국제사회와 유엔결의안 2094호를 합의하여 북한을 더욱 강력하게 제재하였다.

이에 대하여 북한은 반성과 자제는커녕 한미 양국군의 연례적인 '키 리졸브 연습'을 핑계로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전쟁 일보 직전 상태로 끌어올렸다. 북한은 '정전협정 백지화', '제2의 조선전쟁', '제1호 전투근무태세', '핵 선제타격', '미사일 사격대기' 등의 섬뜩한 용어들을 사용하면서 한국을 협박하였다.

실제로 북한은 2013년 3월 27일 남북간 군 통신선을 차단한 데 이어 4월 3일에는 개성공단에 대한 남측인원의 입경을 금지하였으며, 4월 8일 북측 근로자를 일방적으로 철수시킴으로써 개성공단을 사실상 폐쇄하였다. 또한 무수단 미사일을 동부로 이동시키면서 한국, 미국, 일본을 타격하겠다고 위협하였다.

긴장상황이 계속 고조되는 상황에 위기를 느낀 한국의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4월 11일 북한에 대화를 제의하였고, 미국도 12일 케리 국무장관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대화의 의도를 표시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4월 14일 '교활한 술책'이라면서 대화제의를 거부한 데 이어 4월 18일 "한국과 미국 정부가 모든 도발행위에 대하여 사죄하고 유엔 안보리 제재안을 철회해야 한다"는 받아들일 수 없는 대화의 조건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이에 대하여 한국 정부는 아직 대화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으나 그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 사이에 개성공단에 잔류하고 있는 200명 가까운 남측 근로자들은 식량 부족이 우려되는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남북한의 평화공존과 통일을 위한 국민들의 염원, 이를 위한 역대 정부의 눈물겨운 노력을 생각하면 어떻게든 남북 간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싶고, 개성공단과 같은 화해협력의 불씨를 살리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대화만 하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북한은 제3차 실험을 통하여 핵무기를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은 1000기 정도의 다양한 미사일을 보유한 상태에서 핵무기를 실어서 한국을 공격할 수 있고, 한국은 이에 대한 방어능력을 전혀 구비하지 못한 상태이다.

지난해 10월 북한의 인민무력부장(우리의 국방장관)에서 물러난 김정각 차수가 북한 매체에 오랜만에 얼굴을 드러내 눈길을 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6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전날 김일성군사종합대학과 김일성정치대학 간 체육경기를 관람한 소식을 전하면서 실은 사진에 김정각이 차수 계급장을 달고 김 제1위원장 바로 뒤에서 일어선 채 손뼉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것처럼 한국 안보에 실로 '엄중한' 안보상황이 조성된 것이다. 대화로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이 상황을 해결하지 않은 채 대화로만 복귀한다는 것인가?

현재 상태에서 북한의 손익을 계산해보자. 이번의 긴장고조로 북한은 세계만방에 나쁜 이미지를 확산시키기는 했지만, 한국, 일본, 미국의 괌을 미사일(핵미사일 공격의 가능성도 존재)로 공격할 수 있는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되었고, 김정은은 젊지만 무서운 지도자로서의 위세를 만천하에 과시하였다. 주민들의 충성도와 결속도도 높아졌을 것이다. 지금 상태에서 긴장을 풀고 한국과 대화한다고 한다면 매우 유리한 결과이다.

다른 주변국들의 손익계산도 크게 나쁘지는 않다. 미국은 이 위기를 통하여 미사일 방어망 구축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명분을 획득하였고,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에서 주도권을 강화하게 되었다. 중국 또한 북한과 한미 사이에서 몸값을 올릴 수 있었고, 일본은 군사력 증강과 미일동맹 강화를 위한 명분을 획득하였다.

한국에는 무엇이 남았는가? 한반도가 여전히 불안한 지역이라는 것을 세계만방에 알려 수출입이 불안해지고 있고, 미국이나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지역정세에 대한 주도권을 상당할 정도로 상실하였다. 개성공단이 폐쇄되었을 뿐만 아니라 200명 가까운 한국 근로자들이 인질이 될 위험에 놓여있고, 북한에 대한 정책방향을 둘러싸고 국민여론도 분열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은 핵미사일로 무장한 북한을 인정하지 않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에는 온통 악재뿐인 상황이다.

그러면 앞으로 개선될 수는 있는가? 지금까지의 경험에서 드러났듯이 남북대화를 통하여 북한의 핵무기를 폐기시키지는 못할 것이고, 국제사회를 통한 외교적 노력도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3월 19일 종교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다"고 말하였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북한이 핵미사일로 위협할 경우에 대한 대책은 어떠한가? 미국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에 의존한 것 이외에 다른 대책이 강구된 것이 없다. 일부에서 핵무장론이나 미국의 전술핵무기 배치가 주장하였지만, 핵재처리 권한 확보만 어렵게 만들었을 뿐 진전되고 있는 내용은 없다.

미사일 방어망 구축도 시급하지만 그를 위한 무기체계를 획득한다는 계획은 물론 전반적인 청사진도 제시되지 못한 상태이다. 불가피한 상황에서 선제타격하여 북한의 핵무기가 발사되기 직전에 지상에서 파괴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한 스텔스기 도입이나 정보력 확충 게획도 찾아보기 어렵다. 상당한 기간 동안 한국은 북한의 핵무기 위협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북한과 대화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대폭적인 경제지원을 약속하면 가능할 것이다. 그러면 북한의 핵미사일은 어떻게 할 것인가? 북한의 핵무기를 머리에 이고 살고자 하는가? 현재 상태에서 대화를 할 경우 북한은 핵무기로 위협하면서 계속 무리한 사항을 요구할 것이다.

당연히 대화가 목적이어서는 곤란하다. 북한의 핵무기를 포기 및 폐기시키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 최소한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한 방어책을 강구하는 시간을 번다는 목적의식이라도 분명히 해야할 것이다. 대화로 시간을 벌면서 국력을 총집결하여 자체적인 북한 핵미사일 제거 및 방어 능력을 구비하겠다는 결의와 계획이라도 전제되어야 한다.

지금은 북한의 비핵화(非核化)냐 한국의 굴종(屈從)이냐를 두고 건곤일척(乾坤一擲)의 대결을 벌여야하고, 벌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일 수 있다. 앞으로 북한이 핵무기 숫자를 늘리면 늘릴수록 한국의 선택 여지는 줄어들 것이다. 최소한 개성공단에 잔류하는 근로자들이라도 복귀시켜야 할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진다면 당연히 지금이 가장 유리한 시점이다. 비핵화에 관한 진전없이 대화 상태로 복귀한다면 한국은 북한의 핵무기 위협에 인질이 될 수도 있다.

글/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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