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스 vs 스포티지' 동급이라 묻어가기엔...

박영국 기자

입력 2013.02.21 13: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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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공간·동력성능·연비 격차 크고 가격만 '동급'

쉐보레 트랙스와 기아차 스포티지R, 현대차 투싼ix, 쌍용차 코란도C 제원 및 가격 비교.

한국지엠은 지난 20일 소형 SUV 쉐보레 트랙스를 출시하며 경쟁 상대로 기아차의 스포티지R과 현대차의 투싼ix를 지목했다.

일단 가격만 놓고 얘기하면 한국지엠의 경쟁상대 지목은 '정직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스포티지R와 투싼ix의 최저트림 가격이 2000만원대 초반인데 트랙스 최저트림 가격을 그보다 100만원가량 낮은 수준에서 책정했으니, 가격 측면에서는 수요층이 겹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지엠이 차급(세그먼트) 구분에 있어 스포티지R과 투싼ix 등 기존 SUV를 '동급'이라고 칭하는 것은 결코 정직한 행위가 아니다.

그동안 소형 SUV라는 차급명은 스포티지R과 투싼ix, 코란도C 등에 붙여졌지만, 이들은 트랙스와는 사이즈와 동력성능 등 차급 자체가 다르다.

소형 SUV라는 차급명이 트랙스에 붙여져야 한다면 스포티지R과 투싼ix, 코란도C는 '준중형 SUV'로 구분 지어주는 게 맞다. 향후 르노삼성 캡처와 쌍용차 X100 등 트랙스와 비슷한 사이즈의 모델들이 줄줄이 출시 예정이니 미리 교통정리를 해둘 필요가 있다.

상위차급 경쟁차 지목…실내공간·외양 사이즈 한계

이같은 점을 감안하면 한국지엠은 트랙스보다 한 차급 높은 모델들을 경쟁 상대로 지목한 셈이다. 세단으로 치면 아베오나 엑센트, 프라이드 같은 소형차를 가지고 크루즈, 아반떼, K3와 같은 준중형과 경쟁하겠다는 얘기다.

문제는 가격은 비슷한데 차급은 차이가 나는데서 오는 괴리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일단 차체가 작다는 건 실내공간이 협소함을 의미한다. 2박스 형태로 탑승공간과 적재공간이 통합된 SUV이 특성상, 차체 사이즈는 성인 5명이 타고도 넉넉한 공간을 제공하는지 여부는 물론, 화물을 싣는 용량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기본적으로 트랙스는 준중형 SUV보다 전장이 150㎜이상 짧다. 손으로 한 뼘 가까이 차이가 난다. 전폭도 45~80㎜가량 좁다.

전고는 트랙스가 스포티지R과 투싼ix보다 높지만, 이건 앉은키가 유난히 큰 사람 외에는 딱히 장점이라고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다.

단지 실내공간이 좁은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썩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지만, 국내 소비자들 중에는 차체 크기와 사회적 지위가 연관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자신에게 적합한 사이즈의 차는 아반떼더라도, 쏘나타를 굴릴 능력이 되면 쏘나타를 사는 이들이 적지 않다. 본인은 차급으로 사회적 지위 운운하는 것에 의연하더라도 주위의 시선은 어쩔 수 없다.

준중형 SUV 대신 트랙스 상위 트림을 구매한다는 것은 같은 돈으로 한 단계 낮은 차급을 선택하는 꼴이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 그리 쉬운 선택은 아니다.

엔진성능 떨어져…스포티지R 대비 10% 가벼운 무게에 토크는 절반

차급에 따른 또 다른 차이는 엔진 성능이다. 통상 차체가 작으면 엔진도 낮은 배기량과 낮은 출력의 것을 적용한다. 무게도 적게 나가기 때문에 굳이 높은 출력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랙스는 엔진 출력이 낮아도 너무 낮다. 배기량이 1.4ℓ급에 불과한 가솔린 엔진이다. 물론, 터보차저를 달아 출력을 높이긴 했다. 최고출력은 140마력, 최대토크는 20.4kg·m다.

준중형 세단 아반떼에 달린 1.6ℓ 가솔린 엔진(140마력, 17.0kg·m)과 비교해 출력은 동일하고 토크는 높다.

하지만, 중량까지 감안하면 트랙스의 동력성능이 충분치 못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트랙스는 아무리 소형이라도 SUV다. 위로 높이 솟은 만큼 철판 몇 kg이라도 더 들어간다.

