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의 소속팀 한화 이글스는 29일, “박찬호가 은퇴 의사를 구단에 최종 전달했고, 구단은 박찬호의 결정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1994년 LA 다저스에 입단하며 한국인 첫 메이저리거가 된 박찬호는 이후 19년간 전설을 써나갔다. 1996년 인상적인 투구로 풀타임을 소화한 그는 이듬해 곧바로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차지하며 14승을 따냈다.
이후 2000시즌에는 당시 동양인 한 시즌 최다승이었던 18승을 거두며 코리안 특급이 아닌 메이저 특급으로 거듭났고, 2001시즌 후 FA 자격을 얻어 5년간 6500만 달러라는 잭팟을 터뜨리며 텍사스에 입성했다.
하지만 타자 친화구장이었던 텍사스에서의 생활은 고달팠다. 급기야 고질적인 허리부상에 시달리며 부진을 거듭하던 박찬호는 2005년 샌디에이고로 이적했고, 매년 유니폼을 갈아입어야 하는 저니맨 신세가 됐다. 2010년 피츠버그를 끝으로 메이저 생활을 접을 때까지 그가 몸 담았던 구단만 무려 8개(LA 다저스-텍사스-샌디에이고-뉴욕 메츠-휴스턴-필라델피아-뉴욕 양키스-피츠버그)에 이르렀다.
지난해 일본 오릭스에 입단하며 제2의 야구인생을 펼친 박찬호는 또다시 부상과의 지루한 싸움이 이어졌고, 야구 인생의 마지막을 불태우기로 결심한 올 시즌, KBO 특별법으로 고향팀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박찬호의 은퇴 시즌 기록은 23경기에 출전해 5승 10패 평균자책점 5.06.
한미일 통산 박찬호 성적.
하지만 19년간의 발자취는 숱한 대기록을 남겼다. 특히 박찬호의 통산 성적은 한국 프로야구와 비교해도 당연히 레전드로 불릴만한 엄청난 발자취였다.
커리어 통산 130승은 송진우-정민철-이강철-선동열-김원형에 이은 역대 6위. 113차례의 패전 역시 역대 8위에 해당하며 소화 이닝(2156이닝) 역시 5위에 이른다. 불명예 기록이긴 하지만 볼넷(974개)과 피홈런(244개)을 비롯해 ‘트레이드마크’인 탈삼진(1804개)은 모두 송진우에 이은 역대 2위 기록이다.
물론 박찬호가 주로 활약한 무대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미국 메이저리그였다. 리그의 현격한 수준 차와 한 시즌 소화하는 경기 수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이처럼 단순한 비교는 그저 무의미할 뿐이다.
게다가 박찬호는 수치화 되지 않는 대기록도 국민들 가슴 속에 깊숙이 남겼다. 바로 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 때, 절망과 고통에 빠져있던 국민들은 이국에서 전해오는 박찬호의 승전보에 무한한 자부심을 가졌다. 박찬호가 국내 유일의 ‘국민 투수’로 불리는 이유도 그저 공이 아닌 꿈과 희망을 던졌기 때문이다.
한편, 한화는 박찬호 은퇴 기자회견을 30일 오전 11시 서울 플라자 호텔 22층 다이아몬드홀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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