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정치권 친노동계 행보 우려" 긴급 대책 회의

여소야대 환노위 구성으로 양 노총 노정연대 강화 우려

30여개 주요기업 인사노무담당 임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정치권의 친노동계 행보에 대한 긴급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경제계를 이끄는 30여개 주요 기업이 정치권의 친노동계 행보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17일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30여개 주요기업 인사노무담당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임원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 주요기업 임원들은 여소야대 환노위가 구성된 이후 양 노총의 노정연대가 강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큰 우려를 표명했다. 국감 등에서 기업인들을 대거 증인으로 출석시키거나 노사문제를 정치논리로 해결하려 할 경우 문제 해결이 왜곡되고 기업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

또, 참석자들은 8월 총파업을 앞두고 그 피해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경총에 대해 강력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각 기업들도 자체적으로 경총 권고에 따라 불법파업 참가자들에 대한 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 및 민형사상 책임 추궁과 징계조치 등을 통해 불법행위가 재발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의는 최근 정치권에서 반기업 친노동 관련 사안이 잇달아 발생하는 데 대해 기업들이 처음으로 공동 대응에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근 양 노총은 '노동관계법 개정을 위한 양 노총·야당 공동대책 위원회'구성을 야권에 제안하는 등 대국회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여소야대 환노위에서 야당의원들과 수시로 정책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7월 16일에는 야당측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과의 회동을 가지고 노조법 및 비정규직법 개정을 강력히 촉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친노동계 의원들의 입법활동도 본격화 되고 있다. 7월 16일 현재 국회 환노위에 계류된 58개의 법안 중 노조법, 사내하도급법, 비정규직법, 최저임금법 등 노동계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반영한 법안만 해도 35건에 달하는 실정이다.

주요기업 임원들은 경제민주화 분위기 속에서 노사문제를 둘러싼 양당의 입법경쟁이 고조됨에 따라 노동계 기대심리가 급상승하고 있어 자칫 기업경영에 큰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고용시장 경직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요구하는 입법들이 지속적으로 제출되고 있어 기업들의 걱정이 더 커지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오늘 회의는 8월 민주노총 총파업을 앞두고 정치권의 친노동계 행보도 가속화되고 있어, 이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개최된 것"이라며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경영계 전체가 긴밀히 협조하며 대응해 나가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회의 개최의 배경을 설명했다.[데일리안 = 박영국 기자]