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일본차에 밀려 미국내 성장률 부진
부담 느낄 현지 법인에 "무리한 물량 확대 말고 내실경영 기조 유지" 당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이날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번 방문에서 미국 현지 직원들에게 "경쟁업체들의 물량공세나 할인공세에 연연하지 말고 지금까지 현대·기아차가 지속해온 '제값 받기' 정책을 통한 경영 내실화 강화로 대응하라"고 주문할 예정이다.
정 회장의 이번 미국 방문은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최대시장인 미국에서의 상황이 그만큼 심각함을 방증한다.
지난해가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주춤하는 사이 현대·기아차가 반사이익을 누렸던 시기라면, 올해는 지진 피해에서 회복된 일본 업체들이 반격에 나서는 시점이다.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미국 판매실적은 전년대비 26% 성장했으며, 시장점유율은 8.9%에 달했다. 미국에서 연간 100만대 판매를 달성한 것도 지난해가 처음이다.
하지만, 올 들어 일본업체들이 공격적인 물량공세로 현대·기아차를 강하게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7%대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도요타는 올해 7월까지 121만대를 판매하며 전년대비 28.3% 성장했고, 혼다와 닛산도 각각 18.9%, 14.7% 성장하며 시장 평균 증가율 14.0%를 상회하고 있다.
이에 더해 혼다는 최근 4000만달러를 투자, 인디에나 공장의 생산규모를 연 25만대로 5만대 확대할 계획을 밝혔고, 닛산 역시 미시시피 공장에 생산직 1000여명을 추가해 연간 생산량을 늘리는 등 미국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올해 1~7월 75만5471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대비 12.3% 성장하는 데 그쳤다. 특히 지난달에는 도요타와 혼다, 닛산이 각각 26.1%, 45.3%, 16.2% 성장했지만 현대·기아차는 4.8% 성장률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더욱이 현대·기아차의 미국 공장 생산물량이 한정된 상황에서 국내공장의 수출물량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지난 7월 현대·기아차의 국내공장 수출대수는 전년대비 각각 11.1%와 6.5% 감소하는 등 일본 업체들과의 경쟁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현대·기아차 미국 사업조직은 강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장 일본 업체들의 물량공세와 가격공세에 맞서 적극적인 프로모션에 나서야 할지, 기존의 '내실경영' 기조를 유지할지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정몽구 회장의 미국행은 이같은 상황을 정리하고 현지 직원들에게 확신을 심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 회장은 '제값 받기를 통한 내실경영'을 글로벌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기본 원칙으로 고수해 왔다.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제값 받기'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철학이었다.
일본 업체들의 공세에 밀려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압박을 느낀 현대·기아차 미국 법인들이 자칫 무리한 물량 확대에 나설 가능성을 차단하고, '내실경영' 기조에 대한 확신을 다시 한 번 심어주겠다는 게 이번 정 회장의 미국 방문의 목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 마디로 "판매량이나 점유율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테니 스스로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는 가격경쟁에 나서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지려는 것.
실제, 현대·기아차는 미국 시장의 성장 둔화가 뚜렷해진 올해에도 인센티브 확대와 같은 무리한 물량확대 정책을 지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미국 자동차 정보 제공업체 '에드몬드닷컴'에 따르면 올해 1~7월 미국 자동차 업체의 평균 인센티브는 2173달러였지만,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 기간 964달러, 1347달러로 상대적으로 낮은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또, 향상된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미국시장에 지난 6월 신형 그랜저HG를 출시하면서 기존 차량 대비 최대 25.5% 상승한 3만2000~3만6000달러로 가격을 책정했다.
아울러, 제네시스와 에쿠스 등 럭셔리 대형 세단의 판매 또한 올해 7월까지 1만670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2746대 대비 31.1% 증가하는 등 대형차 판매비율을 크게 높였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올해 하반기 중 미국시장에 아반떼 쿠페와 신형 싼타페 등 경쟁력 있는 신차를 출시함으로써 연간 판매목표 120만9000대(현대차 67만5000대+기아차53만4000대)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데일리안 = 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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