트랙스의 공차중량은 1370kg으로, 아반떼(1160kg)보다 210kg이 더 나간다. 70kg짜리 성인 세 명을 더 태우고 달릴 때 차량의 움직임이 어떤 지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그 차이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준중형 SUV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 크다. 트랙스는 스포티지R·투싼ix(1515kg)보다 10%정도 가볍지만, 최고출력은 20% 이상(44마력) 떨어진다.

가솔인 엔진을 채용한 탓에 토크는 격차가 더 크다. 트랙스의 최대토크는 스포티지R·투싼ix(40.0kg·m)의 절반 수준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SUV에 대해 일반적으로 가진 인식이 '힘이 좋다'는 것임을 감안하면, 트랙스에 대한 실망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고갯길에서 헉헉대는 SUV는 국내 정서상 받아들이기 힘들다.

비싼 휘발유 엔진에 낮은 연비…낮은 세금이 유일한 강점

그렇다고 연비가 좋은 것도 아니다. 터보차저는 양날의 칼이다. 출력을 높여주는 대신 기름을 더 소비한다. 트랙스의 복합연비는 12.2km/ℓ로, 덩치가 더 큰 스포티지R·투싼ix(13.4km/ℓ)보다 떨어진다.

더구나 트랙스가 사용하는 휘발유값이 스포티지R·투싼ix의 경유값보다 통상 10% 이상 비싸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유지비는 공인연비로 나타나는 수치상 차이보다 훨씬 크다.

가솔린 엔진끼리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앞서 언급한 아반떼 1.6 가솔린의 복합연비는 13.9km/ℓ다. 터보차저를 달고 능력 이상의 덩치를 끌어야 하는 탓에 배기량이 더 큰 엔진보다 기름 소모가 더 심하다.

통상 자동차 회사들이 다운사이징 엔진을 사용하는 이유는 제조원가를 낮추고 연비를 높이기 위함이다. 하지만, 트랙스는 1.4ℓ 엔진을 장착하면서 제조원가를 낮췄을지는 몰라도 차량 가격을 통해 소비자가 체감되는 효과는 전무하고, 연비는 오히려 떨어진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 트랙스의 저배기량 엔진이 전혀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ℓ급 디젤엔진을 장착한 준중형 SUV보다 최대 27만원가량의 자동차세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한국지엠 측의 주장이다. 몇 달치 유류비 차이로 상쇄될 수 있는 금액이긴 하지만 어쨌든 세금은 적게 낸다는 얘기다.

이 대목에서 단순하게 배기량만을 기준으로 자동차 세금 과세액에 차등을 두는 제도적 허점이 드러난다. 고배기량 자동차에 높은 세금을 물리는 것은 석유 소비를 억제하고 배기가스를 줄여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하지만 트랙스의 1.4ℓ 엔진은 같은 회사의 1.8ℓ 가솔린 세단 크루즈보다 기름도 더 먹고 매연도 더 내뿜는다.

연비는 트랙스가 12.2km/ℓ, 크루즈가 12.4km/ℓ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트랙스가 142.0g/km, 크루즈가 140.0g/km다. 타사의 1.6ℓ급 가솔린 차량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커진다.

자동차에 대한 차등 과세의 목적이 에너지 절약과 환경 보호라면 최근 증가하고 있는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 차량들에 대해서까지 배기량만을 기준으로 과세해서는 과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신차효과는 있겠지만…그 이후는?

그나마 트랙스가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은 '완전한 새 얼굴'을 가졌다는 점이다. 그동안 국내에 없던 새로운 세그먼트 개척자라는 상징성으로 출시 전부터 관심도 많이 끌었다.

새로운 디자인을 갖춘 완전한 신차는 국내 시장에서는 상당히 큰 무기다. 시장에 나온 지 3년이 넘게 같은 얼굴을 하고 있고, 이미 길거리에 수만 대씩 돌아다니고 있는 스포티지R이나 투싼ix, 코란도C보다는 트랙스에 눈길이 가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사전계약자(높은 가격에 실망한 이탈자도 많겠지만)를 포함한 초기 판매실적이 썩 나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차 효과는 기껏해야 3~4개월이다. 그 이후 대기 고객이 해소되는 시점부터는 진정한 가격 대비 상품성이 판매실적으로 드러난다.

가뜩이나 자동차 업체들이 차 가격 올린다고 논란이 심해지는 마당에 한국지엠의 차급을 넘어서는 용감한(?) 가격 정책에 대해 소비자들이 어떤 평가를 내려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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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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