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일 뿐이라고 애써 위안을 삼고 있지만, 그냥 지나치기에는 내용상 공수 모두 문제가 많아 불안을 키운다.
한화는 지난 시즌 한대화 감독을 경질하고 ´백전노장´ 김응룡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을 이끈 최고의 명장을 앞세워 근본적인 리빌딩을 이루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김응룡 감독도 ´프로라면 우승이 목표´라며 꼴찌팀답지 않은 야심찬 출사표를 던졌다.
김응용 감독 영입 이후 정작 한화의 행보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원투펀치였던 류현진과 박찬호를 지키지 못했고, 류현진을 넘긴 돈으로 FA시장에서 만족스러운 전력보강도 이뤄내지 못했다. 한마디로 모셔온 명장에게 빈 곳간 열쇠만 쥐어준 꼴이다.
김응용 감독은 비시즌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하며 체질개선에 나섰다.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휘어잡다가도 종종 젊은 선수들에게 직접 다가가 소통에도 나서는 등 이전과 달라진 모습은 눈길을 끌었다. 해태와 삼성 등 항상 우승권에 가까운 강팀만을 맡았던 김응용 감독으로서도 한화에서는 똑같은 방식을 고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명장이라고 해도 단기간에 팀이 바뀌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한화는 9차례 시범경기에서도 2승1무6패로 꼴찌다. 결정력 부재로 무기력한 타선은 올해도 부진하다. 안타를 못 때린다기보다는 기회를 만들어놓고도 득점권에서 결정타 부재로 무너지는 것이 지난해와 판박이다. ´김응룡 감독이라고 해도 별 수 없는 것 아니냐´라는 말까지 나온다.
한화의 시범경기를 지켜본 한 원로 야구인은 "김응용 감독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김응용 감독의 능력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감독의 능력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한화의 한계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가깝다.
시범경기만 놓고 보면 한화는 지난 시즌과 크게 약해진 점만 부각될 뿐, 좋아진 점은 아직까지 눈에 띄지 않는다. 정규시즌 개막이 임박한 가운데 지금쯤이면 뭔가 믿을만한 구석이 한두 가지는 있어야하는데 한화는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김응용 감독 일거수일투족에만 쏠려있는 이상한 모양새다. 냉정히 말하면, 막연히 김응용 감독의 과거 실적에 대한 기대치를 빼면 구체적인 대안이 하나도 없다.
한 야구인은 "시범경기와 실전은 다르다고 하지만 감독은 마법을 부리는 사람이 아니다. 없는 실력을 갑자기 키울 수는 없다. 어차피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인데, 우리 야구는 감독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이 문제“ 라고 지적한다.
김응용 감독은 시범경기 중에도 엔트리에 많은 변화를 주면서 선수들의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을 키우겠다는 의도도 있지만, 그만큼 아직 선수단의 전력이 불안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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