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시즌부터 어엿한 메이저리거로 LA 다저스의 푸른 유니폼을 입게 된 류현진(27)이 야구인생의 새로운 2막을 시작했다.
류현진은 지난 5일 대전 한밭체육관서 지난 7년간 몸담았던 한화 이글스가 준비한 환송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팬 800여명과 한화 정승진 대표이사, 노재덕 단장, 염홍철 대전시장 등이 참석, LA 다저스로 떠나는 류현진을 배웅했다.
LA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구단 중에서 유난히 한국 팬들에게 친숙한 팀이다. 한국선수 중에서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만 박찬호·최희섭·서재응에 이어 류현진까지 무려 4명에 이른다.
다저스하면 역시 가장 먼저 생각나는 선수가 박찬호다. 1994년 다저스에 입단하며 한국인 메이저리거 1호가 된 박찬호는 전성기를 다저스에서 보내며 한국야구에 메이저리그 열풍을 일으켰다. 1997년부터 풀타임 선발투수로 자리 잡은 박찬호는 5년간 무려 75승을 수확하며 리그 올스타와 사이영상 후보에도 올랐고, FA 자격을 얻은 2001년에는 연봉 대박을 터뜨리고 ‘천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박찬호 선발등판 경기는 국내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과거 국내 축구팬들 사이에서 박지성이 활약했던 맨유가 그러했듯, 다저스 역시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한국대표팀과 같은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류현진은 ‘제2의 박찬호’가 되기에 유리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LA는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대도시며 한국 교민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박찬호 등판 때 그러했듯, 류현진 역시 홈경기에 선발 등판할 때마다 한국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기대할 수 있다. 다저스에서 맹활약을 바탕으로 전국구 스타로 부상할 수도 있다.
다저스타디움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투수친화적 구장이기도 하다.
다저스가 류현진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류현진을 영입하기 위해 포스팅 금액에만 2573만 달러를 들였고, 다시 류현진의 몸값으로 6년간 최대 4200만달러(계약금 500만 달러, 인센티브 6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옵션을 제외하고도 총액 6173만달러 이상으로 한화로 따지면 670억에 이르는 거액이다.
몸값은 곧 선수에 대한 기대치에 비례한다. 다저스는 다음 시즌 류현진이 팀내 3-4선발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2013시즌 우승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선언한 다저스는 이미 류현진 외에도 고액연봉을 받는 슈퍼스타들이 즐비하다. 전날 잭 그레인키와 6년 1억47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했고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의 연봉도 1100만 달러에 이른다.
거액을 투자한 만큼, 그에 걸맞은 활약을 펼칠 수 있도록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메이저리그의 특징이다. 더구나 류현진 계약조건에는 선수 동의 없는 마이너리그행 거부 조항도 있다. 류현진으로서는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의 부담에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적응해 나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책임도 커졌다. 류현진은 한국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최초의 선수다. 자타공인 현재 한국 최고의 투수로 인정받는 류현진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는 곧 메이저리그가 한국야구를 바라보는 평가의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메이저리그 유일의 한국인 투수로서 경쟁상대가 없는 류현진은 같은 아시아출신인 일본인 선수들과 비교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류현진은 이제 한화를 넘어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매일같이 수많은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서 살아야한다는 것은 스스로 극복해야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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